brunch

매거진 Coffee brea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shlee Jun 10. 2021

coffee break...죽음 연습

; 남은이들에 대한 예, 그리고 사랑

부고가 날아왔습니다.

늘 오가는 청첩과 부고가 뭐가 특별할까요.

가까운 관계의 부고는, 특히 가까운데 어색한 사이의 부고는 감정의 화려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많은 이슈와 에피소드를 만들어 갔던 나를 어려워 했던 후배의 예정된 죽음.

그런데도 뭘 해야하는지 혼란스럽네요.


오랜 투병 생활 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가장 애절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직설적으로 다룬 1990년 Damien Hirst 데미안 허스트의 A t housand Years(1000년)이 스칩니다.

강철과 투명한 유리로 된 두 칸의 진열장을 일체형으로 만든 후 그 속에 피가 흥건한 소의 머리와 파리, 구더기, 설탕, 살충기, 물을 넣어 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알에서 깨어난 파리는 소머리를 먹고 자랐고 이후 성장한 파리는 공간을 이리저리 날아다녔고, 미리 뚫어둔 구멍을 통해 분리된 공간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파리의 대부분은 살충기에 의해 타죽고 말았기 때문에 오래 살지 못했습니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죽음’에 관한 삶의 미학을 예술로써 되묻습니다.


고귀한 사랑으로 죽음의 의미를 찾았던  플라톤으로 자문에 답을 합니다.


그리고 돌아봅니다.


생전, 나와는 가까이있되 가깝지 않았던 후배, 나와 척을 두기도 했고 어려워 하기도 했던 망자에 대한 예우는 남겨진이들에 대한 사랑일것입니다.


공자는 상을 당한 사람 옆에서 식사할 경우 배를 채우지 않고(食於有喪者之側 未嘗飽也 식어유상자지측 미상포야) 상갓집에 조문을 다녀온 날이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哭日不歌 곡일불가)고 합니다. 

공자는 개인의 정서에 충실하기보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함께 어울리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호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슬프지만 앞으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 만하다는 안정감을 주게 되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coffee break...銀山鐵壁 은산철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