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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Apr 12. 2020

채움여행

;  healing 과 기약

4.3기념식과 해넘이


목요일과 금요일 업무를 마친 출장은 바로 여행이됩니다.

벚꽃 흐드러진 제주는 슬픔을 떨굽니다.

72주년 제주 4.3 추념식을 시작으로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불어 넣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확산방지 목적으로 참석이 제한된 모습은 추념식을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게 했습니다.


역사를 보면 더러 선이 이기기도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선의 승리는 얼마나 국소적이고 얼마나 일시적인 것인가! 

만약 역사책에 목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긴 고통의 신음소리로 들릴 것이다. 

오, 아무도 들어주려 하지 않는 부당한 상황에서 고통받으며 죽어간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 죄 없이 고통을 겪은 이들은 무정하게 귀 먹은 하늘을 향해 무어라고 호소했을까?

- The Private Papers of Henry Ryecroft, George Robert Gissing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 (부제) 기싱의 고백, 조지 기싱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라고 말했습니다.

진실은 정의를 만날 때 비로소 화해와 상생으로 연결됩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4·3은 과거이면서 우리의 미래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은 4·3 그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4·3에서 시작된 진실과 정의, 화해의 이야기는 우리 후손들에게 슬픔 속에서 희망을 건져낸 감동의 역사로 남겨질 것입니다.

-2020.04.03. 문통 4.3 추념사 중


그리고 이날 저녁의 해넘이는 노을을 내려 앉히지도 않고 아주 선명하게 수평선 끝으로 넘어 갔습니다.

저녁만찬-스시테이 ; 양준영쉐프의 오마카세


숙소 체크인, 바로 저녁예약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스시테이 오마카세.

제주신라 일식당 ‘히노데’에서 13년간 근무한 양준영셰프의 독립.

이름은 옆길로 새지않고 정도만을 걷겠다는 의미로 ‘頑’의 일본어 음을 따 테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임팩트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무리 없이 진행한 스시 오마카세.

가성비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네요.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점심 2회, 저녁 2회 진행하는듯보입니다.

여유있게 7시 30분 타임에 예약을 했는데, 다찌는 8석 중 7석이 차있네요.

이외에 테이블도 2곳 있습니다.

어떤 포스팅에는 ‘아부리’를 조금 과하게 사용한다고 했는데, 변화가 있었는지 이 또한 무난합니다. 


외관 / たち다찌 / 메뉴판 / welcome setting
계란찜ちゃわんむし/광어ひらめ かんしょうゆう/전복술찜むしあわび,けう/가마살あかみ/초절고등어しめさば いそべ まき/참치스테이크やきおおとろ/참돔まだい/wしそ/미소국みそしる/참치볼かまとろ 
봉초밥さば ぼうずし/삼치さわら いそべ /초절임なんばんづけ/참치우니しゅとろたたき /w うに/참치뱃살しゅとろあぶり / 문어튀김たこ からあげ/전갱이あじ/ 참치속살あかみ/굵은김초밥ふとまき
삼치 유자간장 さわら焼き / 줄전갱이 だいあじ/ 관자구이 ほたてがいばし /w うに / 붕장어 あなご 아나고 / 가마살 볼살 あかみ+かまとろ / 모밀온면 そばきり/ 양갱 ようかん

(*だいあじ-しまあじ시마이지와 비슷한 종류라고 하는데 처음들어본…) 


조식 미풍해장국


호텔바에서 조용히 한잔하고 숙면합니다.

두번째 날은 날이 일출보기는 힘들듯 해서 넘기고 아침은 20년 넘게 다닌 ‘미풍해장국’에서 해장국으로.

아침 비행기를 타는 관광객들도 숨가쁘게 먹어대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제주도 최고 명문 해장국집입니다.

이 집에 들어서면 다른 건 시킬 것도 없고 메뉴라고는 오로지 해장국 하나!

자리에 앉으면 국물이 듬뿍 담긴 깍두기가 나오는데 국물은 벌겋지만 시원하고, 깎두기에 그다지 매운 맛은 없습니다.

그리고 된장과 고추가 나오는 데 이 고추가 환상적으로 맵습니다.

