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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26. 2021

가불한 봄, 설산등반과 한걸음 다가선 인연 여행

금요일 저녁 아랑줍서 오마카세


지금보다는 덜 알려졌던 연남동에서 ‘스시정’이라는 스시집을 열고 2016년에는 오마카세 전문점 ‘다니엘스키친’으로 일식을 중심으로 한식과 양식을 접목하여 새로운 요리를 선보였던 정상윤셰프가 연남동 시대를 마감하고 제주로 내려왔습니다.


역시 정식오픈이 아니라 서브하는데 저금 더 시간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코스를 먹으러 곧 가게 될 곳입니다.

이곳은 스시 오마카세가 아닙니니다.

파인다이닝에 가까운 퓨전 오마카세입니다.

상호도 알아서 해주세요의 제주어 ‘아랑줍서’

자리에 앉으니 내이름이 프린트된 테이블 받침이...


코스는 황게살스프, 감자샐러드, 가시오이절임, 모자반참깨무침, 방어회, 흰점문어간장절임(은은한새강향), 계란찜(딱새우살과 표고 차왕무시), 표고후라이(한라산 표고와 제주흑돼지소), 성게덮밥(비양도에서 공수), 계란구이, 황게와 뿔소라를 이용한 블랙페퍼크랩, 동치미

주재료는 전부 제주산이고 현재는 가오픈상태로 저녁 단일메뉴만 준비하는데 정식오픈을 하면 두가지 코스를 저녁에 세번하고 담달이나 그 담달부터 점심메뉴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혼술의 시간, 올댓 제주


숙소근처의 올댓제주는 벌써 이 자리에서 7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간단히 홀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없는 Bistro.

이곳에는 작은 크기에 비해 제주에서 손꼽을 만큼 다채로운 주류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맥주부터 제주 전통주, 와인과 위스키까지 아쉬울 것 없습니다.

음식도 하몽에서부터 국수, 스튜와 파스타까지 오가는 팔색조같은 음식점이다.

4인 테이블 셋과 8인 바가 전부.

여느 관광지 술집처럼 시끄러운 음악도 없고 밥과 술로 배를 채우고 나와 길 하나를 건너면 탑동 광장 너머 바다가 있습니다.

이곳에 바다를 낀 산책로가 있는데, 부른 배를 다스리기 좋습니다.

올 댓 제주에 갈 적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합니다.

제주 사람, 여행자 모두가 좋아하는 가게다보니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전화 문의라도 해보고 가는 것을 권합니다.

화요 한병과 제주 딱새우 감바스

숙소에서 3분.


2년만에 찾은 눈 덮힌 한라산행.


너무 많은 산행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라산을 숨고르기를 하기 위해 하루 등반객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관음사 코스는 오전 8시까지 400명, 10시까지 75명, 정오까지 25명 예약할수 있어 총 500명입니다.

성판악코스는 오전 8시까지 800명, 10시까지 150명, 정오까지 50명 예약할수 있어 총 1,000명입니다.

탐방예약 완료 후에는 입력하신 전화번호로 입·하산 QR코드를 전송하고 있습니다.


visithalla.jeju.go.kr


시간때문에 새벽밥(오전5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해장국집 '미풍'에서 아침을 먹고 주차장 도착하니 6시 10분, 아이젠, 장갑, 무릅밴드, 생수 2통, 쵸코바 2개, 커피, 휴지와 물휴지 챙겨 오전 6시20분 입장했고 이때 사전예약 QR코드입력 합니다.

점심은 서귀포에서 맛난거 먹으려고 속도를 내서 올라갔습니다.

속밭에서 5분 쉬며 물 마시고 다시 진달래밭에서 10분 휴식하며 쵸코바 하나하고 물을 마시고 바로 정상으로 달렸습니다.

정상에 8시 30분 도착하니 역시 혼자 있네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마스크 하나 날리고 초소 한켠에 기대 앉아 15분 정도 쉬면서 다시 당충전을 위한 쵸코바와 커피 한잔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사람이 없어 더욱 추워보이는 정상을 뒤로하고 내려오다보니 약 1.5km 정도에서 처음 등산객 1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달래 밭 이 후에 저와 같은 시간대(~7시)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지금은 2시간 단위 그룹핑인데 제가 예약했던 2월 산행은 1시간 단위 그룹핑이었습니다.

역시 진달래밭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달려서 속밭에서 다시 물 한모금, 그리고 성판악 입구, 하산체크시각이 10시30분.

속밭5분 진달래밭10분 정상 15분 체류 포함해서 왕복 4시간 10분이네요.

이제 배고파 오네요 밥집으로 이동 합니다.


