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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ffee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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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03. 2021

coffee break…입춘 추위와 절식

; 한파와 폭설 속 입춘절식

올해도 입춘 한파가 닥쳤습니다.

2월3,4일이 입춘이다보니 춥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입춘 관련 속담에 추위가 빠질수 없었을것입니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 거꾸로 붙였나

입춘에 장독 오줌독 깨진다


절기상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지만 2월 초순은 아직 추운 겨울입니다. 

한낮에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고도도 37도 정도로 가장 낮은 동지(30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땅의 한기가 더해졌기 때문에 동지보다 입춘 무렵이 더 추운 때가 많습니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처럼 입춘 무렵은 마음만 봄이고 실제로는 겨울인것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입춘에 장독(오줌독) 깨진다', '꽃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 해도 한다' 등이 있습니다.

입춘이 지난 뒤 갑자기 추워지면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이 무렵을 봄이라고 생각한 데서 나온 속담입니다.


이 밖에 입춘축 관련 속담으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


추하고 보잘 것 없는 가게 집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써 붙인다는 뜻으로 제 격에 맞지 아니하고 지나치다는 뜻의 속담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개 발에 놋 대갈', '거적문에 돌쩌귀', '개발에 주석 편자',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 '짚신에 정분 칠하기' 등이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입춘날 보리뿌리를 보아 뿌리가 많이 돋아나 있으면 풍년이 들고 적게 돋아나 있으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습니다. 

충남지역은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 풍작이 된다고 점쳤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입춘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으면 그해 풍년이 들지만 눈 또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입춘축을 써서 사방에 붙이면 그해 만사가 대길하나 망치질을 하면 불운이 닥친다고 생각했다.


*입춘축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2020년)에 글을 올렸습니다.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1098


입춘 절식節食(; 명절에 따로 차려서 먹는 음식.) 
궁중 '오신반’, 충청도 '보리밥’, 함경도 '명태순대'


코로나19로 밖에서 먹는 음식이 쉽지 않은 지금, 옛 절식을 따라 만들어 먹어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이어 봅니다.

입춘 절식(節食)으로 과거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다섯 가지의 자극성이 있는 나물로 만든 음식)을 수라상에 올렸습니다. 

지금은 사계절 언제든 여러 가지 나물을 구할 수가 있지만 옛날에는 엄동嚴冬(;몹시 추운 겨울. ≒융동.)을 지내는 동안 쉽게 맛볼 수 없었던 봄동, 냉이, 달래, 미나리 등의 봄나물을 이 무렵 캤습니다. 

오신반은 이런 나물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겨자와 함께 무쳐낸 생채요리입니다. 

생, 로, 병, 사, 독이라는 인생의 다섯 가지 괴로움을 참고 견디라는 의미를 지닌 한편 맵거나 쓴 다섯 가지 채소라는 뜻에서 '오신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신채 五辛菜 | 명사. 자극성이 있는 다섯 가지 채소류. 불가(佛家)에서는 마늘ㆍ달래ㆍ무릇ㆍ김장파ㆍ실파를 가리키고, 도가(道家)에서는 부추ㆍ자총이ㆍ마늘ㆍ평지ㆍ무릇을 이른다. 모두 음욕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라고 하여 금식한다. =오훈채.

한민간에서도 이를 본떠 파, 당귀싹, 미나리싹, 무싹 등의 햇나물로 무쳐낸 입춘채入春菜가 있습니다. 

충청도에서는 이날 보리뿌리가 내리기 때문에 보리밥을 먹어야 좋다고 생각해 보리밥을 해 먹었으며, 함경도 지방은 명태순대를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충청도에서도 입춘이 되면 보리뿌리의 성장상태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습니다. 

보리뿌리가 3가닥이면 풍년, 2가닥이면 평년, 1가닥이면 흉년이라는 것인데, 이처럼 보리뿌리점을 보는 이유는, 입춘에 보리가 뿌리를 내리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충청도에서는 입춘 절식으로 보리밥을 먹어왔는데, 이는 갖은 봄철 햇나물과 함께 된 장에 비벼먹는 보리밥은 영양보충은 물론 겨우 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함경도 지방에서 입춘이면 만들어먹는 명태순대라는 음식이 생소하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 그도 그럴것이 명태순대는 함경도와 강원도 지방에서 별식으로 만들어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타지역의 경우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명태순대는 말 그대로 내장을 빼낸 명태 뱃속에 고기, 채소, 두부 등을 다져 양념한 소를 채워넣은 것으로 추운 겨울날 바깥에 얼려두었다가 그 때 그때 찌거나 구워 먹곤했다고 합니다. 

내장을 빼낸 뱃속에 소를 채워넣어야 하기에 명태순대는 명태의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잘 다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대 속은 보통 명태살과 야채를 다져 볶아서 넣지만, 경우에 따라 채소만 사용하거나, 고기와 두부를 함께 다져서 넣거나, 밥을 추가해서 넣는 등 만드는 방법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겨울동안 먹지 못했던 신선한 야채를 보충하기 위해 햇나물 무침을 중심으로, 탕평채, 승검초 산적, 죽순 나물, 죽순찜, 달래 나물, 달래장, 냉이 나물, 산갓 김치등이 있습니다.


퇴근길에는 눈소식이 있네요.

빨리 집으로 돌아가셔서 가족들과 입춘절식을 나누며 우울한 기분을 털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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