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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08. 2020

일반인문 CXXXI 賣暑매서와 賣癡매치

; 더위도 팔고 바보스러움도 팔고...

더위는 많이 파셨나요?

정월 대보름입니다.

앞에서 대보름관련한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 당일이다보니 더위파는 세시풍속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아침 일찍이 일어나 해뜨기 전에 개에게는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꺾어 개 목에 둥글게 걸고, 소에게는 왼새끼를 꼬아 목에 매달며 "금년에는 더위먹지 말아라" 하고 나서 동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름을 불러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게" 하여 더위를 파는 풍습으로 만일 상대방이 먼저 "내 더위 사가게" 하고 말을 하면 오히려 더위를 사는 수도 있다고 하죠.


더위-팔기(매서 賣暑) | 명사, 민속, 음력 정월 대보름날 하는 풍속의 하나. 이날 오전에는 남을 만나 이름을 부르더라도 대답을 하지 않는데, 만약 대답을 하면 ‘내 더위.’, ‘내 덕새.’ 또는 ‘내 더위 사 가게.’ 라고 말하여 대답한 사람에게 더위를 판다. 이렇게 하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대보름날 행사중 하나였던 ‘더위팔기’ 기원에 대해서는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동국세시기’를 이야기 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해뜨기 전까지 더위팔기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해가 뜬 뒤에는 효험이 없어 아침 일찍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상대방이 응대하면 “내더위 사가라”고 소리치면 그해 더위를 타지 않고 넘어간다고 믿었고 지역에 따라 자기 나이만큼 더위를 팔아야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곳도 있습니다.


더위팔기는 말에 영이 있다고 믿는 것과 불행이나 재해를 막으려고 주문을 외거나 술법을 부리는 일이라는 의미의 소위 언령주술(言靈呪術)을 근간으로 한 예방적 속신 행위로서, 개인적인 건강을 목적으로 행해집니다. 

여름 뙤약볕 밑에서 많은 농사일을 해야 하며 또한 날씨 때문에 탈진하기 쉬운 사람들에게 더위는 크게 염려되는 것이겠죠. 

민속적으로 우리나라에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는 다양한 피서避暑 방법들이 비교적 발달해 있는 것도 더위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더위팔기는 피서와 다른 측면에서 주술적 지지를 받는 일종의 방서(防暑)*라고 할 수 있는데, 방식은 다르지만 주술적 힘을 빌려 여름을 이겨내는 속신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방서2 防暑 | 명사, 더위를 막음. 또는 더위를 막기 위한 건물.


강원도 지역에서는 주로 정월 열나흗날 아침에 하며,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2월 초하루에 더위팔기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더위팔기가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에 행해 졌다면 ‘내바보 사려~’라는 의미의 賣癡매치는 섣달그믐에는 새해 첫날 나의 어리숙함을 남에게 넘김으로써 어리숙함으로 인해 겪을 액운을 미리 떨어 버리려는 풍속이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고단한 삶을 살고, 귀한 재주를 지닌 사람이 그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볼 때, 지혜는 액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액을 부르는 것이고 어리숙함은 액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액을 피하게 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여겨 무지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며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결론을 내려 버릴 수도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액일까요.

내 바보 사려


거리에서 소년들 외치고 다니면서 팔고 싶은 물건이 하나 있다 하네

무엇을 팔려느냐 물어보니까 끈덕지게 붙어 다니는 바보를 팔겠다네

늙은이가 말하기를 내가 사련다, 값도 당장에 너에게 치뤄 주지

인생살이 지혜는 필요치 않아 지혜란 원래 근심만 안기는 걸

온갖 걱정 만들어 내 평화로움 깨뜨리고 별의별 재주 부려 책략을 꾸며내지

예로부터 꾀주머니 소문난 이들 처세는 어찌 그리 궁박했던가

환하게 빛나는 기름 등불 보게나 자신을 태워서 없애지 않나

짐승도 그럴 듯한 문채 있으면 끝내 덫에 걸려 죽고야 말지

그러니 지혜란 없는 게 낫고 바보가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로세

너에게서 바보를 사 오는 대신 나의 교활한 꾀 건네 주리라

눈 밝지 않아도 볼 것은 다 보이고 귀 밝지 않아도 들을 것은 다 듣나니

아 새해는 크게 복되겠다, 점쳐 보지 않아도 벌써 알겠네


街頭小兒呌 有物與汝賣 가두소아규 유물여여매

借問賣何物 癡獃苦不差 차문매하물 치애고불차 

翁言儂欲買 便可償汝債 옹언농욕매 변가상여채 

人生不願智 智慧自愁殺 인생불원지 지혜자수살   

百慮散冲和 多才費機械 백려산충화 다재비기계  

古來智囊人 處世苦迫隘 고래지낭인 처세고박애  

膏火有光明 煎熬以自敗 고화유광명 전오이자패

鳥獸有文章 罔羅終見罣 조수유문장 망라종견괘 

有智不如無 得癡彌可快 유지불여무 득치미가쾌 

買取汝癡獃 輸却汝狡獪 매취여치애 수각여교활

去明目不盲 去聰耳不聵 거명목불맹 거총이불외 

新年大吉利 不用問蓍卦 신년대길리 불용문시괘 

- 谿谷集 賣癡獃, 張維 계곡집 매치애, 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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