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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r 31. 2020

일반인문 CXXXV 햇무리

;  무리, 빛이 굴절되어 형성되는 대기광학현상

코로나19와 총선 기사로 지상이 도배되고 있던 지난 토요일 재미있는 천문현상이 짧게 소개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서울시내 상공에서 포착된 ‘햇무리’가 그것입니다.

‘달무리’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비해 ‘햇무리’는 조금은 낯설다는 느낌입니다.

‘결코 죽지 않는다’라는 영원불멸의 의미와 함께 행운을 의미로 해석하기도하는 햇무리는 일상속에 잠시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 좋은, 휴식 같은 시간인것 같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서는 이를 이렇게 표현 합니다.


햇무리 | 명사. 햇빛이 대기 속의 수증기에 비치어 해의 둘레에 둥글게 나타나는 빛깔이 있는 테두리. ≒일관일운일훈햇물.

달무리 | 명사. 달 언저리에 둥그렇게 생기는 구름 같은 허연 테.≒월운, 월훈


무리 | 명사, 천문, 구름이 태양이나 달의 표면을 가릴 때, 태양이나 달의 둘레에 생기는 불그스름한 빛의 둥근 테. 대기 가운데 떠 있는 물방울에 의한 빛의 굴절이나 반사 때문에 생긴다. ≒ 광환光環, 빛무리, 헤일로

 달무리 출처 Alyn Wallace Photography


‘무리’는 해와 달을 둘러싸고 있는 빛의 고리로, 얼음 알갱이에 의해 빛이 굴절되어 형성되는 대기광학현상을 말합니다. 

빙정(얼음 알갱이)은 육면체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빛이 통과할 때 굴절과 분산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22° 무리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리현상으로, 대기의 상층에서 발생하는 구름(권운, 권층운)이 태양이나 달을 가렸을 때 나타납니다.   

태양을 가렸을 때 ‘햇무리’가, 달을 가렸을 때는 ‘달무리’가 나타납니다. 

지상에서 봤을 때 시각이 약 22°인 것을 22° 무리라고 하며, 매우 드물게는 시각이 46°가 되는 무리도 나타나는데, 이를 46° 무리라고 합니다. 

지구과학산책의 22° 무리, 46° 무리 발생과정

대기 상층은 차갑기 때문에 빙정이 많이 존재하고, 빛이 이렇게 많은 빙정을 통과하면서 굴절이 많이 일어나 발생하는 것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는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얼음알갱이의 굴절과 분산이 각도에 따라 ‘무리해’(sundog, parhelia), ‘해기둥(sunpillar)’, ‘천정호(淺井戶, shallow well)’로도 나타납니다.


신라 경덕왕 19년(760년) 4월 2일에 두 개의 해가 나란히 나타나서 열흘 동안이나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변괴를 두고 일관(日官; 명사. 길일(吉日)을 잡는 사람.=추길관)이 ‘인연 있는 중을 청해서 꽃 뿌리는 공덕을 지으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아뢰자,왕은 월명사에게 청하여 ‘도솔가’를 짓게 하였습니다. 


오늘 이에 산화 불러 뿌린 꽃이여 너는

곧은 마음의 명 받아 미륵좌주 뫼셔라. -梁柱東 해석


월명사의 노래가 끝난 후 두 개의 해가 하나로 되었다고 하는 삼국유사의 감통편에 나오는 이야기는 ‘무리해 sundog, parhelia’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학창시절 외웠던 월명사의 향가, ‘도솔가’에 제작 이유가 되었던 ‘무리해’는 마치 태양의 모습이 반사된 것같은 모양으로  태양의 양쪽 또는 한쪽에 나타나고, 

태양과 무리해 사이의 각거리는 태양의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증가합니다. 

일출이나 일몰 시 즉 태양의 고도가 낮을 때 잘 나타나고, 태양의 고도가 60︒이상이 되면 나타나지 않습니다.

2017년3월 부석사에서 찍힌 무리해

해기둥은 일출이나 일몰 시 태양 광선이 빙정의 윗면이나 아랫면에서 반사될 때 만들어집니다. 

해기둥의 모양은 태양의 위치, 빙정의 방향과 형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입니다. 

일몰 시 태양고도가 높을 때에는 아래쪽 기둥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위쪽 기둥이 강해집니다.


해기둥 | 명사, 지구. 햇무리를 따라 나타나는 줄. 태양의 아래위에 퍼져 있으며 희고 약간 붉은빛을 띠는데, 대개 일출과 일몰 무렵에 관측된다. ≒태양주.


2018년6월 노르웨이 출처 Thorleif Rødland

‘거꾸로 생긴 무지개’ 또는 ‘하늘의 미소’ 라고 불리기도하는 천정호는 천문학에서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표준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죠.

태양고도가 32°이하일 때만 볼 수 있는 천정호는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완전한 원모양으로는 결코 생길 수 없습니다. 

태양고도가 약 22°일 때 가장 밝고 호가 확장되어 뚜렷한 천정호가 나타납니다.


천정호 2015년 1월 서울신문

‘무리’뒤에 비가온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법 확률이 높습니다.

무리가 나타나면 24~36시간 후에 비가 내리는 경우가 60~70%나 된다고 합니다. 

무리는 대기의 상층에서 발생하는 구름(권운과 권층운)에서 나타나는 기상현상인데 이 구름은 저기압이나 온난전선의 최전방에서 생기는 구름입니다. 

저기압이나 전선이 다가올 때를 살펴보면, 권운-권층운-고층운 순으로 점차 구름의 고도가 낮아지다가 난층운이 되면 비나 눈을 내리게 되는것이죠

하지만 저기압 중심이 점차 쇠약해지고 있거나, 진행방향이 바뀌어 저기압 중심 부근이 그 지방을 통과하지 않게 되면 비가 내리지도 않고 날씨가 별로 나빠지지 않는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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