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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06. 2020

일반인문 CXXX 정월 대보름

; 귀신날, 농사력과 함께했던 정월 대보름 이야기

대보름이 바로 앞이네요

정월 대보름이 명절로 두드러진 이유를 먼저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수확기의 명절인 한가위가 우리의 최대 명절임을 보여주는 세간에 떠도는 말입니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 이르러 한반도 중, 남부의 논농사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앙법*.

모내기를 하게되면서 농사력은 한달 정도 뒤로 밀리게되고 일부의 올벼*를 제외하고는 벼가 채 익지 않은 상태로 추석을 맞게 됩니다

(현재 추석에 대부분의 논은 가을걷이 전이죠)

그러니 추수할 일을 남겨두고 놀이판이 크게 벌어지기 힘들어 지겠죠.

그럼 이제 큰 놀이판은 겨울차지가 되어정월 대보름은 명절로서 부상하게 된것이죠.

지금 우리사회에서 본다면 정월 대보름은 오곡밥먹고 귀밝이술* 마시는 날정도 되지만 당시 농민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것이죠.


*이앙법 移秧法 | 명사, 농업, 모를 못자리에서 논으로 옮겨 심는 농사 방법.=모내기법.

*올벼 | 명사, 농업, 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조도, 조양, 조종.

*귀밝이술 | 명사, 민속』, 음력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마시는 술. 이날 아침에 찬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한 해 동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된다고 한다. ≒귀밝이, 명이주, 이롱주, 이명주, 청이주, 총이주, 치롱주.


1년을 힘들게 일하고 가을걷이로 숨을 돌리고나면 이제 한판 신명나게 놀이판을 벌였던 한가위의 위상이 떨어지자, 새해들어 처음으로 가득 차는 달이자 또다른 큰 보름달인 저월 대보름달의 기운을 받는다는것이 놀이의 동기이자, 명분이 되었던것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농사의 시각으로 본다면 엇그제 지난, 2월4일경에 드는 입춘을 전후로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는것입니다.

정월 대보름의 이러한 농사력적 의미의 지속은 동제洞祭*, 산신제등 마을단위 공동체 의례에 수반되는 각종 놀이-두레놀이, 지신밟기, 횃불싸운, 다리밟기, 줄다리기, 석전 등-가 집중되는 독특한 색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또한 정기가 가득찬 대보름달을 통해 한해 농사를 점치는 점풍占風, 한해의 풍작을 비는 기풍祈豐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런 의례적인 내용이 있다면 좀 더 농심으로 바라본다면 본격적인 농사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크게 한번 놀아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가다듬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한기에서 농사철로 접어드는 변곡점역할을 했던 대보름은 하루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혹시 들어보신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서양의 Halloween할로윈에 필적할 '귀신날’*이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의 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할로윈'은 원래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외국에서는 모든 성인의 날인 11월 1일의 바로 전날 10월 31일 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되살아난다고 믿고 있었죠.

이때 되살아난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이들이 귀신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귀신날'이라고 불리는 음력 1월 16일에는 한국 전통 귀신들이 활개 친다고 알려졌습니다.

눈, 코, 입이 없는 달걀귀신, 입이 찢어진 손각시, 몽달귀신, 처녀귀신 등 사연에 관계없이 총집합합니다.

이날만큼은 많은 사람이 바깥 외출을 삼가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쉽니다.

귀신날 일을 하거나 남의 집에 방문하면 귀신이 붙어와 몸이 아프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우리 선조들은 귀신들을 어떻게 쫓아냈을까요.


우선 논두렁, 밭두렁에 대나무를 태워, 태우면 폭음이 나는 것을 이용해 귀신들을 쫓아냈습니다.

또한 부녀자들은 널을 뛰거나 윷을 던져 놀기도 했는데 이는 귀신 머리를 한 번에 때리기 위함이라고 전해집니다.

불을 놓아 귀신을 소멸시키거나 놀이를 통해 파괴시키는 방법은 모두 주술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사실 이 ‘귀신날’은 정월 보름까지 마을 축제를 즐기다 하루 더 놀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날 마을 축제에서 많은 이들이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놀았습니다.

축제를 즐긴 뒤 다음날 일을 나가야 하지만 바로 일에 집중하기 힘이 들다보니 16일을 귀신의 날로 만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할로윈을 따라 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전통 '귀신날'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요.


'귀신날'이 가장 정확하게 보고된 지역은 경기 파주 지역입니다.

반면 경남 서부지역에서는 '고마이날' 이라하여 마지막 노는 날로 여겼고 16일을 '암고마이날', 17일을 '수고마이날'로 부르고 노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는 정월 초하루부터 놀았으니 그만 놀자는 뜻과 정월 대보름에 이어 이제 마지막으로 놀겠다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동제3 洞祭 | 명사, 민속,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켜 주는 신인 동신(洞神)에게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 마을 사람들의 무병과 풍년을 빌며 정월 대보름날에 서낭당, 산신당, 당산(堂山) 따위에서 지낸다. =동신제.


*귀신날 鬼神날 | 명사, 민속, 음력 1월 16일을 이르는 말. 

귀신이 따르는 날이라 하여 먼 나들이를 삼가고 집에서 쉬면서 밤에 콩을 볶으며, 대문 앞에서 목화씨나 고추씨 같은 것을 태우기도 한다. ≒귀신단오.


귀신-단오 鬼神端午 | 명사, 민속, 음력 1월 16일을 이르는 말. 귀신이 따르는 날이라 하여 먼 나들이를 삼가고 집에서 쉬면서 밤에 콩을 볶으며, 대문 앞에서 목화씨나 고추씨 같은 것을 태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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