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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13. 2020

일반인문 CXXXI 영수회담(?), 영수領袖

;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

며칠 영화 기생충으로 한바탕 떠들석했네요

아카데미 시상식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이로 총선정국임을 보여주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나름 활발해 보입니다.

월요일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기사가 올라왔네요.

설 전후에는 황교안 대표의 같은 내용이 있었고요


손학규 "거국적 단합 필요...여야 대표 영수회담 제안" - YTN 2020.02.10.

靑 “황교안 영수회담 구체적 제안하면 검토할 것…문 대통령은 언제든 만날 용의” -한국일보 2020.01.22.

재밌는것은 이명박 정부시절과 노무현 정부시절에 ‘영수회담’이라는 말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수회담이 아니라 청와대 회동으로 불러달라." 

"영수회담은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했을 때 대통령이 여당 총재 자격으로 직접 야당 대표를 상대하면서 나온 용어"라며 "지금은 적절치 않다"고 26일 말했다.  -2011


나는 행정부의 수반이지 여당의 영수가 아니다 -2013


어찌되었든 '영수회담(領袖會談)'은 주로 언론에서 많이 쓰는데 대통령과 정당 대표의 회담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 언론사에서는 영수는 조선시대 당쟁과 연결된것으로 송시열은 노론의 영수, 윤증은 소론의 영수로 불렸던 게 발단이 됐다고 합니다.

볼까요


'영수회담'이란 말은 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는 아니죠.

언론에서 '영수(領袖)'라는 단어에 '회담'을 붙여 만들어 쓰는 것일 뿐입니다.


'영수'는 '옷깃 령, 소매 수'로 이뤄진 단어로 '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쓰여왔습니다.

그러니 '영수회담'은 사전적으로만 보면 '지도자들 간의 회담'이지만 경험적으로나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쓰는 의미는 '대통령과 야당 총재 간의 회담'을 지칭하는 것으로 더 많이 받아들여진것이죠.


영수8 領袖 

명사, 1 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 2 장로교에서, 조직이 아직 갖추어지지 아니한 교회를 인도하는 임시 직분


領 옷깃 령을 분해하면...

우선 令(령)은 사람들을 모아놓고(집) 굴복(절)시키는 명령을 내리는 글자였는데 점차 '우두머리'나 '하여금'이라는 뜻으로 확대되었습니다.

頁(머리 혈)은 사람으로 대비되는 말로 머리, 얼굴, 수염으로 나뉘는 몸의 머리를 나타내니 명령(令)하는 우두머리(頁)의 領령.

이렇듯 ‘領령’의 대표적인 뜻은 '거느리다'란 것이지만 본래는 '옷깃'을 뜻하는 말이죠 


우리는 예부터 의관에서 '옷깃'을 매우 중요시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우리말 속에서도 '옷깃을 여미다'란 관용구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경건한 마음으로 옷을 가지런하게 하여 자세를 바로잡다'란 뜻으로 쓰이는 말이죠. 

이때 옷깃은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목에 둘러대어 앞에서 여밀 수 있도록 된 부분'을 말합니다.

양복으로 치면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입니다. 

삼국시대의 의복에서도 옷깃과 소매를 강조하고 있다.

袖 소매 수

부수 衤옷 의 변이죠. 

옷을 입으면 팔은 소매로부터(由유) 나오게 됩니다.

역시 옷을 입을 때 대표적으로 상징이 되던 부분입니다.


결국 '령'과 '수'는 옷차림에서 제일 중요시하게 여기던 부분이었고, 여기서 '영수'란 말이 어떤 무리의 지도자라는 뜻으로 확장돼 쓰이게 된 것입니다. 

우리 한복에는 지금처럼 소지품을 넣는 주머니가 따로 없었죠. 

대신에 간단한 소지품들을 윗저고리 소매에다 넣었다. 윗옷의 좌우에 있는 '소매'는 두 팔을 꿰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도 주머니 역할을 한 이 소매가 한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입니다. 

'소매 수'자가 한자에 남아있는, 지금도 많이 쓰이는 말이 '수수방관(袖手傍觀)’입니다. 

영(領)을 옷 뒤에 가하는 그림-세종실록 134권, 오례 흉례 서례 상복 상복을 재단

중국 여배우 공리가 주연한 `인생`이란 영화의 원작자인 余華위화는 10개의 키워드로 중국을 설명햇는데 그 10개 단어 중 하나가 `영수(領袖)`입니다. 

"영수에겐 특권이 하나 있다. 톈안먼(天安門) 성루에서 국경절 퍼레이드를 사열하면서 오직 혼자서만 행진하는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 수 있는 특권"

중국에서는 한때 모택동의 사유어였습니다.

모택동을 제외한 그 어떤 지도자도 수식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이었습니다.

그 만큼 절대적 우두머리의 의미를 가진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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