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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Nov 23. 2020

김치의 날에 생각, 돼지고기

; 수육, 보쌈, 그리고 돔베고기

어제(11월22일)는 김치산업의 진흥, 김치 문화를 계승·발전, 그리고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하여 제정되어 올해(2020년) 부터 시행된 ‘김치의 날’입니다.

날짜가 11월22일은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김치의 날이니 잠시 지역별로 특색을 이야기하자면…


서울, 경기 지방은 밭농사와 논농사가 고루 발달하여 국물이 많거나 뻑뻑하거나,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서해의 해산물과 동쪽 산간지방 산채가 어우러져 맛과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통배추김치, 장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총각김치, 나박김치, 보쌈김치 등이 알려져 있고,


강원지역은 산악지역과 해안지역의 환경이 크게 달라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태백산맥 줄기 산악지역에서는 갓으로 김치를 담고, 동해안 지역은 싱싱한 명태와 오징어를 넣은 김치를 담그며 해물김치와 창란젓 깍두기, 서거리김치가 알려져 있습니다.


충청지역은 다양한 곡식과 채소, 서해안의 해산물이 풍부하나, 음식은 사치스럽지 않고 양념도 적게 사용하여 김치를 ‘짠지’라 하여 배추짠지, 무짠지라 부르며 통으로 담그고 간을 층층으로 하여 한 번에 여러 독을 담그고 서울 지방 깍두기와 달리, 양념을 적게 넣어 시원한 맛의 총각김치와 굴 섞박지, 열무김치, 가지김치가 알려져 있습니다.


전라도는 다른 지방보다 풍부한 곡식과 해산물, 산채를 이용하여 음식이 매우 호화롭고 따뜻한 기후에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맵고 짠 편이지만 찹쌀풀을 넣어 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을 내는데 배추포기김치, 고들빼기김치, 갓김치, 전라반지, 나주 동치미 등이 알려져 있고,


경상도는 좋은 어장과 남부의 기름진 농토에서 얻어지는 풍부한 농수산물을 이용하며 맵고 간이 센것이 특징으로 배추는 짜게 절이고, 젓국을 많이 넣은 소로 국물이 없게 담그며, 젓갈은 잘 삭아 불그스레하고 맑은 간장 같은 멸치액젓을 사용해 무말랭이김치, 깻잎김치, 콩잎김치, 우엉김치, 부추김치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도는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가 생산되어 김장이 따로 없고, 김치 종류는 적으나 지역 특성을 반영한 특이한 김치들이 존재하는데 정월에 밭에 남아있던 배추로 담그는 동지김치(망울 맺은 노란 배추 꽃을 재료로 하여 만드는 김치)와 톳으로 담그는 김치, 여름김치인 양배추 포기김치와 청각김치 등이 있습니다.


이북지역에는 산악지대인 함경도의 맵지만 짜지 않은 김치와 평야가 넓은 평안도의 풍부한 김치 등이 존재하는데 채칼김치, 무청김치, 대구깍두기 등이, 평안도는 평안도 통배추김치, 동치미, 지름섞박지, 백김치 등이 유명합니다.


김치 이야기는 잠시 접고 ‘김장’하면 떠오르는 음식인 돼지고기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김치는 되는데로 이어보겠습니다)


김장을 하는 날이면 의례히 돼지고기를 덩어리째 사와 담구는 시간에 맞춰 고기를 삶습니다.

푹 익혀진 고기를 꺼낼때면 김장은 마무리가되고 절인 배추잎을 끊어내고 남은 김치소를 담고 싱싱한 굴한접시를 상에 올려, 김장일로 노곤해진 몸과 한해 김치를 마친 만족한 마음으로 둘러 앉아 보쌈을 함께 먹습니다.


수육 수肉 | 명사. 삶아 내어 물기를 뺀 고기.

보쌈 褓쌈 | 명사. 

1.삶아서 뼈를 추려 낸 소, 돼지 따위의 머리 고기를 보에 싸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 단단하게 만든 뒤 썰어서 먹는 음식

2.삶은 돼지고기를 편육으로 썰어서 배춧속이나 보쌈김치 따위와 함께 먹는 음식. 절인 배춧잎이나 상추에 싸 먹기도 한다.

보쌈김치 褓쌈김치 | 명사. 무나 배추를 일정한 크기로 썰어서 갖은양념을 한 것을 넓은 배춧잎으로 싸서 담근 김치. ≒쌈김치.


옛날 백반집이나 선술집에서 반주로 간단하게 한잔하기 위해 많이 시키는 안주가 수육이었습니다.

수육은 소고기일 수도 있고 돼지고기일 수도 있는데 보통 보쌈고기를 이야기 할때는 돼지고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삶아서 얇게 썰어 접시에 내놓는 이런 형태의 요리는 주로 쇠고기로 하기 때문에 수육을 이야기 할때는 쇠고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육'은 삶아 익힌 고기를 뜻하는 한자어 '숙육(熟肉)'이 발음이 불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ㄱ'이 탈락하고 '수육'이 된것입니다.


'갈매기살'이 돼지고기를 지칭하는 데 비해 같은 부위의 쇠고기는 '안창살'로 구분해 부르듯이 '수육'은 쇠고기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우 가격이 많이 올랐고 돼지고기 수요가 많다 보니 돼지고기 수육 또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주에는 삶은 돼지고기를 ‘돔베고기’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미디어서는 ‘삶은 돼지고기를 도마에 올려 나오는 것’을 이야기 하는데, 육지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도마’와는 조금 다른 형태입니다.

그리고 고기를 삶는 시간도 다릅니다.


돔베 | 명사. 방언. ‘도마’의 방언(제주). - 우리말샘 /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제주의 도마(돔베)는 다리가 길게 달려 있는 독특한 구조를 보이는데 이는 제주의 초가집 정지(부엌)가 그냥 흙바닥이었기 때문에 음식물에 흙이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조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도마 위에서 갓 삶은 돼지고기를 썰어 놓고 멜젓이나 초간장을 찍어 먹습니다.

몇 점 안되는 수육이지만 온 가족이 서너점씩 나눠먹는 정겨운 음식이죠.

고기도 보쌈의 수육과도 조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돔베고기는 더 오래 삶아 기름기가 더욱 많이 빠져 고기가 매우 쫄깃쫄깃합니다.

돔베고기 소스로 젓갈이 나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왕소금 두 어개 찍어서 먹는 맛도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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