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은 나와 더불어 있지 않다
차가운 기온이나 환절기면 부고가 많다.
지난 저녁에 날아온 부음으로 또 다시 너무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 올린다.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아쉽고 죄송스러운 마음은 오늘도 가슴 한켠을 누른다.
날이 가고 달이 가니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오.
日月逝矣 歲不我與 일월서의 세불아여
-論語 陽貨 논어 양화
양화는 공자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계손씨의 잔치에 갔을 때 문전박대하여 내쫓은 적이 있는 인물이다.
노나라 정공 때, 당시 노나라 소공을 축출하고 권력을 거머쥐었던 계평자가 죽고 아들인 계환자가 권력을 승계하면서 가신들이 정사를 전횡하는 시대에 계씨의 가신이었던 양화(陽貨) 역시 반란을 일으켜 계환자를 가두고 권력을 휘두르던 상황이었다.
그는 공자의 명성을 빌려 자신의 지위를 정당화하려고 공자를 누차 만나려 하였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에 양호는 공자가 없는 틈을 타 삶은 돼지를 폐백으로 보냈다.
당시의 예법에 의하면, 주인이 집에 있어 직접 선물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답례하고, 주인이 없을 때 선물을 받게 되면 그 주인이 직접 답례품을 갖고 상대방 집을 방문해야 했다
양화는 이를 이용해 공자로 하여금 자기 집을 방문하게 했다.
그 뜻을 파악한 공자는 양화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폐백을 갖고 가다가 그만 길에서 양호를 만나게 되었다.
양화는 온갖 미사여구로 자기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였으나, 공자는 완곡하게 거절한다.
주자는 양화가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권학문(勸學文)을 지었다.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물위금일불학이유래일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물위금년불학이유래년
日月逝矣 歲不我延 일월서애 세불아연
嗚呼老矣 是誰之愆 오호노의 시수지건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올해 배우지 아니하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해와 달은 가도다. 세월은 내가 늘이지 못하니라.
아아, 늙었도다. 이 누구의 허물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