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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Nov 20. 2019

일반인문 CXXI 친구 親舊, 벗, 우인, 동무

학우관계로 전학을 가게 된 학생을 잠시 상담하며 친구를 생각했습니다

날씨때문인지 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에 떠 올려보는 벗.

벗이라하면 고색창연(古色蒼然: 오래되어 예스러운 풍치나 모습이 그윽함)합니다

흔히 친구(親舊)라는 한자 단어를 사용하는데 벗을 이야기하는 한자는 너무 많죠.


문경지우(刎頸之友)와 동의어로 절친한 친구사이는 다음이다.

간담상조(肝膽相照) 간과 쓸개를 비추어 속마음을 터놓음

거립지교(車笠之交) 신분 차이(수레 타고, 삿갓 쓰고)에도 사귐

관포지교(管鮑之交) 관중(管仲) 포숙(鮑叔)과 같은 절친(切親)

교칠지교(膠漆之交) 아교(阿膠) 옻칠(漆)처럼 떨어지지 않음

금란지교(金蘭之交= 계契= 의誼) 황금 난초처럼 귀하고 향기로움

금석지교(金石之交) 금석처럼 굳고 변함없는 친구

기리단금(其利斷金) 금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정도

기취여란(其臭如蘭) 난초향기와 같은 친구

단금지교(斷金之交= 계契) 쇠도 자를 정도의 굳은 사귐

막역지우(莫逆之友= 간間= 교交) 서로 거역하지 않는 사이

망년지교(忘年之交)= 망년지우(忘年之友)= 망형지교(忘形之交)

밀우외우(密友畏友) 힘들 때 돕고 두려워하면서 존경하는 친구

백아절현(伯牙絶絃) 백아의 음악을 알아주는 종자기와 같은 친구

벌목지계(伐木之契) 아무도 없는 산에서 나무하는 친구

빈천지교(貧賤之交) 가난할 때 참다운 친구

수어지교(水魚之交) 물고기와 물처럼 밀접한 친구

심복지우(心腹之友) 마음 놓고 믿는 친구

저구지교(杵臼之交) 절굿공이와 절구처럼 절친한 친구

죽마고우(竹馬故友= 지우之友)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친구

지기지우(知己之友)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지란지교(芝蘭之交) 지초와 난초 같은 향기로운 친구

지음지교(知音之交) 자기의 음악을 알아듣는 친구

총각지교(總角之交) 어릴 적부터 친구

포의지교(布衣之交) 백성인 민초(民草)간의 친구

親舊친구라는 말은 진나라의 陳壽진수가 지은 三國志삼국지*에 처음 등장하는것으로 보입니다 

(*삼국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삼국지연의-가 아닌 역사서)


夜聚親舊員坐 야취친구원좌 

-三國志 卷30 魏書 烏丸鮮卑東夷傳  삼국지 권30 위서 오환선비동이전


親舊친구에서 親친은 친척을 의미하고 舊구가 지금의 친구를 뜻합니다.

이는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서 舊구가 동의어 故고로 기재된 親故친고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도 친척과 친구를 함께 나타내는데 여기서의 故(옛 고)는 아주 먼 과거 →오랜 교분 → 친구를 의미합니다.


國形不便故馳 국형불편고치 交不親故割 교불친고할 

-史記 泰攻陘 사기 태공형


그래 서양의 friend는 서로 개념이 약간 다릅니다.

friend는 사랑하다를 뜻하는 고대영어 frēogan에서 비롯된 말로 기간 조건이 없기 때문에, 만난 지 얼마 안되었어도 의기가 통하면 friend라 말할 수 있지만 親舊라는 말에는 오랫동안이라는 조건이 걸려 있는것이죠. 

벗은 ㄷ 받침의 벋으로 팔을 기꺼이 '뻗(벋)을=내밀 수 있는' 이가 곧 벗입니다. 

오랜 사이라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내민 손을 뿌리칠 수 있으니 그 때는 이미 친구가 아닌 것이되는것이겠죠.

이외에  우인이나 동무가 있지만 우인은 결혼식 같은 예식에서나 겨우 듣게 되었고, 동무는 이데올로기 대립 과정에서 거의 죽은 말이 되었습니다.


어려서 많이 들었던 박태준 작곡·이은상 작사  동무생각(원래 이름은 思友사우)에도 동무가 등장하고, 현제명 작사·작곡의 고향생각에서도 동무가 나오는것처럼 지금 50대이상에게는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죠.

북한의 조선어사전에서 동무는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라 풀이하고 있으니 안타깝게도 사상논쟁으로 번질 수 밖에 없었던것이겠죠.


앞에 책에 관한 글에서 간서치 이덕무에 관해 살짝 실어 봤는데, 오늘은 그의 벗, 燕巖 朴趾源 연암 박지원과의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만약에 나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의 을 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10 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오색실을 물들일 것이다. 

~ 중략~ 

끼니마다 밥을 먹고, 

밤마다 잠을 자며, 

껄껄대며 웃고, 

땔나무를 해다 팔고, 

보리밭을 김매느라 얼굴빛은 새까맣게 그을렸을지라도 천기가 천박하지 않은 자라면, 

나는 장차 그와 사귈것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은 존경하고 사모하며 

나와같은 사람은 서로 아껴주고 격려해 주며, 

나만 못한 사람은 불쌍히 여겨 가르쳐 준다면 

이 세상은 당연히 태평해질 것이다. 


가장 절실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에 만났던 이 사람... 책에 미친 바보 형암 이덕무를 바라보던 연암.

이덕무가 죽자, 

연암 박지원은 이리저리 방황하고 울먹이며 혹시라도 이덕무같은 사람을 만날수 없을까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라고 했던 이덕무와 박지원의 깊은 나눔.

그의 글을 생각하며 읽다보면 늘 간구하던 그런 벗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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