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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May 23. 2017

제주의 음식 02 물회

여름이 기다려지는 제주 물회

기온이 올라가고 태양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점심으로 시원하게 한사발 들이키고픈 생각이 드는 음식이 물회다.

싱싱한 횟감에 새콤한 양념장과 제철 채소를 푸짐하게 올리고 시원한 얼음물을 가득 부으면 불볕더위도 두렵지 않다.

지친 여름의 입맛을 돋우어 주는 물회.

제주도의 물회는 다양성에서 타지역을 압도한다.

다양하게 맛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제주의 물회는 그 다양함만이 아니고 식감과 맛이 지역적으로 최고임을 자부하게 한다.


가장 대표적인 물회는 한치와 자리다.

자리라고 불리는 자리돔은 산호초나 암초가 있는 연안에 많이 서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여름이 시작되는 5월부터 8월까지가 제철인지라 물회에 들어가는 횟감으로는 딱인 셈이다.

전체적으로 검푸른 빛이 도는 자리돔은 큰 것은 어른 손바닥보다 크지만, 물회용으로는 손가락만 한 자잘한 것들을 사용한다.

자리물회
어진이네 자리물회

70년대 제주도란 잡지에 실린 자리물회에 관한 내용을 보면 토박이들은 바닷가에 모여 앉아 양재기에 담긴 자리돔을 다듬어 바위틈으로 솟아오르는 차디찬 물에 자리를 잘게 다져넣고 식초와 된장, 여채를 곁드려 넣은 뒤 소주 안주로 먹었다.

원래 자리물회는 술안주용으로 더 많이 먹었지만 식욕이 떨어지는 여름에는 밥과 함께 먹기도 했다

자리돔은 그 크기가 크지 않다.

같은 제주라도 모슬포의 자리돔은 아이 손바닥만하고 보목리의 자리돔은 몸통크기가 반정도다.

그래서 모슬포의 자리돔은 주로 구이로 먹고 보목의 자리돔은 물회로 많이 먹어 오다보니 보목항에는 유명한 물회맛집들이 몰려 있다.

1984년에 생긴 어진이네 횟집은 보목 자리물회 원조로 꼽히고 있다.

양이 많아 주머니 가벼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집이고 보목 해녀의 집은 현지인이 많이 찾는 집이다.

자리머리나 뼈를 우려낸 국물에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를 살짝만 올려 낸다.

제주 토박이들이 즐겨 먹는 제피잎을 넣으면 생선의 비린내를 쉽게 잡을 수 있다.

구수한 된장국물과 식초에 절여 신맛이 살짝나는 쫄깃한 물회와 아삭거리는 오이채가 무리없이 잘 어울린다.

한치물회

한치는 6월 말부터 9월까지가 제철로 오징어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리가 짧은 게 특징이며, 쫀득하고 담백한 맛 덕분에 인기가 높다.

회나 물회로 가장 많이 먹지만 오징어처럼 말린 후 구워 먹기도 한다.

한치는 냉동 보관을 해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아 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물회로 맛볼 수 있지만 역시 제철에 잡아 올린 생물로 만든 것이 제맛이다.

한치물회는 한치 내장과 껍질을 벗겨낸 후 가늘게 채 썰어 자리돔과 마찬가지로 야채와 양념장을 곁들여 찬물을 부어 내놓는다. 부드러우면서 쫀쫀한 한치 속살과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식감이 물회 초보자도 자연스레 접하기에 무난하다.


두 대표적인 물회 외에 제주의 특산물인 구쟁기(뿔소라)를 날것 그대로 회를 쳐 채소와 함께 양념장에 무쳐 물을 부어 내놓는 소라물회, 제주에서 많이 잡히는 놀래기과 생선으로 약간 붉은빛을 띠는 황놀래기의 제주 방언인 어렝이 물회나 새하얀 속살이 식욕을 돋우는 전복물회, 고소한 맛이 일품인 군부(굼벗)물회도 있고 제주의 특산물인 옥돔을 이용한 물회에 오징어 물회, 그리고 쉽게 접하지 못하는 구이 생선의 대명사로 알려진 옥돔물회는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상상 할 수 없는 맛이다.


어랭이 물회는 뼈가 있는 채로 살점을 두툼하게 썰어내는 자리물회와는 다르게 어랭이 물회는 칼날을 이용하여 거의 다지듯이 두드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유의 탱탱한 어랭이 살점이 흐트러질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살점은 살점대로 씹히고 가시는 잘게 부서진다.

탑동에 산지물식당이 많이 알려져 있긴 한데 손님이 너무많아서 인지 친절함은 바라지 말아야 할것 같다.

어랭이 물회

옥돔무회는 현지인도 먹어보기 힘든 물회다.

구슬옥(玉)자를 사용할 정도로 고급어종인 옥돔이 횟감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신선도 유지다.

다른 물고기들은 바다 밖을 나와 횟집의 수조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만 옥돔만큼은 바다에서 잡히자마자 죽어버리는 생선인지라 수조에서 볼 수 없다.

그래 옥돔물회를 취급하는 음식점 또한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옥돔 자체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이라서 그런지 살점에서 잔 냄새가 전혀 없고 구이에서 먹어왔던 부드러운 살점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익히지 않은 살점 또한 상당히 부드럽다.

내가 맛본 옥돔물회를 취급하는 곳은 2곳으로 하나는 시네에 있는 엉덩물식당이고 하나는 한림의 톤대섬인데, 개인적 취향은 후자쪽이다.

옥돔 물회
톤대섬 옥돔물회
순옥이네명가 전복물회
군부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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