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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an 26. 2020

일반인문 CXXVIII 새해, 설, 까치설

; 설에 관한 이야기

舊正구정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력 1월1일을 新正신정이라 부르는것에 대비한 말이죠.


전통적 시간체계는 1896년을 기하여 공식적으로는 양력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양력설을 신정이라 부르던것은 일제강점기 메이지유신으로 서구화된 일본의 강요로 시작된 것입니다.

신정의 강요는 광복 후에도 계속됐는데 정부는 1950년대에 음력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음력설을 공휴일에서도 완전히 제외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도 이른바 舊正구정은 버려야 할 구시대의 문화로 치부되었습니다.


옛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 했던 당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모순되게 음력설에 차례를 지냈습니다.

공휴일도 아닌날에 부랴부랴 새벽 차례상을 보아야 했죠.

이 후 계속된 음력설을 고수는 결국 정부는 손을 들고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고 1989년에 와서는 본래의 설로 제 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구정이란말이 오히려 구태의 단어로 전락한것이죠.

다양한 이유로 신정을 강요했지만 본래의 설 만큼은 없앨 수 없는 고유의 명절이었던것입니다.

섣달그믐이라는 말도 양력12월 31일이 될 수 없는것이 그믐은 朔日삭일(달이 황도黃道를 지나는 순간으로 당의 모습이 보름과 반대인 가장 작은 날)전날이기때문입니다.

올해는 설이 양력1월25일이니 섣달그믐은 바로 오늘, 양력1월24일이되는셈이죠.


설날은 새해를 시작하는 날로 새로움이나 새 출발의 의미가 강하지만 섣달그믐날 밤을 지새우고 맞으니 오히려 시간의 연속성이 강조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선조들은 밝은 불과 요란한 소리로 잡귀를 쫓는 도교 풍습에서 시작된 그믐날 집 안팎을 대청소하고 집안 구석구석 불을 밝히는 한편 한밤중에 대나무에 불을 지펴 요란한 소리를 냈습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대포를 쏘고 무서운 방상시탈을 쓰는 儺禮나례(악귀를 쫓기 위해 베푸는 의식)를 행했습니다.

남은 음식과 바느질감도 해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이런 일련의 풍습은 새해를 경건하기 맞이하기 위해서였죠.

새 출발을 위해 다 비우자는 뜻입니다.

방상시탈

묵은 세배를 행했던 섣달 그믐을 까치설이라 합니다.

까치설은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로 시작하는 '설날'이란 노래에 나오는 '까치설'은 어원이 분명치 않은 말입니다.

국어학자 서정범 교수는 이를 '아치설'에서 왔을 것으로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아치'는 '작다(小)'란 뜻을 가진 옛말인데, 설 전날을 작은설이란 의미에서 아치설이라 부르다 음이 바뀌어 까치설이 됐다는 것이죠.


이와 함께 이야기되는 설화가 있죠.

삼국유사에 나와있는 신라 소지왕 설화입니다.


왕비가 한 승려와 내통해 왕을 시해하려 했지만, 왕은 까치·돼지·용·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고 이에 왕은 보은하기 위해 이들의 기념일을 정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쥐·돼지·용은 12지 동물이어서 따로 기념일이 필요 없어서 결국 까치의 날만 정했는데, 그날이 설 바로 앞날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이 조차 국립국어원은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이고 전래되는 사이 와전된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까치-설 | 명사,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 =까치설날.

묵은-세배歲拜 | 명사, 섣달 그믐날 저녁에 그해를 보내는 인사로 웃어른에게 하는 절. ≒구세배.

설1 | 명사

1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 정월 초하룻날이다. =설날.

2 음력설과 양력설을 통틀어 이르는 말.

3 새해의 처음. ≒세시, 연수, 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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