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내일이면 양력으로 2019년의 마지막날입니다.
12월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섣달 그믐, 세밑, 세모등은 모두 음력 12월 마지막 날을 나타내지만 아무래도 연말 분위기는 양력이 더 많이 느껴지기에 이 이야기를 해 봅니다.
섣달그믐 | 명사,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제일.
세밑 | 명사, 한 해가 끝날 무렵. 설을 앞둔 섣달그믐께를 이른다. ≒궁랍, 설밑, 세만, 세말, 세모, 세저, 세종, 역미, 연종.
歲暮 세모 | 명사, 한 해가 끝날 무렵. 설을 앞둔 섣달그믐께를 이른다. =세밑.
暮모는 저문다는 뜻으로 섣달그믐(12월30일)을 달리 부르는 말이죠.
90년대를 살아가던 시절엔 연말에 틀어져 흐르던 방송가의 이야기에서 세모라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러웠지만 언제부터인가 세모라는 말이 미디어어에서 생소하게 들려집니다.
그만큼 사용하지 않기때문일것입니다.
어쨌든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인 歲暮세모.
과거를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도 세모에 지난 삶을 돌이키는 모습으로 글을 남겼습니다
함께 올해 마지막 글을 올립니다.
그저 많은 날들중 하루하루지만 뒤를 돌아보며 쉼표를 찍고 새로이 다음을 준비한다는 의미로는 나쁘지 않겠죠.
세모에 지난해 느낀바를 쓴다는 뜻의 세모서회歲暮書懷는 최치원 선생이 당에 유학시절 종사관으로 모신 唐당의 문신 高騈고병의 訪隱者不遇방은자불우라는 시에서 나온 말이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세월이 빠름을 알았고
세월이 내 뜻을 알바 없다는 듯 어느덧 서산에 기웃.
적당히 취한 술에 시 한수 읊으며 혼자서 스스로 위로
가는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보낸다.
落葉歸根流歲月 낙엽귀근유세월
歲暮書懷癸巳去 세모서회계사거
半醉閑吟獨自慰 반취한음독자위
光陰夢流心載去 광음몽류심재거
조선 영조대에 영의정까지 역임한 문신 조현명은 피비린내 나는 당쟁을 해소하기 위해 탕평책 실시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한해가 저물 녘에 붓을 들었습니다.
새록새록 솟아나는 상념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에게 세밑은 반성과 회한의 시간이었겠죠.
세월이 나와 함께 하지 않아 올해도 어느덧 다 가는구나.
지나온 50여 성상, 많은 덕 쌓고 큰 업적을 남기길 바랐었지.
어찌하여 길을 잘못 들었을꼬 문장에서도 별달리 이룬게 없네.
후회해본들 이미 늦었으니 누가 그 잘잘못을 가릴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대느라 궁벽한 집에서는 탄식소리만 나오네
옛사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면 공자님 찾아가 여쭈어 보리라.
- 趙顯命 조현명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다산도 같은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세밑의 누산에 눈이 깊어 시냇가 응달에 찾아오는 거마 없다.
세상 티끌을 벗어날 기운을 항시 지니매 우주 이치 탐구할 마음을 지니게 되었도다.
하늘 닿는 부귀도 결국은 소멸하리 사방 풍광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고말고.
망념으로 이러니저러니 헤아리지 말자꾸나 재목이 등림에서 늙었단 말 믿지 못해라.
歲暮 세모
歲暮樓山雪正深 絶無車馬到溪陰 세모누산설정심 절무거마도계음.
恒存洒脫塵埃氣 遂有硏窮宇宙心 항존쇄탈진애기 수유연궁우주심.
富貴極天終有盡 風烟滿地可相尋 부귀극천종유진 풍연만지가상심
休將妄念商量去 未信奇材老鄧林 휴장망념상량거 미신기재노등림.
-與猶堂全書 여유당전서
동시대에 살았던 시인 이규상의 아들, 이장재李長載가 쓴 세모서歲暮序라는 글에서 삶의 세모를 이야기하듯 道學도학과 功績공적, 그리고 文章문장이 인생에서 썩지 않는 세가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네살 제왕의 스승이된 甘羅감라(진나라의 장군)와 열일곱 살에 江東강동 땅을 평정한 孫策손책(삼국시대 오나라의 장군), 그리고 스물네 살에 公侯공후에 봉해진 鄧禹등우(후한 광무제 때의 장군)를 예로 들며 자신이 서른이 넘으며 이루지못한 일에 대해 한 해가 저무는 것을 슬퍼하는 글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저도 슬픈 한해의 마지막을 조용히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