남원 숨은 맛집, 토향


제주에서 육고기가 아닌 생선류 중에 손님을 대접하거나 생일과 제삿날 등 귀한 날에는 국을 끓여 상차림에 올릴 정도로 사랑을 듬뿍 받는 식재료가 옥돔입니다.

구슬옥(玉)자를 사용할 정도로 고급어종인 옥돔은 바다에서 잡히자마자 죽어버리는 생선인지라 수조에서 볼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옥돔 물회를 먹으려고 한림항 톤대섬에 가곤 했는데, 오늘은 옥돔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싱싱한 옥돔을 통째로 넣고 미역이나 무와 함께 끓여 내는 맑은 탕인데 구이와 달리 옥돔 자체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이라 자체의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토향은 시원한 맛이 일품인 옥돔국과 생선구이가 전문인 식당입니다.

머리와 꼬리가 통째로 담겨 있는 커다란 옥돔위로 무를 국수처럼 얇게 썰어 수북하게 쌓아 올린 모습의 비쥬얼.

싱싱한 옥돔과 달큰한 무가 만나 놀랍도록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냅니다.

젓가락으로 옥돔을 살살 건드리면 부드러운 살만 쏘옥 분리되어 나온 옥돔살은 깔끔한 맛과 탱글거리는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귀포 남원 구석에 위치한 여느 제주 음식점으로 보이는 포스가 슬며시 새어나오는 토향.

혼자라서 생선구이 정식은 못 먹었지만 옥돔 한미리를 통채로 넣어 무와 함께 슴슴하게 내어준 국물이 산행 후 피로를 쓸어내 버리는듯...

동행이 있는경우 옥돔국정식과 생선구이 정식 하나씩 주문해도 좋은 집입니다.


옥돔국정식 15.0

모듬생선구이 15.0

생선구이정식 9.0

우럭매운탕정식 7.0


성산 한방찜질방과 도렐


산행 후 맛있는 음식으로 배도 채웠고 이제 씻고 옷을 갈아 입기 위해 찾은 곳, 10년 인연의 찜질방.

전체면적이 25평인 초 미니 한방찜질방...

여긴 어르신 내외분이 운영하시다 8년전에 할아버지은 돌아가시고 할머니 홀로 지키시다 지금은 아드님이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할머니가 직접 지으신 집이라 건축가인 나와는 그렇게 오랜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눈 곳입니다.

찜질방은 황토방이고 한약재를 끓이며 그 향으로 방을 채웁니다.

오늘은 할머니는 뵙지 못하고 후다닥 샤워만 하고 나왔습니다.

어차피 성산 부근에 온 길에 오랜만에 달달한 너티클라우드 한잔하러 찾은 성산 플레이스 캠프내 카페도렐.

가오픈때부터 찾았던 규모는 크지만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잠시 쉬다 갑니다.

지금은 육지에도 도렐브랜치가 몇곳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젊은 감성의 실내와 '너티클라우드'라고하는 시그니쳐 메뉴로 인지도를 쌓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녁 약속을 위해 서귀포 시내에 있는 숙소로 이동합니다.


저녁 모루쿠다


사랑스런 두사람과 조우한 장소는 개인적 서귀포 시그니쳐 매장, 모루쿠다.

사장님의 반가운 맞아주심으로 자연스레 저녁 만찬이 시작됩니다.

자주오는 곳인데 아직 회를 못먹어서 이번엔 숙성연어와 참치를 주문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해서 라멘을 먼저 주문 했습니다.

국물이야 말할것 없이 기본에 충실한 진한 육수에 특이한것은 면을 얇은면을 사용했네요.

개인적으로는 맘에 쏙 듦니다.

숙성연어회는 서울에 왠만한 이자카와와 견주어도 절대 꿀리지 않을 맛.

참치의 살짝 아쉬운점마저 덮습니다.

세번째 음식은 이집 시그니쳐 ‘어탕수’

비주얼로는 경쟁상대가 없습니다.

통으로 튀기는 음식이라 찌는 마라향의 카오위와 다르고 돼지고가가 양념에 들어가는 튀기는 간사오옌리와도 다릅니다.

칠리 기반 소스라 조금 더 자연스레 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역시 최애, 차수에 한치부추무침.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맛입니다.

적절한 익힘에 살짝 매콤달콤한 한치무침을 단맛이 올라오는 알배추에 올리면 자연스레 두번째 잔을 부릅니다.

함께한 술은 만월과 꿀술입니다.


지난 여행에서 건진 보석, 머스크 바


서귀포에서 건진집이 바 머스크인데 요즘에 보기힘든 정통바입니다.

묵직한 입구로 들어서니 아늑한 공간을 채우는 바 안쪽으로 세분의 바텐더가 인사 주십니다.