덜렁 뚝배기에 해장국과 밥이 따로, 따로국밥 형식으로 등장합니다.

주문을 받으면서 매운정도를 물어 보는데 아침에 매운 걸 잘못 먹는 사람이 이 집 해장국을 잘못 먹었다가는 속이 풀리기는커녕 속이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해장국에는 콩나물, 우거지, 당면, 선지, 쇠고기, 머리고기 등이 듬뿍 들어가 있고 국물은 아주 얼큰합니다.

속을 풀기를 원하시는 이들에게는 딱 떨어지는 그런 해장국입니다.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한 지가 50년 가까이 됐고, 택시 기사분들이 단골이 많아 공항에서 택시 잡고 중앙로 미풍식당 가자고 해도 됩니다.

신제주와 서귀포에도 분점이 생겼지만 아무래도 원래 그 집만을 가게되네요.

이제는 90년대초반 3,000원이더 가격도 9,000원이 되었습니다.


녹산로 유채꽃과 송당본향당


이어서 녹산로로 향합니다.

유채 드라이브코스로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곳이죠.

여기 이야기도 몇 페이지 쓸 판인데... 명불허전, 동영상으로 이야기는 대신 합니다.

다음은 유채와 함께 봄 끝장을 보여주는 벚꽃 보러 송당 본향당으로 향합니다.

(시간 관계상 이승만전통의 별장이 잇는 송당목장, 민오름, 당오름은 넘어 갔습니다)

제주도의 가장 전형적인 마을제로는 '송당리 마을제'와 '납읍리 마을제'가 유명하다. 

둘다 제주 특별자치도 유형문화제로 지정되어 있는 마을제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형식과 제를 주관하는 성별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예로부터 납읍리에서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유림들이 많이 배출되어 '납읍리 마을제'는 이렇듯 무속신앙적인 마을제가 아니라 유교적 제례 형식의 마을제를 지냈습니다. 

유교적 제례 형식을 따르고 있는 만큼, 제를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남성들ㄹ 납읍리 마을제는 철저히 남 성중심적인 마을제인 셈이죠.

이에 반해 송당리 마을제는 여성중심적인 마을제입니다. 

당매인 '심방'을 청해 우리의 전통신앙인 무속형식으로 마을제를 지내며, 마을제 한가 운데 자리를 잡은 인사들도 모두 여성들이죠.

(자세한 내용은 담에 기회되면…)

송당리 마을 본향당에 좌정한 신은 '벡주또' 여신~!

본풀이(굿을 할 때, 무속신에 대한 이야기를 읊는 것)에 의하면 한라산에서 솟아난 토착신 '소로소천국'은 수렵과 목축의 신으로, 강남천자국(서울 남산 송악산)에서 온 산육과 농경의신 '벡주또'와 결혼해 아들 열여덟, 딸 스물여덟을 낳았다합니다.

배고픔을 참을 수 없던 소로소천국은 밭을 갈던 소를 잡아먹었으나 워낙 대식가였던 소로소천국은 그도 모자라 남의 소마저 잡아먹고 맙니다. 

벡주또가 점심그릇을 가지러 와보니 소는 온데 간데 없고 소로소천국이 배때기로 밭을 갈고 있기에 그 연유를 물으니, 소로소천국은 벡주또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주었다. 

벡주 또는 그 이야기를 듣고 노발대발하며 소도둑하고는 살 수 없다고 하고 이혼해버린다. 

이혼한 후, 벡주또는 이곳 웃손당(상송당마을) 당오름에 와서 좌정하였고, 소로소천국은 알송당(하송당마을) 고부니에 좌정하게 되었다 합니다


자연사랑갤러리와 녹차밭의 유희


제주를 사랑한 두사람의 사진작가가 제주에 폐교를 고쳐 만들어 놓은 두개의 사진 갤러리.

죽음이라는 인생의 두번째의 거사로 일약 입소문이난 두모악 김영갑갤러리와  여전히 도시적인 이미지를 거부한 자연사랑 서재철 갤러리.

