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주유천하 V 전라화순 환산정
척박한 호남에 둘러 쌓인 순한 땅 和順 화순 06 環山亭 환산정
산 높은 화순엔 잔잔한 물이 빚은 평화로운 풍경이 유난히 많다.
그 중 사람에의해 만들어진 화순군청 동쪽 가까이 자리한 큰 호수, 서성제
호수로 뻗은 좁은 길을 지나면 환산정이 나온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백천 류함 선생이 통곡하며 은거하려고 세운 정자다.
류함 선생은 청나라를 상대로 의병을 일으켜 전라도 의병장 조수성 청감대장과 함께 의병부장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곳에서 오랑캐를 다 무찌르지 못함을 통곡하며 우국의 한을 삭였을 것이다.
산으로 둘러싸여있다고 해서 정자의 이름을 環山환산-당송팔대가의 한사람, 구양수 醉翁亭記취옹정기의 環滁皆山也환저개산야(저주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모두 산이다)-이라고 붙였지만, 지금은 물로 둘러싸여 있다.
*醉翁亭記 취옹정기
環滁皆山也 환저개산야
其西南諸峰 기서남제봉
林壑尤美 림학우미
望之蔚然而深秀者 망지울연이심수자
瑯也也 낭야야
저주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모두 산이다.
그 중에서도 서남쪽에 있는 여러 봉우리들은
숲과 계곡이 특히 아름다운데,
멀리서 바라보아 울창하게 깊고 수려한 것이
바로 곧 낭야산이다
만년을 의지하리라던 환산정은 당초 깊숙한 산중에 세워졌는데, 1967년 서성 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물 한가운데 서게 됐다.
당시 정자는 단칸 초가였으나 호수의 습기로 인해 구조목이 부식돼 위태로워지자 화순군과 문화 류씨 화순종친회가 나서서 2010년 11월 보수, 중건했다.
지금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진퇴를 둔 남향의 평면 형식으로,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정자처럼 서성제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환산정을 중심으로 한 주변산세가 서성저수지에 비쳐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호수의 남서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 이름 모를 여러 봉우리와 절벽이 형성돼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순적벽의 평화로운 풍경. 동복댐 건설 이후 광주광역시 상수원으로 통제됐다가 2014년부터 제한적으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환산정을 짓고서
뜰에는 외로운 소나무요 섬돌에는 국화인데
도연명에게 진나라를 배웠도다.
세상이 어지러워 처음 세웠던 꿈 다 그르쳤고
깊숙이 산수 좋은 곳에 만년을 의지하리
피고 지는 봄, 가을 모두 잊고 싶지만
마음에는 일월처럼 명나라가 떠오르네
군자가 지켜야 할 절의 그 누가 알아주리.
답답한 내 심정을 구봉에게나 말하리라.
- 류 함
庭有孤松階有菊정유고송계유국
學來栗里晉先生 학래율리진선생
乾坤磊落違初計 건곤뢰락위초계
山水幽閒托晩情 산수유한탁만정
棄上春秋忘甲子 기상춘추망갑자
心中日月葆皇明 심중일월보황명
歲寒後凋其誰識 세한후조기수식
時與九峯和不平 시여구봉화부평
- 環山亭原韻, 柳涵 환산정원운, 유함.
*柳涵 류함(1576~1661)
본관은 문화.
자는 子淨자정 호는 百泉백천. 아버지는 柳德容유덕용이다.
許篈허봉, 李睟光이수광, 鄭經世정경세 등과 교유하였다.
그는 조선 선조~광해군 때의 인물로 愚伏 鄭經世 우복 정경세, 芝峯 李睡光 지봉 이수광, 九峯 曺熀 구봉 조엽등과 교유하였다.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켰으나,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청주에서 통곡하며 돌아왔다.
돌아온 후 화순군 동면 서성리에 환산정이란 정자를 짓고 은거 생활을 하였다.
이 시는 정자를 짓고 지은 것이다.
화순군 향토문화 유산 제35호.
전라남도 화순군 동면 서성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