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May 12. 2020

일반인문 CXXXVII 빠던에서…댕댕이까지

; 언어파괴(?), calembour 칼랑부르-언어유희

COVID-19로 인해 전 세계 스포츠가 멈춘 상황에서 스포츠중계의 대국, 미국에서는 ESPN을 통해 한국의 야구가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면상에서 보이는 생소한 단어가 있지요.

빠던


“KBO가 왔다… ‘빠던’도 왔다” 한국 개막일 홈런 폭발에 재조명 -동아일보 2020.05.07.

어서와 '빠던'은 처음이지? 코로나19 방역 상징 된 K-야구 - 중앙일보 2020.05.10.


영어 ‘bat flip’을 이야기하는것으로 배트 던지기를 줄여서 주로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것이죠.

줄이고 비틀어져서 만들어낸 신조어 입니다.

‘두문자어頭文字語’라고 알려진 줄임말은 이제 세대간, 사회간, 가족간에 너무나 만연해 ‘별자줄(별걸 다 줄인다)’는 말까지 사용하고 있죠.

몇가지 볼까요.


버정 → 버스정류장

생선 → 생일선물

영통 → 영상통화

아바라 → 아이스 바닐라 라테

보배 → 보조배터리

마상 → 마음의 상처

취존 → 취향 존중

버카충 → 버스카드 충전 

주장미 → 주요 장면 미리 보기 

순삭 → 순식간에 삭제(시간 순삭, 치킨 순삭)

현타 → 현실자각타임


줄여 사용하는 말로 시작했지만 형태를 유사하게 변형해서 사용하는 말들 이야기도 이어 봅니다.

‘명’을 ‘띵’으로, ‘머’를 ‘대’로, ‘귀’를 ‘커’로 바꿔 ‘멍멍이’를 ‘댕댕이’로 쓰이고 있죠.


‘야민정음’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국내 ‘야구갤러리’와 ‘훈민정음’의 합성어를 말하는것으로 사실여부를 떠나서 인터넷상 야구갤러리의 영향력이 크기때문에 시작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년 삼미 수퍼스타즈에서 청보 핀토스로 바뀌었다, 다시 태평양 돌핀스에서 현대 유니콘스로 그 파란만장한 시간을 2007년 마무리한 야구단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강귀태선수를 ‘강커태’로 부르기 시작한것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후 조금씩 사용하던것을 2014년 속칭 ‘야민정음’을 정리(?)한 글이 올라오면서 디씨인사이트를 거쳐 ‘웃대(웃긴대학)’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며 바로 SNS까지 이어지며 2017년에는 사회 전역으로 퍼지게 됩니다.

2019년 2월 식품기업 팔도가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괄도 네넴띤’을 한정판을 선보이면서 야민정음은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인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이후 이 제품은 조기 완판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정식 제품으로 출시하기에 이르렀고, 야민정음은 한글 파괴에 일조한다는 비판여론을 가장 강하게 받는 신조어 분야였기 때문에, 대신 제품명은 ‘팔도 비빔면 매운맛’으로 최종 수정 확정했습니다. 

이것도 몇가지 볼까요.


커여워 → 귀여워

머박 → 대박

싀혜 → 식혜

띵작 → 명작

뜨또 → 비버(글자 눕힘)

머머리 → 대머리


작년 동아일보의 기사에서 보면 100여년 전에도 한글형태를 비틀어 한글을 익히는데 사용한 예를 보여줍니다.


세 발 가진 소시랑은 ㅌ자라면, 자루 빠진 연감개는 ㅍ 되리라

지겟다리 ㅏ자를 뒤집음 ㅓ자, 고무래 쥐고 보니 ㅜ자가 되고……*


*(소시랑은 쇠스랑의 방언으로 갈퀴 모양의 농기구이고 연감개는 ‘연(鳶)+감개’로 연줄을 감는 도구인 얼레를 말하는데 가운데 자루를 박아 만들죠. 고무래는 밭일 할 때 쓰는 ‘丁(정)’자 모양의 농기구로 당시 일상어가 지금과 많이 달랐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우리 민족 2000만 명 중에 80%가 문맹으로 한글을 보급하던 초기에 한글을 형상(생김새)으로 가르치려고 1933년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한글공부>(이윤재 저)에 실린 ‘문맹타파가’에서 사용 했습니다.


야민정음은 기표記標(signifiant 시니피앙; 소쉬르의 기호 이론에서,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로써 의미를 전달하는 외적 형식을 이르는 말. 말이 소리와 그 소리로 표시되는 의미로 성립된다고 할 때, 소리를 이른다)를 바꿈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므로 국어의 일탈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한 사회현상으로 ‘변화’하며 진화하는 과정으로 유연하게 바라봐야하기도 합니다.

한때 많이 사용했던  ‘사오정’(45세 정년),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등과 같이 언어놀이(calembour칼랑부르)처럼 결국 언어의 자정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공공언어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형태만의 변형으로 자리잡기는 어렵워 ‘파괴’가 될 수 없다는것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일반인문 CXXXVI 문화재 불편한 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