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shlee Mar 22. 2017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식산봉

일흔셋. 한여름에 노랗게 피어나는 황근 자생지, 식산봉

봄의 제주는 2월의 변산 바람꽃, 노란복수초, 노루귀등의 야생화를 필두로 동백, 매화, 벚꽃, 유채로 바통을 이어 받아 꽃들의 향연이 계속되고 7월엔 수국과 월령리의 선인장 꽃이 풍성한 자태를 드러내고 가을이되면 해국의 보랏빛 향연을 볼 수 있다.


수국이 시들어 그 빛을 잃어가고 해국이 아직 발하지 못하는 8월에 성산부근엔 노란색 꽃이 피어난다.

황근이 만개하는 식산봉


둘다 생소한 이름이기는 마찬가지다.

성산일출봉 주변은 연중 여행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섬여행으로 걸출한 우도가 있으며 도보여행지로는 제주올레길이 시작된다.

유채꽃과 배추꽃으로 항시 노랗게 물드는 광치기해안의 아름다움 올레꾼들의 발길을 잡는다.

서쪽으로는 썰물때에 조개잡이 체험어장으로 알려진 바다가 있고 그곳에 낮아보이는 오름이 있다.

작고 낮아 보이지만 그 가치는 중요한 식산봉이다.

지금의 식산봉 모습은 능선이나 정상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생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이곳이 바위로 이뤄진 오름이라는데서 붙여진 이름이 바오름(바위오름)이다.

이보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는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서 오름에 낟가리를 덮어 왜적으로 하여금 군량미를 많이 쌓아놓은 것으로 보이게 했다는데서 食山峰식산봉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으로 많이 불리고 좀 더 가까이 와 닿는다.

발로 이 곳이 황근 자생지다.

노란 무궁화, 황근.

황근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식물이다.

높이 1m 내외로 잎은 어긋나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원형이고 7∼8월에 노란색으로 꽃이 피고 가지 끝의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황색이고 안쪽 밑부분은 검은 홍색이다.

황근은 무궁화속 식물 3종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 자생지를 뒀다.

하지만 개발과 자연재해로 점차 개체수가 줄어 자생지인 서귀포 표선면 해안가엔 100여 개체 등 제주도 전역에 500여 개체만 자라고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이자 씨앗을 채취해 3년에 걸쳐 증식했고 4천여 주로 불어난 황근이 주민들의 손에 원래 있던 자생지에 심어졌다.

그 자생지중 가장 복원이 잘된곳이 이곳 식산봉이다.

성산일출봉이 바라다 보이고 성산읍 오조리 포구와 맞닿아 있는 곳에 위치한 식산봉은 화산의 분출에 의해 형성된 비교적 작은 규모로 해발 66m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7호로 지정되어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핀 노란무궁화 황근!


예전부터 황근의 나무껍질은 질겨서 제주에서는 밧줄을 만들어 쓰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꽃이 피는 기간이 길어 관상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요즘 날씨와는 잘 맞지 않지만 예전에는 황근 꽃이 피기 시작하면 장마가 시작되고 황근 꽃이 질 무렵이면 장마가 끝난다고 하여 황근 꽃이 피고 지는 시점을 생활에 이용하기도 했다.

황근은 삶의 터전을 바닷가로 정했다. 종자는 염분에 잘 견디도록 적응되어 있다.

초여름 일출봉 또는 한라산이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 올레길 한 모퉁이에는 짠물에 견디며, 바닷바람에 견디며 장마에도 꿋꿋이 꽃을 피어내는 황근이 있다.

이런 이유로 황근 꽃의 향기를 맡아보는 일은 제주 자연의 맛을 느끼는 것과 같다.

올 여름, 해안가에 피어난 노란 우리나라 자생 무궁화 꽃을 감상해 보는 트래킹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서중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