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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Sep 19. 2017

제주의 음식 07 고기국수

; 전통과 정책이 만들어낸 제주스러운 음식의 先酒後麵선주후면

자리물회, 한치물회, 갈치국, 성게국, 옥돔구이, 빙떡과 더불어 제주시가 도민 및 관광객의 선호도 조사와 인터넷 투표, 전문가 심사 등을 거쳐 선정한 7대 향토음식 중 하나가 고기국수다.


작년 한참을 입에 오르내리던 맛집 탐방 프로그램인 3대천왕에서 제주를 한번 휩쓸고 지나갔다.

진행자가 방문한 여섯집 중 2곳이 고기국수집이다.

골막국수와 장수물식당.

골막국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주도의 맛집 중 하나였다.

방송에 소개되기 전에도 숨은 국수집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기국수의 원조 격으로 많은 제주도민들이 찾고 있는 집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 이주민이 늘어가고 사람들의 입맛이 바뀌면서 골막국수는 많이 외면을 받기 시작하였다.

제주도의 수많은 고기국수 집이 제주도민 뿐아니라 여행객들의 입맛에 맞게 서서히 변화를 시도한 반면, 골막국수는 제주도민들에게는 익숙했던 돼지의 잡내와 거친 면발의 예전의 맛을 그대로 지켜왔다.

그래 최근에는 인근에 살고 있는 충성도 높은 단골 외에는 외면을 받던 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방송은 상황은 급반전시켜 끼니때마다 줄을 서야하는 실정이다.

국물 맛은 아주진한편으로 자칫 텁텁함을 느낄 수 도 있고 가는 날에 따라 돼지의 잡내가 강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국수 면발은 아주 굵어 얼핏 보면 칼국수를 보는 듯 한데 면발이 굵어서 그런지 거칠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명으로 얹어지는 고기의 부위도 삼겹이 아니다.

이집에서 취급하는 메뉴는 고기국수 딱 한가지뿐으로 보통인지 곱빼기인지만 구분해주면된다.

그래도 그럴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골막국수에 비해 장수물식당은 고개를 기우뚱하게 한다.

어떻게 해서 그 수많은 고기국수집 중에서 3대천왕에 방송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분명 그다지 진하지도 않은 육수, 성의 없이 올려진 그것도 깊은 맛이 떨어지는 부위의 고기 고명 모두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약간 느끼한 느낌의 국물과 투박한 면발, 시골 잔치집에서 봄직한 돼지고기 몇 점이 진짜배기 고기집으로 성업하다 어떻게 맛이 변한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집을 자주다니던 제주 토박이들은 방송을 타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초심을 완전히 잃었다는,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어찌되었든 두집 모두 최고의 고기국수라고 하기에는 2%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동안 원조논쟁을 벌이던 고기국수의 시작과 최근에 맛집으로 알려진 곳은 어디일까.

고기국수의 시작

제주는 잔치나 행사때 돼지를 잡아왔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소에 비해 대중적으로 많이 퍼져 있던 돼지를 쌀 재배가 어려워 먹거리가 부실했던 민중의 단백질과 지방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돼지는 보통 삶아서 소창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위를 사용했다.

어깨에서 가슴 윗 부분의 뻐로 고운국물은 접짝뼛국이 되고, 돼지사골로 끓여낸 국물로 순대국의 국물과, 몸국의 베이스가되기도 하고 고기국수의 국물이 된다.

그렇다면 제주만의 국수인 고기국수가 지금처럼 서민들에게 각광받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타지방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제주에 상륙하면서, 사실상 제주의 전통적인 음식문화가 사장되고 사라져갔다.

수백년 전부터 제주에는 돼지고기 육수에 메밀국수를 넣어서 먹던 풍습에 메밀국수가 보편적이었으나 이마저도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때 밀국수 공장이 생기면서 밀국수가 대중화됐다.

하지만 이도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었다.


국수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식량 자급자족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범 국가적인 혼•분식 장려정책으로 인하여 일찌감치 선술집이나 분식점, 동네 구멍가게, 포장마차 등의 곁들이 메뉴에 올라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수는 가장 단순하고 저렴한 메뉴에 지나지 않았으며 대부분 멸치국수가 일반적이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경제 성장의 파도속으로 거의 사장되어 제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국수는 IMF 한파가 몰아친 이후 어느 순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 파도식당(064-753-3491)과 앞에서 언급한 3대천왕에 나온 골막국수(064-753-6949)가 있었다.

파도식당과 골막국수


현재 국수문화거리는 삼성혈부터 문예회관에 이르는 삼성로길인데 원조격인 파도식당도 시작은 현재 위치가 아닌 삼성로에 위치해 있었다.

