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shlee Mar 23.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가파도

마흔둘. 4월에 부는 청보리 바람, 가파도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 가는길에 위치한 섬, 가파도.

이 섬은 항상 최남단 마라도에 밀려 마라도 가는 길에 스치는 섬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된다.

하지만 이섬에 봄이면 그 어느곳보다 광활한 청보리밭 물결이 출렁인다는 사실을, 그리고 수백여기의 남방식 고인돌이 전설처럼 서있고 이곳의 물이 제주 어느곳보다 맑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가파도를 구석구석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두 시간 남짓.

이 작은 섬에서 바삐 걸어야할 일도, 목적지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시간이 멈춘 듯한 가파도에서 흘러다니면 그게 전부다.

섬 전체가 가오리처럼 생겼다 해서, 혹은 물결을 더한다는 뜻에서 加波島가파도라는 이름이 생겼다.

섬은 이름처럼이나 태평양의 드센 파도를 모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가끔 그 거친 조류에 배가 떠밀려오기도 했다.

1653년 섬에 표착한 네덜란드 선박 Sperwer스페르웨르호도 그 중 하나였다.

Sperwer호에 승선했던 Hendrik Hamel 하멜은 고국으로 돌아가 <난선 제주도 난파기>와 <조선 국기>를 저술했다.

한국을 서양에 최초로 알리는 디딤돌 역할을 했음에도 섬은 내내 고요하다.

제주목사 정언유가 1751년 이곳에 소 방목을 시작하고, 이후 이원조가 이곳에서 농사짓는 것을 허락한 후에도 섬이 시끄러울 일은 없었다.

한국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가파도.

4월의 가파도는 섬 전체에 향맥이라는 제주 재래종 보리가 봄바람에 흐른다.

보리밭 너머로는 바다가, 하늘이 펼쳐지니 섬은 잡것 하나 끼어들 틈 없이 푸르게 흐른다.

보리밭 한 가운데 서면 은초록 물결 따라 송악산과 산방산, 그리고 한라산이 장쾌하게 흐른다.

청보리 축제 기간에 가야 가장 아름답지만 청보리는 오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반면 오월 중순 보리가 익는 시절 보리익는 냄새와 황금물결 너머로 쪽빛 바다가 반짝이는 황금물결 또한 볼만 하다.


가파도에는 135기의 남방식 고인돌군이 자리하고 있다.

선사시대에는 이곳 가파도가 작은섬이 아니라 인근에 커다란 하천이 흐르는 상당히 규모가 큰 땅이었을것이다.

파도 고인돌군은 기원전 1세기~ 기원후 2세기까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북 고창 역시 학원농장의 청보리밭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군이 유명하긴 하지만, 이곳 가파도의 보리밭 면적은 학원농장의 보리밭 규모를 능가한다.

게다가 국내에서 사적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군은 북방식, 혹은 남방+북방식이 공존하는 형태등 두 종류만 있는 반면, 가파도의 고일돌군은 유일하게 남방식 고인돌문화의 전형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 비록 다른 지역의 고인돌에 비하여 주목을 늦게 받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진 않지만, 이곳 역시 문화재 등재는 물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학술적 가치가 큰 곳이라한다.


가파도엔 교회 뿐만이 아니라 '해운사'라는 절도 자리하고 있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절과, 성당과 교회가 있는 이유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신앙생활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지어진 결과물이라는 느낌이 마라도에 들를 때마다 들곤 한다.

하지만 가파도는 관광객이 뜸한 곳이다 보니 이곳의 교회와 절은 오로지 이곳 사람들의 신앙생활을 위하여 지어진 곳이다라 할 수 있다.


모슬포항에서 배가 출발해 15분이면 닿는 섬, 가파도.

사람도, 돌담도, 집도, 마을 전체가 청보리에 쌓여 있는 그 섬에 가면...

조용하고 잔잔한 바람속에 갯염주괴불주머니와 갯쑥부쟁이, 엉겅퀴와 갯완두, 갯무가  청보리 사잇길로 동행해 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연화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