김영갑갤러리는 누가 뭐래도 현대적인 느낌으로 바뀐데비해 서재철갤러리는 횡하다고 느낄정도로 그 원래의 모습을 많이 갖추고있습니다.

오늘은 서재철 자연사랑 갤러리로 움직입니다.

역시, 저는 두모악보다 여기가 좋습니다.

도착하니 입구에 서선생이 인터뷰 중이네요.

이젠 갤러리가 된 가시분교 뒤켠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쉼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잠시의 휴식, 여운은 지게 진 백발의 그 해맑은 표정의 서재철님의 모습과 더불어 오래토록 남는 방문이될것입니다.

표선근처에 멸치국수집이 있어서 바로 참 먹으러 갑니다.

춘자싸롱.

무려 30년 동안 오직 한 가지 메뉴인 멸치국수만 파는 집입니다. 

남들이 다녀온 바로는 양은냄비에 투박하게 국수를 담아내는 아주 평범하면서도 보잘 것 없는 그런 국수집이죠. 

그런데 양은냄비에 담아낸 국수, 어디선가 아주 많이 봐왔던 익숙한 광경입니다. 

이곳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곳에 가면 왠지 학창시절에 느꼈었던 아주 구수한 멸치 우러내는 향을 맡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국물향이 얼마나 진했으면 주차를 하고 있는 길 건너까지에도 전해져 옵니다. 

오직 멸치. 당연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198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영업을 했던 과거의 춘자싸롱은 버젓이 상호를 내걸고 전화번호까지 대 놓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과거 수십 년 동안은 상호도 없고 전화번호도 없이 국수집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춘자멸치국수로 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춘자싸롱'으로 불렸습니다. 

주인인 강춘자(73)씨의 이름에서 딴것인데, 동네의 아저씨들이 해장을 위해 많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준 이름이 바로 춘자싸롱이라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춘자싸롱으로 더욱 알려져 있습니다. 

표선면사무소 근처에 있다가 가게가 너무 낡아 지금의 도로변으로 이전을 한 것이 09년 5월17일, 그렇다고 해서 화려하게 확장이전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촐한 주방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고, 단지 틀려진 것이 있다면 손님용 탁자만 한 개에서 두 개로 늘었다는 것 뿐.

이제 녹차마시러 서귀다원으로 이동합니다.

서귀다원은 녹차밭 너머로 한라산이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단연 으뜸입니다.

오설록은 이제 안 갑니다.

서귀다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기기묘묘한 제주 현무암이 사열한 녹차밭 사잇길을 지나면 운치있는 삼나무길이 이어집니다.

길 끝에 앉은 아담한 다실에는 팔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세월을 맞이하시고.  

할아버지의 칠순기념으로 일본의 가고시마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 녹차밭에 반해 15년 전 시작한 게 지금의 서귀다원입니다.

주변에서는 퇴직금으로 그냥 편히 살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극구 만류했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꿈이 지금의 다원을 이룬 것이죠.

유기농을 고집한다는 서귀다원은 정갈합니다.  

어르신 주전부리 하시라 비쳰향 육포 드리고 차 한다발 사가지고 떠납니다.

오전의 날씨보다 공기가 탁해져 군산오름하고 바굼지오름은 다음으로 미룹니다.

서귀포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강정동에 잠시 머뭅니다.

오랜만에 강정동에 말질식당(말길 ; 아래아가 없어져 몰로 읽기도 합니다. 말이 다니는 길이라는 뜻 입니다)에서 돼지짬뽕으로 참을 먹습니다.

해물자리를 돼지고기가 대신 주저 앉았다 생각 하면 됩니다.

이제 유명세를 타서인지 국물이 조금 탁해졌네요.

그래도 먹음직합니다.

둘이상이면 복지리나 매운탕이 좋습니다.


강정천의 발원, 냇길이소


돼지짬뽕 먹고 바로 근처에 있는 강정천의 발원 냇길이소에 잠시 들립니다.

실제 냇길이소는 강정천의 중간 쯤에 위치해 있습니다.

