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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Aug 25. 2017

제주의 음식 06 밀면

; 회수를 건너 제주가 된 밀면

1953년 피난민들이 마지막으로 운집한곳은 부산이다.

그래 북쪽의 음식들은 자연스레 부산화되어갔다.

지금은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냉면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스러운 재료로 재탄생한 부산 밀면은 이제 부산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먹어봐야 할 음식이 되었다.


제주의 음식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육지에서 건너지 못하고 지역만이 갖는 모습을 지켜왔다.

그러니 제주의 밀면이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시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잡아 나른한 오후의 한끼를 책임지고 있다.

물론 이 음식이 제주시와 제주북부로 올라온것은 몇해되지 않는다.


65년이라는 시간동안 부산 사람들에게 라면보다 친숙한 음식이었던 밀면처럼 이제 한 음식점의 제주지점이 오픈하면서 그 보편화가 시작되고 있는것이다.


제주에서 처음 밀면을 접한건 1991년, 제주를 도보로 한바퀴 돌아보려 했을때다.

물론 그때는 지금의 올레길처럼 잘 다듬어진 길은 없었다.

들쭉날쭉한 도로와 해안도로라고 정할수 없는 짤막짤막한 해안의 도로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을뿐이었다.

한적한 시골읍내 나즈막한 식당에 도착해서 처음 맛본 면요리는 충분히 다음을 기약할수 있는 새로운 맛이었다.

이름은 같지만 다른 식감과 다른 국물을 가진 제주 밀면.

연원은 사실 모호하기는 하지만 원조를 따질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부산밀면과 제주도밀면이 같은 계보인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밀가루로 면을 뽑는다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제주도밀면은 면발이 굵으며 멸치나 돼지고기의 살코기만을 넣어 육수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부산밀면보다는 제주도의 고기국수와 더 비슷하다. 

밀면집은 주로 모슬포쪽에 밀집되어 있다.


제주 밀면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산방식당.

1971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처음부터 밀면이 주메뉴는 아니었다.

초가집 한 채가 전부였던 뿐이었던 김정일사장(75)은 냉면식당으로 매장을 시작했다.

물론 메뉴에 갈비, 찌개, 백반, 짜장면 등 다양하게 시도 했지만 운영을 확신 할 수 없어 면요리에 변화를 주기 시작 했다고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어진 냉면의 변신은 밀가루로 면을 뽑고 멸치만으로 육수를 낸 제주식 밀면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후 다른 메뉴는 사라지고 밀면과 돼지고기 수육이 산방식당의 식단 전부가 된다.


산방식당의 밀면.

육수는 멸치 국수에서나 느낄 법한 구수한 잡내도 없고 밀면육수의 맛으로 봐서는 단순히 멸치육수만은 아닌것 같다.

면발은 밀면 특유의 쫄깃함이 있으면서 질기지 않아 굳이 가위로 자르지 않고 이로 끊어 먹을 수 있는 적당한 탄성을 가졌다.

수육은 저녁 술상에나 어울릴 법한 보쌈용 수육이 아닌, 냉면과 함께 곁들이는 가벼운 음식으로 나온다.

수육 양은 200g이어서 둘이서 먹기엔 충분한 양이고, 셋이서 먹기엔 아쉬울 수 있는 양이다.

너무나 유명해져서 맛집 블로거들이 한번쯤은 올려본 이 집은 이제 점심시간에는 한참을 줄을서야 먹을수 있는 제주의 중심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93년 스물다섯 나이로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김형섭씨는 2012년 제주시에 산방식당 제주점을 열었다.

산방식당 제주점

모슬포에서 같은 이름으로 44년을 이어가고 있는 동네식당 하나.

영해식당

1954년 음식점을 시작했던 김임순 대표(76)는 그 자리를 1973년 이어받았다고 한다.

물론 처음 그 자리는 고깃집이었다.

그 시절 근고기에 잔술만큼 서민들의 애환을 달랠 수 있는 포구 가까이 오일장 가까이의 식당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사별한 후 혼자 꾸려가기 힘들어져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숯불을 걷어내고 밀면을 뽑는 기계로 대체하였다.

그렇게 고깃집은 그냥 식당이 되고 밀면이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찬바람이 불 때 쯤에는 몸국과 가족과 함께 먹던 소고기찌게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김대표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깔끔한 맛의 육수를 만드는 데만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산방식당과 시기가 다를뿐 과정은 다르지 않았다.

육수를 내는 데 중요한 돼지 뒷다리는 단골 육가공 업체에서 가져온다.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는 모슬포중앙시장에서 매일 아침 신선한 식재료를 공수한다. 

김치며 소소한 밑반찬 재료까지 모두 직접 고른다.  

청양고추로 맛을 낸 다대기는 감칠맛난다.

영해식당도 아들 문석주(51)씨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아 영업을 하고 있다.


모슬포 하르방식당

마지막으로 소개할 집은 산방식당처럼 제주시내에도 분점을 내고 있는 하르방식당.

주 메뉴는 밀면과 칼국수, 왕만두다.

이집 김정헌(55)사장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개발하려는 열정을 가지고 30년 가까이 밀면집을 이어가고 있다.

육수는 돼지고기 사골과 몸에 좋은 감태에 멸치, 양파를 넣어 24시간 푹 고아 만든다.

여기에 면은 제주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해조류, 톳을 섞어 변화를 시도 했다.

칼국수 면에도 톳을 넣는다.

가파도 앞바다에서 1m이상 자라는 톳을 사용했던것은 모슬포라는 지역성때문인듯 하다.

왕만두의 속은 제주산 돼지고기 등심에 양배추, 부추, 양파, 당근, 호박, 대파, 마늘, 생강 등 몸에 좋은 식재료로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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