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가 솔깃하도록 말을 교묘하게 잘 꾸미며…
가을태풍이 또 한번 한반도를 관통한다.
부산스러운 환경이 자연만은 아니다.
이런 천재지변이 혹시 지금의 정국을 바꿔줄수 있기를소망하는 맘마져 생기는 절박한 상황.
전 세계적 경제침체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외교적 갈등만으로도 현실은 어렵다.
우리는 여기에 스스로의 혼란까지 가중시킨다.
공자가 말했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얼굴빛을 거짓으로 꾸미는 사람 중에는 어진 사람이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
정치인들과 미디어는 쪼개진 대중에 딱 맞는, 원하는 달콤한 말을 던진다.
매번 속으면서도 선거 때에는 그 감언이설을 믿고, 또 믿고 싶다.
시경(詩經) 소아(小雅)편 교언(巧言) 5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저 부드럽고 좋은 나무는 군자가 심으셨다
오가는 뜬소문들이 있지만, 나름대로 심산이 있을것이다
세상을 기만하는 큰 소리는 입에서 나온다
교묘하게 꾸며대는 거짓말은 생황처럼 듣기 좋으나, 얼굴 두꺼워 부끄럼도 없다
荏染柔木 君子樹之 임염유목 군자수지
往來行言 心焉數之 왕래행언 심언수지
蛇蛇碩言 出自口矣 이이석언 출자구의
巧言如簧 顔之厚矣 교언여황 안지후의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국민 정서를 건드린 영화는 망했다.
그 만큼 세종대왕에 대한 대중의 생각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옥의 티도 문제는 말이었다.
세종21년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 이구가 궁중의 음식물과 물품을 관장하는 내자시(內資寺)의 종 가야지와 간통을 한 것이 발각되어 문제가 됐다.
세종은 진노했고 가야지는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승지 조서강이 나서 “남녀 간의 욕심은 인지상정인 데다가 임영대군은 나이도 어리니 크게 문제 삼을 것이 없습니다”며 “가야지를 제주도에 보내게 되면 말이 밖으로 퍼질 수 있으니 대신 그 아버지에게 죄를 물어 멀리 유배를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고 말한다.
이런 조서강의 말에 세종도 반긴다.
“내 여러 아들 중에서 이구만이 유독 음탕하고 방자하여 걱정이 많은데 너희들이 ‘연소한 사람의 음탕 방자는 이구만이 그런 것이 아니니 책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하니 내가 너희들의 말을 옳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