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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an 19. 2020

일반 인문 CXXVII 횡설수설 橫說竪說

; 다 꿰뚫어 알고 있음

李穡極稱之曰 이색극칭지왈

夢周論理 橫說竪說, 無非當理. 몽주논리 횡설수설 무비당리

推爲東方理學之祖. 추위동방이학지조 

-高麗史 列傳 卷30, 鄭夢周傳 고려사 열전 30권 정몽주전


이색이 정몽주를 칭찬하면서,

몽주는 토론을 할 때 횡설수설하여도 이치에 맞지 않음이 없으니 

동방이학*의 으뜸이다라고 말했다.


(*東方理學동방이학: 정몽주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영천의 임고서원 현판으로 성리학의 원조 대가란 말)

포은 정몽주는 고려 말기 三隱삼은(정몽주, 이색, 길재)의 한 사람으로 정몽주 하면 선죽교의 핏자국이 떠오를 정도로 그는 고려 왕조를 위해 충절을 바친 충신으로 기억됩니다. 

조선 전기 사대부는 정몽주를 ‘東方理學之祖 (동방 성리학의 원조)’라고 추앙하였는데, 이것은 정몽주가 고려 사회에서 처음으로 정주학의 방식으로 유교 경전을 해설했던 교육자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오고 ‘횡설수설(橫說竪說)’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벽암록(碧巖錄)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하루는 황벽스님이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우두 법융 스님이 자유자재하게 이리저리 말하지만 아직도 향상의 핵심을 모르고 있다.

牛頭融大師 橫說豎說  우두융대사 횡설수설


어라,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와 사뭇 다름을 알수 있습니다.

이렇게 느껴지는 까닭은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쓰이는, 즉 변질된 의미로 정착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볼까요.


전신마취 후 암 수술받은 아버지 횡설수설하면 '치매' 가능성

-조선일보 2019.12.07


사형 구형 안인득, 끝까지 "날 정신이상자로 내몬다" 횡설수설

-중앙일보 2019.11.27


요즘에는 횡설수설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뉴스 검색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횡설수설 (橫說竪說) | 명사, 조리가 없이 말을 이러쿵저러쿵 지껄임. ≒ 횡수설거, 횡수설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


지금은 '조리 없이 말을 이러쿵저러쿵 지껄임'이란 뜻이지만 원래는 '가로로나 세로로나 다 꿰뚫어 알고 있음(橫說竪說)'을 나타내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부처님도 설법할 때 횡설수설하셨고 소동파는 중국에서,정몽주는 고려에서 횡설수설을 가장 잘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김언종, 한자의 뿌리2, 문학동네, 2001.


워낙 박학다식하며 말을 잘한다는 의미에서 이말저말 함부로 말한다는 의미로 전이된 것이라는 풀이가 유력한것이죠.

그래 포은 정몽주에 대한 평가는 본뜻에 걸맞게 그의 성균관 강의는 이지적이고 논리적인 명품 강의로 정평이 있었던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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