강정천의 발원지도 역시 한라산이지만, 제주도의 계곡은 우기를 제외하면 모두 건천이기 때문에 평소 강정천 하류로 유입되는 물의 실제 발원지는 냇길이소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냇길이소의 기본적인 구조는 엉또폭포와 같지만 하천지형에 폭포가 형성되어 있는 형태인데, 당연히 규모는 냇길이소가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하천 아래쪽으로 형성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절벽들도 엉또폭포와 마찬가지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보통은 그냥 크다란 웅덩이만 존재하는데, 비가 오거나 큰 비가 내린 뒤에는 강정천 상류에도 물이 흐리기 때문에 웅덩이, 냇길이소로 떨어지는 폭포가 생깁니다.

냇길이소는 폭포, 암벽, 은어, 깨끗한 물 이렇게 4가지 길한 것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냇길이소 주변에 제사를 지내는 (냇길이소)당이 있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장소입니다.

시/도에서 냇길이소를 개발하고 싶어하지만, 주민들이 꾸준히 반대해서 현재 미개발 지역입니다.

그래서 지도에서도 냇길이소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죠.

길이소임을 알려주는 아주 작은 표지판마저 없었다면 냇길이소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냇길이소를 올라와서 안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강정마을 담팔수도 만날 수 있습니다.

강정마을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거나 큰일이 있을때 담팔수에 와서 제사를 드리고 소원을 빌던 곳이라고 합니다.


혼술의 발걸음, 서귀포 이자카야 모루쿠다

언제부터인가 서귀포에 숙소를 정하면 호젓하게 저녁 혼술을 즐기는 시그니쳐 장소가 된 제주스타일의 이자카여, 모루쿠다.

혹자는 ‘제주스타일’이라고 하면 제주 일상 소품이나 엔틱을 마구잡이로 진열하는것을 떠 올릴 수 있지만 전혀 그것과는 다릅니다.

인테리어를 주업으로 하시는 남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젠’ 스타일을 가미한 모던한 실내와 제주음식에 너무 접근하지 않으나 제주에서 생산되고 채취하는 식재료를 적절히 사용해 ‘퓨전’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이번에는 다섯번째 방문만에 ‘동흥동’ 본점이 아닌 서귀포올레시장점을 찾았다.

오픈한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왠지 본점으로 끌려 주택가 자그마한 본점으로 다녔지만 이번엔 새롭게 꾸며진 시내 스타일을 보고 싶어 방문했다.

우선 외관은 별로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수조가 밖으로 나와 있는것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내부는 사장님의 센스가 엿보인는 과하지 않은 깔끔한 스타일로 정리 했네요.

안쪽에 2개의 방에는 테이블이 2개씩 놓여 8명에서 많게는 10명이 자리 할수 있습니다.

홀에는 계산대와 함께 한명이 서브하고 주방에는 두명으로 생각 됩니다.

회전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첫 방문이라 늘 먹던 안전한 음식을 선택했습니다.

최애하는 차슈보쌈 한치무침 보쌈은 명불허전.

기본찬으로 단무지, 배추절이, 고추피클이 한 접시, 사라다, 잼난 야채 장아찌, 그리고 2조각 담긴 참치샐러드.

고기는 叉燒챠슈라기보다는 とんこつ돈고츠에 가깝습니다

가격에 비하면 좋은 평을 주고 싶은 익힘입니다

권해주시는 배추의 단맛이 상추보다 앞서고.

맛은 본점과 다르지 않네요.


사실 이집의 시그니쳐 메뉴는 어탕수로 두달전 좋아라하는 동생 둘과 왔을때 먹었습니다.

간이 좀 쎄지만 서귀포라는 지역색을 떠올릴만큼 재료의 상태는 너무 좋고 튀김 정도도 최고점에 가깝게 평해주고 싶었습니다.

단맛과 매운맛이 두툼한 생선살을 잡아주려 저금 강하다는것 외에 시그니쳐 메뉴로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이 맛은 현재 식도락 대세인지라 무난하다는 편이 옳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집은 동흥동 본점과 다르게 저녁에 밥 손님도 자주 드나들다보니 회전이 생깁니다.

가볍게 저녁을 마치고 돌아가는 손님도 제법 있습니다.

분위기는 좀 더 캐주얼 하네요.

