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식 만우절, 첫눈오는 날
4월1일에 대한 학창시절의 추억은 하나씩 가지고 있을것입니다.
친구들간에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한다거나 학교에서 수업시간 교실을 바꾸기도 했고……
지금이야 의미도 많이 희석되고 이제는 이날은 챙기는 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만우절 萬愚節 | 명사. 가벼운 거짓말로 서로 속이면서 즐거워하는 날. 4월 1일이다.
거짓말 | 명사.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 ≒망설, 망어, 사언, 양언, 허사, 허설, 허언.
‘거짓말’을 속되게 ‘구라’라고 하는데 이도 표준국어 사전에 등재된 말입니다.
속이다라는 뜻의 일본어 ‘くらます 구라마스’가 일제강점기 시절, 도박판에서 사용되다, ‘구라’로 변형이 되었고 이후 일반적으로 퍼져나갔다는 설이 있습니다.
구라 | 명사.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 / ‘이야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 / 거짓이나 가짜를 속되게 이르는 말.
만우절을 언급한 가장 오래된 자료는 근대 英詩의 아버지로 불리는 Geoffrey Chaucer 초우서의 <The Canterbury Tales 켄터베리 이야기>입니다.
만우절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3월 25일에서 4월 2일의 이 시기가 봄의 춘분과 관련이 깊고, 이 때가 고대로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여겨왔다는 것이죠.
가장 유력한 내용은 1564년 프랑스의 샤를 9세가 새로운 역법을 채택해 오늘날의 1월 1일이 새해의 첫 날이 됐지만 이 새로운 역법이 프랑스 전역에 미치지 못해 4월 1일을 여전히 신년제의 마지막 날로 생각해 신년 선물을 보내거나 신년 인사를 해 많은 사람들을 놀랐다고 합니다.
이후 긴장을 풀자는 의미로 엉뚱한 행동과 농담이 받아들여 지는 날로 정해진 것이라는 설입니다.
1572년 스페인의 왕 필립 2세에 의해 네덜란드가 통치되고 있었을 때 네덜란드인 반란군들이 1572년 4월 1일 덴 브리엘이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을 점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은 이후에 다른 네덜란드 지역에서 봉기가 일어 나는 계기가 되어, 그 이후에 이 날을 유머로 기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외 고등어가 4월에 많이 잡히는 물고기다보니, 낚시(장난)에 낚였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Poisson d’avril푸아송 다브릴(4월의 물고기)이라는 설과 이탈리아와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국가에서는 종이로 만든 물고기를 다른 사람의 등에 몰래 붙이는 전통에서 유래된 April fool(4월의 바보)라는 설도 있습니다.
예수가 4월 1일에 처형되었다는 믿음에서 나온, 부활절에 상연된 기적극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설도 있고 노아의 홍수 때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둘기를 보낸 날이 4월 1일이였다고 하기도 합니다.
혹시 기억이 날지 모르겠지만 전지현, 김수현 주연,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첫눈 오는 날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세종실록에 묘사된 한국식 만우절이죠.
세종 즉위년 10월 27일자(양력 1418년 11월 24일자) ‘세종실록’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첫눈이 오는 날에 남을 속이는 풍속이 생겼고 이런 풍속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고 적혀있습니다.
1418년에 태종 이방원은 아들인 세종한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됐다.
당시, 태종의 형인 정종도 상왕이었다.
상왕이 둘이기 때문에, 태종은 그냥 상왕이라고 부르고 정종은 노상왕이라고 불렀다.
…중략…
양력으로 그해 11월 24일 첫눈이 내렸다.
첫눈을 본 태종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형님인 정종에게 장난을 칠 계획을 구상한 것이다.
(당시 태종은 쉰두 살, 정종은 예순두 살이었다.)
태종은 첫눈을 상자에 담은 뒤 환관(내시)인 최유에게 "이거 노상왕께 갖다 드리면서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말씀드려"라고 시켰다.
최유는 상자를 들고 정종을 찾아갔다.
정종은 그 상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최유의 주인인 태종이 자기한테 만우절 장난을 치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정종은 최유가 다가오기 전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최유는 달아 났다.
최유를 붙들어야만, 동생이 걸어 온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보통 상왕이 붙잡으려 하면, 환관은 당연히 붙잡혀줘야 했습니다.
도망가는 것은 불경스런 행동이 되기 쉬웠는데 최유는 '감히' 달아났습니다.
이 날만큼은 이런 장난이 용서됐던 것입니다.
결국 정종은 최유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첫눈 오는 날에 이런 장난을 한 것은 그만큼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웬만한 거짓말 장난은 용납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거나 만우절은 일년에 한번 거짓말이 허용되는 날이죠.
그러니 1년 내내 거짓을 행하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날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