처음 그 자리에서 오로지 멸치국수 한가지로 지금의 건물을 살만큼 번성했고, 파도식당을 좇아 수많은 국수집들이 이 거리에 차려졌다

閔光城민광선사장은 원래 토박이 제주사람이 아니고 육지에서 건너온 제빵사로 동문로타리의 팔도양과라는 빵집을 직접 운영하였다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일도지구의 신천지 아파트 부근 상가 건물 틈에서 일자로 된 테이블을 놓고 간판도 없이 국수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차츰 그 국수에 매료된 단골들이 늘어나면서 파도식당을 열게 되고 파도식당의 멸치국수는 택시기사들의 입소문과 늦은 밤 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단숨에 유명해져 테이블 3개로 시작했던 것이 6개까지 늘나고 급기야 가게 밖까지 테이블을 늘어놓고도 한참 동안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다고한다.

지금이야 그 명성을 따를만큼의 맛은 아니지만 아직도 어지간한 국수집보다는 먹어줄 만 하다.

더욱이 우리가 알고 있는 돼지고기 육수의 고기국수가 아니고 진한 멸치육수에 고기 고명이 올라 와 있는걸 보면 당시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파도 식당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맛을 보이고 있다.

골막국수가 나타나기까지는 아주 영세한 국수집 몇 곳이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 고기국수는 그다지 일반화된 메뉴가 아니었다.

제주의 전통 고기국수는 느끼하면서도 약간 냄새가 나는 것이 신세대의 입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으나, 골막국수가 그러한 평가를 바꾸어 놓으며 고기국수를 대중적인 메뉴로 탈바꿈 시켜놓았던 것이다.

골막국수가 고기국수로 空前공전의 성공을 이루자 옮기기전의 파도식당 부근으로 하나둘 국수집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삼성로의 지금의 국수문화거리가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처음에 소개한 골막국수는 경찰서 후문 맞은편 골목어귀에서 테이블 3개를 놓고 영업을 시작했다가 3년 만에 지금의 위치(동여중골목)로 건물을 신축하여 확장 이전했다.


淵源연원급의 두 음식점이 색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의 제주 고기국수집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한다.

큰언니국수, 자매국수, 국수마당, 국수고을, 이시냐국수, 국수네집, 일도국수, 국수회관, 고프로국수, 지연이네, 만세국수, 멘도롱또똣등 뒷골목까지 가지 않아도 삼성로 큰길가에만도 이렇게 많은 국수집들이 성업중이다.

세간에 오르내리는 맛집들을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예전의 유명세에 미치지 못하는 전문점들도 더러 있다.

삼대 논쟁

우선 이야기를 해야 할 곳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원조논쟁을 불러 일으킨 제주시 연동의 삼대전통고기국수와 국수문화거리의 삼대국수회관이다.

三代삼대를 이어온 원조 고기국수집상호에서 불이 붙은 두 곳의 논쟁은 삼대전통고기국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삼대째 운영하고 있는 식당인 것처럼 광고한 '삼대국수회관'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려 子子孫孫자자손손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간판의 since 1919라는 표기도 내렸다.

삼대전통고기국수는 대표인 김정미씨 친할머니가 1950년대 애월읍의 한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팔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며느리가 2대, 손녀딸이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제주도에서 '가업승계기업'으로 인증된 바 있다.

할머니 때부터 해먹는 방식이라고 만들어 주는 고기국수가 일품이다.

공항에서 신제주쪽으로 올라오면 마리나 호텔이 보이는데, 호텔 남쪽 골목으로 접어들어 동쪽으로 200m 정도 들어가면 깔끔한 가게가 보인다.

이 집의 고기국수는 고명으로 금방 삶은 돼지고기 편육과 함께 양파, 배추, 당근 등 채소를 풍부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고기국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거부감을 덜 느끼며 먹을 수 있다.

요즘은 냉우동도 팔고 안주거리도 조금 늘어난 상태이나, 다른 음식들은 그다지 권할 만큼의 내공은 엿보이지 않는다.


삼성혈 맞은편에 있는 원조논쟁의 두번째 집의 정식 명칭은 삼대국수회관인데 삼대를 빼고 흔히들 국수회관이라 부른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수마당과 함께 선호도 1위라 할 수 있었다.

어느 집보다도 면발이 부드러워서 특히 소화력이 떨어지는 택시기사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구운 김가루를 손님이 맘 놓고 국수에 얹어 먹을 수 있는 것도 젊은층이 이 집을 선호하는 이유였다.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도 부담 없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예전에는 주간의 면발과 야간의 면발이 약간 차이가 있음을 느꼈는데, 야간의 면발이 훨씬 부드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이 만약 주인장의 의도라면, 이 집은 상당히 내공이 높은 집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방송에 출연했다고 현수막을 내걸고 가게 정비를 한번 하더니만 예전의 그 맛이 싸악 바뀌었다.

면발은 제대로 빨지 않아서 밀가루 덧내가 나며, 부드러운 면발은 기대하기 힘든다.