슬쩍 안 쪽 방을 들여다 봤는데, 개인적으로 홀이 더 맘에 듭니다.

동흥동 본점은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처음부터 다닌 곳이라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장소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담엔 사장님 얼굴 보러 가야겠습니다.


중문 시골밥집 분위기의 조식, 나비채


마지막날은 빠르게 움직입니다.

우선, 깻깍주상절리를 보기 전 아침은 중문에서 해결하려고 돌아 봤더니 재밌는 음식점이 생겼네요.

제가 1999년에 디자인하고 2002년에 완공한 중문 테디베어 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한 ‘나비채’

보말칼국수는 제주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옥돔미역국’입니다.

처음 가보는 집이라 혹시, 망할까…조심스럽습니다.

분위기는 별로 바라지 않고 들어가서 미역국 주문.

뭐…특별할것은 없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네요.

(이른 아침, 중문 근처에서 대형 음식점과 차별화된 간단한 식사로 추천 합니다.)


이제는 폐쇄된 아래서 위로 보는 주상절리대, 깻깍주상절리

바로 이동한 곳은 이제, 폐쇄된 깻깍주상절리.

이곳은 지난 2007년 올레1코스 개발에 이어 2008년 올래8코스로 지정된 곳이지만 낙석때문에 해병대길(깻깍주상절리)에서 조근모살 해변까지 우회로를 선택했지만 알고 있던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하루에 10~20그룹정도 방문하던 곳입니다.

지난 11월에 왔을때 깜짝 놀랐습니다.

올레길이 생기기 전부터 오랜 시간을 다녔던 사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오직 사진 한컷을 위해 몰려오는것이 불안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곳이 아니었는데 주차 공간이 모자랄 정도.

아니나 다를까, 낙석 사고를 생각해 결국 폐쇄했습니다.

깻각 주상절리대… 한폭의 병풍, 천년의 세월동안 자연이 빚어 낸 최고의 작품.

명품 주상절리는 '지삿개'라 부르는 대포주상절리가 있지만, 장엄한 자연의 숨결을 손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숨 쉬는 곳은 바로 갯깍주상절리입니다.

거대한 연필을 연상케 하는 시커먼 바위 기둥들이 병풍처럼 둘러 세워진 갯깍주상절리는 서귀포시 예래동 생태마을 해안에서 중문해수욕장의 서쪽 끝 지점까지 약 1km에 걸쳐 장대하게 펼쳐지는데, 절리의 높이만도 40~50m에 이릅니다.


또한 이 곳 주상절리가 품고 있는 숨겨진 비경 중에는 '조근모살' 이라고 부르는 조그마한 백사장과 탄성이 절로 나오는 해식동굴, 그리고 선사시대의 동굴 등이 있습니다.

'갯깍'은 '바닷가'라는 뜻의 '갯'과 '끝머리' 라는 깍이 합쳐진 제주어로서 '바다의 끄트머리' 라는 뜻입니다.

'주상절리'는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할때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굳어진 육각모양의 기둥이죠.

정상부에는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는 거대한 창끝처럼 생긴 주상절리대.

'들렁궤'라고 부르는 거대한 해식동굴의 입구에는 금방이라도 천정에서 돌 조각이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늘게 새어 들어 오는 빛을 따라 걸어 들어 가면 다시금 바다로 나오게 뚫려 있습니다.


해식동굴과 더불어 또하나의 숨겨진 동굴, '다람귀굴'.

이곳이 목숨거는 인증샷존이죠.

원주민들이 다람쥐라고 불렀던 박쥐가 많이 살던 동굴로 선사시대에 사용하던 토기들이 출토되기도 하였습니다.


아쉬움의 풍차바람드라이브, 신창리 해안도로와 옥돔물회

바로 이동한곳은 신창리 풍력발전 단지 해안 드라이브코스를 달려 한림항에 도착합니다.

너무 좋아하는 ‘옥돔물회’를 참으로 먹기위해.


옥돔물회는 현지인도 먹어보기 힘든데, 구슬옥(玉)자를 사용할 정도로 고급어종인 옥돔이 횟감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신선도 유지입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바다 밖을 나와 횟집의 수조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만 옥돔만큼은 바다에서 잡히자마자 죽어버리는 생선인지라 수조에서 볼 수 없습니다.

