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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Feb 25.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화순곶자왈

스물셋. 한경-안덕 병악곶자왈중 개방지, 화순곶자왈

20년 전 제주 단체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성읍민속마을에서 오미자, 꿀, 말뼈가루등과 팔던 지네를 기억할지 모른다.

그 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산에 지네를 잡으러 다니던 독특한 추억이 70~80년대를 스치기도 한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집안에 지네들이 출몰하기도 했다.

한방의 귀한 약재로 사용되는 까닭에 제주에서는 동네의 어린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직접 채집하여 약재상에 팔았던 것이다.

지네는 습한 곳을 좋아하는 까닭에 비가온 뒤나 아니면 깊은 산 속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습한 지형을 잘 찾아가야 한다.

과거 제주의 곳곳에는 지네들이 살기 좋은 습한 곳, 한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 가시덤불과 거무티티한 암석만 가득한 곳, 커다란 돌무더기를 일구면 흙이 나오는 듯싶지만 흙 밑에는 다시 바윗덩어리 천지인 곳이 널려 있고 이런 곳은 아무리 개간을 하여도 농토로는 전혀 사용할 수 없기에 언제나 버려진 땅이었다.

그래 버려졌던 곳이 바로 제주의 「곶자왈」이다. 


「숲」이라는 의미의 「곶」과 암석들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곳을 가리키는 「자왈」이 합쳐져 만들어낸 제주어로서 영어로는 발음 그대로 「Gotjawal」이라 표기를 한다.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이런 곶자왈 지대가 방대하게 펼쳐져 있는데, 바로 화산이 분출하면서 흐르던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 형태로 지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개간을 할 수 없어 버려진 땅 곶자왈.

이 버려진 곶자왈 지대는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산간을 거쳐 가깝게는 해안선까지 이어진 곳도 있는데, 한라산을 타고 내려오는 계곡들이 대부분 건천인 이유, 그리고 아무리 큰비가 와도 좀처럼 홍수가 나지 않고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라산에서 스며들어 곶자왈 지대를 거친 후 해안의 용천수로 솟아오르기까지의 제주의 생명수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생성된 곶자왈 숲 지대의 곳곳에는 숨골과 풍혈(風穴)이라는 곳이 있어서 시원한 바람이 새어나오는데, 일 년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추운 겨울 아무리 많은 눈이 내려도 이곳에서만은 눈이 쌓이지 않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조사한 것을 보면 곶자왈 지대는 보온·보습 효과를 일으켜 북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단 한곳 제주에만 있는 유일한 생명의 숲이라는 사실이다.

추운겨울에도 늘 푸른 숲을 이루고 있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소비해 제주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한다.

양치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이 최초로 발견된 곳도 곶자왈 지대이고 한국미기록종인 창일엽과 제주암고사리, 그리고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식물인 개가시나무, 미기록 목본식물인 천량금, 환경부 희귀식물인 붓순나무 등 다양하고 희귀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식물의 보고로도 알려져 있다.

곶자왈 지대는 제주도의 동서부와 북부지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데,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4개 지역으로 나뉜다.


제주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지대,

제주북부의 애월 곶자왈지대와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그리고 제주 동부의 구좌-성산 곶자왈지대다.


가장높은 곳인 해발 833m에서 시작되는 애월곶자왈, 가장 길게 이어진 곳은 30km에 달하는 조천-함덕 곶자왈지대다.

그 중에 시민들과 관광객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코스를 지정하고 곳곳에 휴식공간, 그리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나무데크를 이용하여 탐방로를 만들어 놓은 대표적인 곳이 바로 화순곶자왈이다.

한경-안덕 곶자왈지대에 속해 있는 병악곶자왈 용암류로 해발 492m인 병악에서 시작하여 안덕면 화순리 방향으로 9km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평균 1.5km의 폭으로 산방산 근처의 해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시덤불로 이루어진 경작할 수 없는 불모지인 탓에 언제나 버려둔 땅이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땅값 또한 쌀 수밖에 없었어서 개발업자들이 달려들어 싼값에 사들여 골프장으로 개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제주도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골프장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골프장에서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이 그대로 곶자왈로 스며들어 생명수를 심각하게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알아차린 인근의 마을주민들, 그리고 환경단체들이 반발하여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기도 하였다.


화순 곶자왈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안덕 면사무소 뒷편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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