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나물이 생각나는 주말 춘분을 보내고...
주말(20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절기, 춘분(春分)였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기도 했고, 춘분하면 봄나물이 생각나는데 잠시 올립니다.
춘분은 태양이 남에서 북으로 천구(天球·둥글게 보이는 밤하늘의 학문적 용어)의 적도와 황도(黃道·천구에서의 태양 궤도)가 만나는 날로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이른 봄의 추운 날씨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들이 있습니다.
꽃샘추위에 설늙은이(반늙은이) 얼어 죽는다.
꽃샘, 잎샘에 반늙은이 얼어 죽는다.
삼월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보리누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보리누름*1이란 보리가 누렇게 익는 철을 가리키는 말로 이 무렵이면 날씨가 마냥 따뜻해야 할 터인데 바람이 불고 춥기까지 한 날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봄바람에 죽은 노인'이란 말도 있는데 추위를 매우 잘 타는 사람을 놀리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춘분이라고 하니 냉이, 쑥, 돌나물, 머위, 미나리등 봄나물도 많이 생각 납니다.
지난주엔 쑥수육을 해먹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봄나물을 골라야겠습니다.
냉이를 버터에 살짝 볶으면 냉이 향이 풍부하게 올라옵니다.
쑥은 쑥수육(잡내제거와 쑥향이 은은합니다-오븐200도로 50분)도 좋고, 바지락쑥국도 시원하고 좋습니다.
돌나물은 아삭이고추에 고춧가루, 소금, 설탕, 다진 마늘, 다진 파와 고추소박이하면 밥도둑입니다.
머위는 맛을 잘 우려내야 하는데 굵은멸치 한줌과 함께 토장에 양파, 대파, 두부넣어 간단히 머위멸치찌개를 먹으면 고향의 나른한 봄생각이 떠오릅니다.
미나리는 향을 가득 느끼려면 메밀국수와 비벼서 비빔국수를 하면 최고입니다.
아, 봄나물은 아니라도 요즘 멍게가 좋은데, 아삭한 식감이 특징적이고 염분이 높은 세발나물과 참기름 약간과 볶은깨를 으깨 넣고 버무려 먹으면 멍게의 쫄깃함과 세발나물의 아삭함이 조화를 이룹니다.
미나리는 江上春강산춘, 생미역과 달래는 山海菜산해채, 이런식으로 접시마다 이름을 붙이고 진달래, 개나리 버들개지도 곁드려 운치를 돋구었다.
좋은 가양주에 가야금 한가락 춤 한마당까지 있으면 흥이 이에서 더함이 없었을 것이다.
醉翁취옹의 뜻이 술에 있지 않다더니 나의 식도락은 먹는 맛에만 있지 않고 풍취에 있다.
- 조지훈, 개춘연 잔치에서
그림 순서대로
1. 금죽나물, 곤드레나물, 단풍취나물
2. 당귀나물, 곰취, 눈개승마(삼나물)
3. 더덕새순, 참두릅, 엄나무순(개두릅)
4. 바디나물, 머위새순
5. 일월비비추, 윤판나물
6. 명이나물(산마늘), 취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