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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Oct 07. 2019

coffee break...독서의 계절?

; 왜, 언제부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었을까......

월요일 새벽부터 비가 온다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인 한로.
원래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중국의 강남에 적절한 절기라 열흘정도 밀리기도 했고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거기서 또 그만큼 뒤로 밀려 2~3주 후에나 적절한 날씨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올해는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10월초까지 섭씨 27,8도에 닿았다.
태풍 후에야 이 비를 통해 가을은 깊어질것 같다


가을하면 말이 살찌는것 말고 무엇이 떠오을까
남자의 계절?
수확, 결혼, 여행, 캠핑……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먼저 떠오르는것이 독서의 계절이라는것이다

사진은 독일의 William Hogarth 호가스라고 불리던 Karl Spitzweg 칼 슈피츠버그의 The Bookworm 책벌레. 위키피디아


가을은 왜 독서의 계절일까?

어린시절부터 귀에서 피가나도록 들어온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것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 일까?
이 이야기 할때 등장하는 말이 있다

燈火可親 등화가친
당나라의 문학자이며 사상가인 韓愈 한유가 그 아들에게 독서를 권하기 위해 지어 보낸 시에 가을이 돼서 서늘하니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 책을 펴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


그럼 후한 말기의 董遇동우라는 사람이 가르침을 원하는 이들에게 겨울, 밤, 비오는 날 이 세가지 때를 책읽기 좋은 때로 권하는 讀書三餘 독서심여는 뭘까?


이같은 원초적 궁금증의 가을은 통념과 달리 1년 중 책이 가장 안팔리는 계절이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의외로 여름이 독서의 계절입니다.
여름철 책 판매량은 다른 계절보다 15% 가량 많다고 한다


1955년에는 정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가을 독서주간 행사를 시작했고, 현재는 '독서의 달'로 운영되고 있다.
1931년 동아일보는 ‘독서주간’이라는 면을 신설, 한 해 동안 매주 1면을 독서를 권하는 내용으로 기사가 올라왔었는데 매일 4면을 발행하던 신문이었으니 독서보급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내용은 세계의 철학·사상·문학 등 각 분야의 명저를 소개하고 조선 고전해설, 독서와 관련 격언 등 었습니다.
이런 독서 캠페인은 20년대 이전에는 찾아 볼 수 없다
기사를 조금 더 보면


1929년 10월 30일 「<독서주간> 글 읽을 철은 왓다」 
1929년 10월 30일 「낮은 짧고 밤은 길어간다. 독서에 친할 씨-슨은 이때가 한참이다」
1929년 10월 30일 「<독서주간> 글 읽을 철은 왓다」
1929년 10월 30일 「낮은 짧고 밤은 길어간다. 독서에 친할 씨-슨은 이때가 한참이다」
1928년 9월 28일「독서할 시절이 왔다. 눈 위생에 주의 가뎡에 볌연 못할 문뎨의 하나 독서」
1926년 10월 31일 「도서관주간, 경성부내 각 도서관이 일주일간 무료공개」
1925년 11월 15일 「서적대 일할증 폐지운동, 도서관협회에서 독서사상을 보급식히려고」
- 동아일보


1927년 9월 7일 「가을철과 읽을 책의 선택」
1925년 10월 30일「최근 경성도서관의 독서방향. 법률과 정치사회의 열람이 증가 / 각 도서관 무료공개, 내월 1일부터 도서주간을 맞아」 
-조선일보


1927년부터는 독서주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각 신문들은 매년 가을 독서주간에 열리는 독서캠페인에 대한 내용을 홍보하거나 독서를 장려하는 기사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기사는 1925년 부터 시작 되었다
이는 조선총독부도서관이 문을 연 해이기도 하다
총독부도서관은 이 해 가을에 서울에 있던 공공도서관들을 중심으로 도서관협회를 조직, 매년 가을에 도서관 무료공개와 같은 독서캠페인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잠시 중고교 시절의 국사(현 한국사)시간에 근현대사에서 일제침략 제2기를 돌아 보면,
무단통치를 끝내고 문화통치를 표방했던 시기로 출판되는 책들 거의가 다 일본어 서적인 상황에서 독서는 조선인을 일본말과 일본문화에 동화시키기 좋은 문화적 도구였던 셈이다
물론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은 독서를 근대적인 지식과 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실력양성의 도구로 보았고, 애국계몽운동의 차원에서 독서를 크게 권장하기도 했다.

당시의 독서는 문화통치 도구, 실력양성 통로
2019 Children's Book Week 100th anniversary poster | designed by Yuyi Morales

올해는 미국에서 Children's Book Week 어린이 독서 주간이 시작된지 100년이 되는 해다
(100주년 기념일이 눈에 띄게 많은 해다. 우리나라의 삼일운동, 독일의 바우하우스 등)

당시 가장 선진적이라고 평가되던 미국의 도서관체제와 활동을 본받은 일본에서 독서주간이 시작됐고, 이것이 다시 식민지 조선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쉽게도 고사성어를 통해 독서와 계절을 연관지어왔지만, 독서하는 인구가 일부 계급에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가을하면 독서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사회적 영향이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조량이 풍부한 봄·여름의 경우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져서 생식 능력 등이 높아지는 반면 가을은 호르몬 분비가 줄기 때문에 고독함을 느끼면서 차분해 지는 시기로 독서에 전념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不須歎無友 書帙堪輿遊 불수탄무우 서질감여유
無書帙 雲霞吾友也 무서권 운하오유야
無雲霞 空外飛鷗 可托吾心 무운하 공외비구 가탁오심
無飛鷗 南里槐樹 可望而親也 무비구 남리괴수 가망이친야
萱葉間促織 可玩而悅也 훤엽간촉직 가완이열야
凡吾所愛之 而渠不猜疑者 皆吾佳朋也 범오소애지 이거부시의자 개오가붕야
- 靑莊館全書 蟬橘堂濃笑 청장관전서 선귤당농소, 李德懋 이덕무


친구가 없다고 한탄할 것 없다. 책 속에서 천지를 유람할 수 있으니. 
책이 없으면 구름과 노을을 벗 삼으면 된다. 
구름과 노을이 없으면 저 하늘을 날아가는 갈매기에 내 마음을 건네면 된다. 
날아가는 갈매기가 없으면 남쪽 마을 회화나무를 바라보며 정을 들이면 되고, 원추리 잎새 사이의 귀뚜라미를 감상하며 기뻐하면 된다. 
좋은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것을 보면,
내가 사랑해도 나에 대해 의심쩍어하지 않는 것은 모두 나의 좋은 친구다.


오랜만에 카프카를 다시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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