특히 고기국수 국물은 육수를 뽑으면서 기름 제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느끼해진 느낌이다.

수육도 과거 부드러운 특유의 느낌이 사라지고 약간 퍼석한 느낌만 입안에 감돈다.

그런데도 지금도 유명세 덕분에 손님이 많은 편이다.


다음은 SNS와 블로거에 의해 이름을 날린 올래국수.

신제주의 옛 참피온 백화점(현 밸리스 보석 불가마) 뒤에 테이블 다섯 개가 간신히 들어간 조그마한 가게였다.

신제주의 유명 국수전문점으로 몇 해 동안 명성이 자자했다.

TV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소개되어 찾는 이가 더욱 많아진 고기국숫집이다.

이 집에서는 멸치국수와 고기국수가 비슷하게 팔렸는데 요즘은 고기국수만 메뉴에 올라 있다.

줄서서 먹는 이집 국수는 비교적 담백한 맛이다.

육수가 느끼하지 않아 고기국수를 처음 접한다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중면을 사용해 면도 두툼하고 고기도 두툼한 이집 국수는 투박한 매력이 있다.

고기는 숭덩숭덩 썰어 올려 넣어 식감을 살리고 고명은 최소화 해 깔끔한 맛이다.

비교적 양이 푸짐해서 웬만한 대식가도 만족할만하다.

이집도 두번의 이전이 있었다.

2005년 자리에서 북쪽으로 약 200m정도 내려온 먹자골목 중심에 약간 넓게 확장 이전하고 영업시간이 조금 연장되어 새벽 1~2시까지 문을 열었고 멸치국수와 계절메뉴 중에서는 냉국수가 있었는데 유명세를 타며 손이 부족하자 메뉴를 한가지로 통일하고 영업시간도 저녁시간에 마무리한다.

2017년 여름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


일일히 열거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제 제주 토박이들이 찾는 몇집을 소개해 보고자한다.


구제주 동부경찰서 윗블럭 한국전력 제주지사 건너편에 위치한 남춘식당.

흔히 제주 3대김밥을 말할때 항상 거론되는 곳이다.

겉으로 봐선 썩 잘할 것 같지 않은 식당인데, 점심시간에 지켜보면 쉼 없이 사람들이 드나든다.

마니아 사이에서 소문난 가게들만의 특징이다.

들어서 보면 동네 구멍가게를 개조한 듯한 마룻바닥 위에 덜 정돈된 듯한 식탁 배열 등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대부분 국수와 김밥을 시켜먹는데 음식이 모두 깔끔한 편이다.

김밥 속을 일일이 볶아내는데, 이때 조미료를 좀 강하게 쓰는 듯 국수나 김밥의 뒷맛에서 조미료 맛이 약간 느껴진다.

편안한 분위기이면서도 깔끔한 음식의 매치가 이채롭다.

적당히 삶아진 국수면발과 깔끔한 멸치육수이 기분 좋게 하는 집이다.

원래 한 가지 메뉴만 취급을 하는 집이 진짜 맛있는 집인데,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예닮.

감자탕에서부터 고기국수까지 깊은 맛이 자랑인데,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한분이 음식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내에 들어서면 흡사 사랑방에 들어온 듯,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문을 받고나서 면을 삶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탱글탱글한 맛을 느낄 수 있고 고명으로 얹은 돼지고기는 맛있는 삼겹살 부분을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이집의 국수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웬만한 대식가가 아니라면 한 그릇을 다 비우기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다.

예닮은 제주시에서는 조금 외곽지역인 외도동에 있다.

가장 추천을 많이하기도 하고 제주의 지인이 있다면 한번쯤 소개 받아본 국수만찬.

면발이나 육수, 사용하는 고기의 부위가 최고다.

겉이 화려하거나 깔끔하다기보다는 토속적이고 진짜 맛집처럼 조금은 허름해 보인다.

고기국수의 맛은 진한 국물 맛이 느껴지는 단백한 국수로 소울이 느껴지는 곳이다.

잘 삶아낸 편육에 뽀얀 빛깔을 가진 고기 육수는 차슈가 올려진 돈코츠(豚骨) 라멘이 연상되는 제주의 고기국수.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추천해주고 싶은 서민 음식이지만 그 위치는 무척이나 견고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에 이롭고 입에서 맛에는 훌륭한 음식문화를 즐겨왔다.

각 지방마다 독특한 요리와 다양한 식사법이 발달해왔는데 평양을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에서 우리 선조들이 가장 귀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식사법의 하나로 전해지는 先酒後麵선주후면(자리에 앉으면 먼저 술을 들고 후에 국수를 먹는다).

제주에서는 다양한 면요리가 있다.

여행에 기분 좋은 저녁 반주와 혹은 아침 이어지는 일정을 위한 전날 숙취를 풀만한 해장으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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