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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Dec 13. 2019

일반인문 CXXII 미네르바의 부엉이

; 유럽신화은유와 우리속담에 대하여,  Eule der Minerva

'일루미나티'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상징으로 알려진 눈동자는 사실 이들의 상징이 아니며, 실제 상징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알려지고 있다.

-네이버뉴스 2019.11.04.


사각형으로 지은 건물들 안에 만들어 놓은 작은 뜰에는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의 동상이 먼 사르데냐섬에서 이곳으로 유학와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진리를 찾아 헤매던 그람시를 포함한 이탈리아의 많은 젊은이들의 고뇌와 지적 방황의 역사를 증언해주고 있었다.

-경향신문 2019.08.06


"다수가 이용할 수 있게 요금 부담이 적어야 하고, 없던 차량을 보태는 게 아니라 이미 운행 중인 차의 빈 좌석을 활용해 교통 혼란과 대기오염을 줄여야 하며, 장기적으로 '자동차 무소유시대'를 가져올 혁신적 교통수단…"

고뇌 속에서 (숱도 없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두피를 스치고 날아올랐다.

-오마이뉴스 2019.06.10.


미네르바 벽 조각

연말연시면 의례, 터지는 사고, 책임논란 등 대형 사고가 터진 후에 나오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이야기를 열어 봅니다.


헤겔의 법철학 서문에 씌여진 글이죠.

die Eule der Minerva beginnt erst mit der einbrechenden Dämmerung ihren Flug.

미네르바의 부엉이(또는 올빼미. 굳이 따지자면 올빼미가 더 맞죠) 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때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때 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등장했던 미네르바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전격 체포됨으로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미네르바는 로마신화에 나오고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에 해당하는 '지혜의 여신'으로,국어사전에도 올라와 있는 단어죠.

제우스의 딸인 미네르바는 제우스의 머리에서 창과 방패로 무장한 채 태어나며 태어나면서부터 지식의 여신이자 전쟁과 평화의 여신으로 여겨졌습니다.

미네르바는 항상 신조(神鳥)인 부엉이*를 대동하고 다녔는데,그는 이 부엉이를 통해 지혜와 명철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여신을 가리키는 새이자 동시에 '지혜'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죠.

(*원래 미네르바의 신조는 까마귀였는데 미네르바의 비밀을 누설한 죄를 짓고 신조의 자리를 부엉이에게 내주었다고 합니다. 그 부엉이는 원래 Lesbos레스보스 섬의 Nyctimene뉘티메네였는데, 자신의 아버지와의 통정의 죄로 인해 부엉이가 된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사람들의 눈이 있는 낮에는 웅크리고 있다가 밤이 되어서야 활동한다고 한다고 합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헤겔은 철학을 부엉이에 빗대 '이성적인 철학이나 진리는 시대를 앞서거나 함께 가기보다는 한 시대가 다 끝나갈 무렵에야 드러나게 된다'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부엉이가 낮에는 움직이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살펴보다 어둠이 내려서야 비로소 움직이는 것과 같이 지혜나 철학도 곧바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을 살피고 더듬어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는 뜻에서 한 말이죠.


Tetra drachmon 4드라크마 앞면 아테네 뒷면 올리브가지위 올배미

미네르바의 부엉이 말고도 유럽신화에서 시작되어 관용구로 사용되는 말에는 호기심을 대표하는 판도라, 인간의 욕망과 자만을 상징하는 이카루스등도 있겠죠.

그 만큼 그리스 로마신화의 언어가 인류 언어문화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커서 영어권의 어휘를 풍부하게 하고 각종 학술용어를 빌려오는 토대가 되기도 했고 글쓰기에서도 그리스 · 로마신화는 설득력과 읽는 맛을 더해주는 수사법의 보물창고로 자주 인용되고 있죠.


그럼 부엉이가 나온 길에 우리말 속담에서 등장하는 부엉이도 찾아봅니다


-부엉이 곳간 : (부엉이가 둥지에 먹을 것을 많이 모아 두는 버릇이 있다는 데서)없는 것 없이 무엇이나 다 갖춰져 있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부엉이 셈 치기 : 세상물정에 매우 어두운 사람의 셈을 가리키는 것으로,'부엉이가 수를 셀 때 반드시 짝으로 하므로 하나가 없어지는 것은 알아도 짝으로 없어지는 것은 모른다'는 데서 나온 말.


-부엉이 방귀 같다 : 부엉이는 조그만 일에도 잘 놀래므로, 심지어 제 방귀에도 놀란다는 말이니 잘 놀라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


-부엉이 소리도 제가 듣기에는 좋다 : 자기 결점은 모르고 제가 하는 일은 다 좋다고 할 때 빈정거리는 말.


-부엉이 집을(자리를) 얻다 : 부엉이는 닥치는 대로 제집에 갖다 두어서 거기에는 없는 것이 없다는 데서, 횡재를 했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


-날 샌 올빼미 신세 : 힘없고 세력이 없어 어찌할 수 없는 외로운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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