구력이 느껴지는 매니져, 20대 중반의 쿨한 분위기 쏟아내는 바텐은 아름다운 여성분이고, 수련하는 스물둘의 인턴.

분위기에 취해, 향에 취해, 맛에 취해, 그렇게 여행의 밤은 깊어갑니다.

기본 중의 기본, 마티니가 넘 맘에든 집입니다.

게우코지 일출


하효항과 보목항 사이에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장소가 의외로 일출이 예쁜 곳이 됩니다.

이름이 특이한데, 우선 코지는 너무 익숙한 말로 ‘곶(串; 바다 쪽으로, 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이고

게우에 대해서는 전복 내장이라고 비석에 새겨져 있기는 하지만(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보니…) 이외에 거위라고하는 편이 맞을듯 합니다.

합치면 거위 모양 곶.

남쪽임에도 일출을 보기 좋은 이유는 이렇게 튀어나와 있는 지형때문입니다.

그것만이라면 조금 모자란것 같은데 재미있는 바로 앞으로 보이는 생이돌.

게우코지 명판과 함께 서 있는 다른 비석의 내용에 이것도 모자바위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죠.

사투리로 생이는 새(鳥)의 제주 방언 아니면 형(兄)이라는 경상도 방언입니다.

명판에는 먼 바다로 고기잡이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을 한 모자바위로 추정한다고 씌여있는데, 조금 억지스럽습니다.

이 부분은 세밀한 고증이 필요한듯합니다.

새가 놀던 바위라는 의미에 적합하게 해돋이를 보는 시간 내내 새들이 놀다 가곤 했습니다.



아침 네거리식당

자주 다니던 서귀포 음식점이었는데 요우커의 입성과 SNS 소문으로 버글거리며 초심을 잃어버린 음식에 발을 끊었다 7,8년 만에 다시 찾은 네거리식당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초창기보다는 정갈함이 떨어지지만 기분이 좋아질만큼 회복이 되었습니다.

멀건 국물에 채소 몇개, 갈치 두어덩이 떠다니던 갈치국엔 시원하고 맑은 육수에 가득찬 채소와 단호박 두덩어리, 그리고 갈치가 가득 담겼습니다.

밑반찬은 soso.

늘 네거리식당 뒷편 화정에 가곤 했는데 이제 서귀포 아침엔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멍때리는 서귀다원


본격적인 멍때리기 힐링을 위해 서귀포 중산간으로 이동.

조용한 차밭에서 녹차와 황차 4주전자를 들이키며 시간을 흘립니다.

서귀다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기기묘묘한 제주 현무암이 사열한 녹차밭 사잇길을 지나면 운치있는 삼나무길이 이어지고 길 끝에 앉은 아담한 다실에는 팔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세월을 맞이하시고...

할아버지의 칠순기념으로 일본의 가고시마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 녹차밭에 반해 18년 전 시작한 게 지금의 서귀다원입니다..

나와는 12년지기.

서귀다원은 강진다원이나 보성의 다원, 혹은 제주의 서광다원처럼 규모가 드넓지는 않지만 다원 위로 신령스러운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으니 피부로 느끼는 광대함은 그 어느 다원 못지않습니다.

다실로 향하는 길에는 삼나무길이 이어져 운치를 더하고 녹차밭 사이사이, 아마 밭을 일구며 나왔던 것들로 짐작되는 기기묘묘한 제주석들을 세워 놓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서귀다원의 다실에서 할머니께서 익숙한 솜씨로 차를 내리십니다.

차 맛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향기롭습니다.

이 여유로운 한라산 끝자락의 녹차밭이 무분별한 방문객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사유지이므로 반려동물은 데려오지 말고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차밭에 들어가지 말고 돌담 좀 가만히 놔둬라!


검은쇠 몰고오는


조금은 더 가까워진 사람에게 뭔가 특별한 음식을 소개해 주고 싶어 찾은 제주 흑우집, 검은쇠 몰고오는.

흑우는 한우보다 마블링이 훨씬적어 진홍빛을 띠는데 지방이 적어 기름지지 않고 단백하며 흑색의 다른 육류처럼 특유의 육향이 진합니다.

질기지 않으면서 소고기 본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우에 비해 10개월을 더 키워야 하니 가격을 낮출수 없고.

가격을 생각한다면 불편 할 수 밖에 없는 제주 흑우.

우선 슬쩍 아부리함 사시미에 오븐익힘토마토와 와시비콜라보, 깔끔한 흑우사태냉채샐러드, 흑우족편육, 흑우육회, 구이(차돌박이, 치맛살, 제비추리, 갈빗살, 엄진살, 채씉등심), 메밀놈삐, 소고기미역국, 떡갈비 지름떡

그리고 디져트로 한라봉슬러쉬.

맛있게 먹고 다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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