그래 옥돔물회를 취급하는 음식점 또한 쉽게 찾을 수가 없는것입니다..

옥돔 자체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이라서 그런지 살점에서 잔 냄새가 전혀 없고 구이에서 먹어왔던 부드러운 살점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익히지 않은 살점 또한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맛본 옥돔물회를 취급하는 곳은 2곳으로 하나는 시내에 있는 엉덩물식당이고 하나는 한림의 톤대섬인데, 개인적 취향은 후자쪽입니다.

이 매장 있던곳이 대나무가 많은 대섬이고 반대편이 다른 대섬이라는 의미의 톤대섬에서 따왔지만 지금은 등대만이 남아있는…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법원뒤쪽 탐라정과 코스모스호텔 근처 황금어장, 그리고 표선민속촌 앞의 포구식당에서도 맛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곽지과물해변과 fish & chips


이제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고 올라가려고 곽지로 움직였습니다.

한담공원도 이제 너무 알려져 벅적거림이 싫어 더 이상 가지 않는곳이지만 아쉬움만 쌓이네요.

2009년 초 제주에 다니러 갔다가 처음 만난 손님도 참~ 없는 커피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1년전만 하더라도 볼 수 없었던 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키친애월.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대학원에서는 환경계획을 전공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을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10년 넘게 일했하며 연봉 8000만원을 받고 서울 강남 삼성동의 아파트에 살던 한 40대 사내가 2008년 3월, 서울에서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이곳 제주로 내려왔습니다. 

출장차 찾은 곳이 너무 가슴에 와닿아 몇번의 방문을 통해 마음을 정하고 기막힌 풍광이 있고 혼잡스런 단체관광객도 없는 잔잔한 바닷가에 둥지를 틀었던 것이죠.

당시 세를 감당하지 못하던 가게의 세를 인계하는 조건으로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다고합니다.

(1년 세가 당시에 천만원 정도)

이제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진 카페와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사람 몇명 보지 못했던 한담은 볼 수 없죠.

곽지로 선택한것은 사람도 사람이지만 놓지고 싶지 않은 먹거리가 있어서 입니다.

‘fish & chips’

제주에서? 제주에서!

클럽매드 총괄 셰프 출신의 김태희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호주에서 만난 아내와 함께 이곳에 정착한 후 작은 카페를 열었다고 합니다.

카페는 몇 테이블 안되는 아담한 규모여서 조용히 맥주를 마시며 해변의 운치를 느낄 분들에게 권할만합니다.

8,000원하는 체다 치즈버거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남자들이 먹기엔 양이 안차 보입니다.

체다치즈와 패티는 제법 두툼하고 그 밑에 계란후라이와 토마토의 조합이 잘 어울립니다. 

그냥 그냥 브런치 타입으로 무난한 편이며 가볍게 때우는 식사라면 권해 볼만 합니다.

Fish & Chips에는 chips는 웨지감자처럼 크고 두껍게 해서 튀겨냅니다.

영국에서는 생선은 전통적으로 대구류를 사용하는데, 요즘은 sole, flouder, turbot(서대류,넙치가자미류)등도 많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계속 생선류를 고정하는것은 아니지만 광어는 가격을 맞추기가 어렵고 방어는 기름이 많아 이곳 태희 카페에서는 수입산 캣 피쉬(바다메기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사실 비슷한 정도의 살코기라면 결국 조리과정에서 맛이 결정되어집니다.

기름의 질과 넉넉한 양, 기름 온도, 튀김기술, 그리고 소스 맛까지.

생각보다 맛을 결정짓는 변수가 많은 음식이죠.

제대로 만들면 느끼하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피쉬앤칩스가 될 것이고, 잘못 만들면 너무 느끼해 먹다 말게 될 것입니다.

해동시켜 튀긴것인데도 굉장히 맛있습니다.

일단 레몬즙을 흐드러지게 뿌려준 후 통후추를 직접 갈아서 뿌리고 먹으면 끝!


이제 동문시장에서 한치 사고 일정은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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