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샘추위, 그리고 春寒춘한과 はなびえ하나비에
3년만에 4월에 찾아온 꽃샘추위가 제법 오래 갑니다.
지난주말에 제주출장에서 봄꽃을 많이 봤는데 올라오니 새벽이 4월인가...싶을정도.
꽃샘추위는 시베리아 대륙이 냉각되어 발생하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영향을 끼쳐 발생하는 현상으로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이 일시적으로 강해져 봄철에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게 됩니다.
꽃샘추위의 발생기간은 3월~5월 중이며 봄철이기 때문에 동파대비가 느슨해진 사람들에게 동파 관련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활짝 피워야 할 삼사월의 꽃이 주춤하게되어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샘하므로 춥다고 해 '꽃샘' 또는 '잎샘'이라 부르고 있죠.
우리 속담에는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삼사월의 이른 봄에도 꽤 추운 날씨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는 말이 있습니다.
'설늙은이'라는 단어는 젊지도 아니하고 아주 늙지도 아니한 조금 늙은 사람을 가리키며 (이를 '반늙은이' 또는 '중늙은이'라고도 합니다) 삼사월에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는 중늙은이가 얼어 죽을 정도로 제법 춥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말로 ‘삼월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보리누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고도 합니다.
(*보리누름이란 보리가 누렇게 익는 철)
이 밖에 꽃샘추위 관련 속담은 이렇습니다.
이월 바람에 검은 쇠뿔이 오그라진다
: 이월에 부는 바람이 검은 암소의 뿔을 오그라뜨릴 정도로 몹시 세고 차다는 말
꽃샘추위는 꾸어다 해도 한다
: 봄에 꽃들이 필 무렵에 반드시 한두 차례의 추위가 있다는 말.
이른 봄에는 새 움이 홍역을 한다
: 이른 봄에 새 움이 홍역을 앓듯이 불긋불긋하다는 뜻으로, 봄의 꽃샘추위를 이르는 말.
글머리에서처럼 꽃샘추위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원인이기 때문에 동아시아 전체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죠.
그래서 중국과 일본에서도 '꽃이 필 무렵 찾아오는 추위'를 부르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부쩍 중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아서...)
중국에서는 '봄추위'라는 뜻의 '春寒춘한', 또는 ‘春寒料峭춘한료초’ 일본에서는 '꽃추위'라는 뜻의 'はなびえ (花冷え)하나비에'라고 부릅니다.
우리 속담처럼 중국 속담에도 ‘春凍骨頭秋凍肉 춘동골두추동육(봄추위는 뼈가 시리고, 가을 추위는 살갗이 시리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을보다 봄추위가 더 맵다는 말이죠.
꽃샘추위는 '추위'를 의인화해서 봄철의 추위를 꽃을 시샘한다고 표현한 아주 아름다운 우리나라만의 표현이죠.
春寒料峭乍晴陰 춘한요초사청음
春興春愁兩不禁 춘흥춘수양불금
꽃샘추위 매워 맑았다 흐렸다 하니
봄의 흥취와 봄의 시름 둘 다 금할 길 없어라
-서거정(조선 중기 문장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