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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Sep 03. 2020

와사비(?) 고추냉이(?)

; 고추냉이가 일본어 '와사비'의 순화어?

지난 주말에 동기들과 저녁을 같이 했습니다.

탁자가 3개로 예약제로만 움직이는 숙성횟집인데, 아무래도 횟집이다보니 ‘와사비’와 ‘고추냉이’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일본어인 ‘와사비’와 이를 순화 한다는 ‘고추냉이’라는 국립국어원의 내용이 지금까지 이어 온것 같습니다.


● 고추-냉이 | 명사.

1. 식물. 십자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30cm 정도이며, 경엽은 심장 모양이고 근생엽은 긴 잎자루가 있고 심장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여름에 흰 꽃이 총상(總狀) 화서로 줄기 끝에 피고 열매는 장각과(長角果)를 맺는다. 땅속줄기는 양념 또는 약재로 쓴다. 시냇가에 나는데 한국, 사할린,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산규(山葵). (Wasabia koreana) 

2. ‘1’의 땅속줄기. 또는 그것을 갈아 만든 양념. 흔히 회나 초밥 따위를 먹을 때 사용한다.


● 와사비 (wasabi[山葵]) | 명사. → 고추냉이.


● 온라인 가나다 2017. 9. 26.

'와사비'는 일본어 투 표현으로 순화 대상어입니다. 따라서 이를 순화한 말인 '고추냉이'를 쓰시기를 바랍니다.


● 국립국어원 @urimal365 2016년 11월 4일

[우리말 사랑하기] 회나 초밥에 곁들여 먹는 알싸한 향신료, 흔히 '와사비'라고 하지요. '와사비'를 다듬은 우리말은 '고추냉이'입니다. 


● 온라인 가나다 2014. 9. 25.

일본어 '와사비'의 원어는 '山葵'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와사비'는 '고추냉이'로 순화하였습니다. '고추냉이'는 학명 'Wasabia koreana'에 해당하는 식물에 대한 명칭입니다. 사전의 뜻풀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식물학계에서는 와사비와 고추냉이를 완전히 다른 종으로 규명하고 있습니다.

국어학계는 이 부분에서도 협의 없이 순화어로 지정했던것입니다.

고추냉이의 학명은 'Cardamine pseudowasabi’.

와사비의 학명은 'Eutrema japonicum'.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와사비(E. japonicum)는 '고추냉이'로, 고추냉이(C. pseudowasabi)는 '참고추냉이'라고 국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고추냉이 학명의 뒷부분 ‘pseudowasabi’의 뜻은 가짜 와사비죠.)


일본에서는 와사비 종류를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와사비(고추냉이 아닙니다)’를 본와사비(혼와사비, 本わさび)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서양 와사비(세이요우 와사비 西洋わさび)’인데, 영어로 ‘horseradish’입니다.


‘고추냉이’를 영어에서 찾으면 ‘호스래디쉬(horseradish)’로 나옵니다.

유럽 북부지역에서 재배되던 것이 메이지시대 이후 미국을 통해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북부와 기후가 비슷한 훗카이도, 나가노현, 후쿠시마현 등의 고지에서 재배되고 혼와사비가 코가 찌릿하면서도 은은한 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세이요우 와사비는 매운맛을 주로 갖고 있습니다. 

매운 정도는 혼와사비의 1.5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어학계는 왜 와사비를 대체할 한국어 명칭으로 고추냉이를 제시했었을까요. 

그 이유는 옛날 학명에 있는데, 1930년대에는 와사비를 'Wasabia japonica Matsum'으로, 고추냉이를 'Wasabia koreana Nakai'로 부여했습니다. 

같은 속에 속하는 매운 가까운 식물로 분류했기 때문에, 그 시절 국어학계에서 와사비를 대체할 말로 고추냉이를 제시했던 것이죠.


국내 식물분류학자들도 문제가 있는 것이 와사비가 속한 Eutrema은 고추냉이속으로 이름을 정해놨습니다. 

종 이름이야 어떻게든 바꿔도 속명까지 바꾸자면 골치 아플 것입니다. 

한국의 참고추냉이가 속한 Cardamine는 '황새냉이속'이라고 해두었습니다. 

그래, 국명으로 풀면 참고추냉이는 황새냉이속 참고추냉이고, 와사비는 고추냉이속 고추냉이죠.

Cardamine속이든 Eutrema속이든 모두 십자화과이며, 참고추냉이의 종명이 pseudowasabi(가짜 와사비)일 정도로 와사비와 여러 가지로 비슷하므로 학계에서도 혼란이 있었습니다. 


학명에는 정명과 이명이라는 구분이 있는데 같은 생물에 서로 다른 학명이 여럿 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학자가 같은 생물인 줄 모르고 신종을 발견했다고 생각해서 학계에 서로 다른 이름으로 보고해서일 수도 있고, 학문이 발전함에 따라 분류를 다르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분류학에서는 몇 가지 원칙을 정하여, 원칙에 맞는 학명을 '정명'이라, 원칙에 어긋나는 것을 '이명'이라 분류합니다. 


과거에는 와사비에는 Wasabia japonica, 참고추냉이에는 Wasabia koreana라고 학명을 부여했습니다. 

같은 속에 속하는 매우 가까운 식물로 분류했으므로, 이 시절에 국어학계에서 와사비를 대체할 말로 고추냉이를 제시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물분류학이 발전하면서 분류를 다시 하고, 정명도 새롭게 부여한 것입니다. 

Wasabia japonica와 Wasabia koreana 모두 과거에는 정명이었어도 현재에는 이명입니다. 

좌 서양 와사비(세이요우 와사비  西洋わさび;horseradish) / 우 본와사비(혼와사비, 本わさび)

식물학적으로는 분명 와사비와 고추냉이는 다른 종입니다.

어학적으로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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