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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y 04. 2021

일반인문 CLVII 키오스섬, 호메로스를 찾다

;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하는 이유, 애담 니콜슨

호메로스의 시나 적어도 그 여러 판본들은 기원전 725년경에, 혹은 아무리 늘려 잡아도 그 한 세기 후에 이곳과 매우 유사한 분위기의 어딘가에서 쓰였습니다. 

그러나 그 연도가 언제였는지는 사실 거의 중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호메로스가 글로 쓰이기 시작한 시점을 자로 줄을 긋듯 딱 잘라 말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호메로스가 이때쯤 쓰인 것이라면, 이 시들은 암흑기에서 막 벗어나려는 시기의 문화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잔혹하고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하지만 뭔가 더 부드럽고 더 관대한, 더 나은 어떤 상태를 갈망하는 마음이 어떤 식으로든 그 안에 새겨져 있는 그런 세계의 말.

Homer, Ilias 1522
Homer, Odysseia 1572

일리아스는 기원전 12년경에 일어난 그리스와 트로이(현재 터키 부근)10년에 걸친 전쟁 이야기입니다.

그리스의 세 여신(신들의 여왕인 헬라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다툼으로 전쟁의 불씨가 됩니다. 

파리스(트로이의 왕자)는 세계 제일의 미인인 헬레네(스파르타의 왕비)를 납치하고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우스는 그의 형, 아가멤논과 그리스에서 군대를 모으게 됩니다.

전쟁은 교착상태로 9년을 이어갔고 포로로 잡은 미녀를 아가멤논에게 빼앗긴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는 전장에서 물러나게됩니다.

트로이에 의해 친구 파트로쿠로스를 잃은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나아가 친구를 죽인 헥토스를 죽임으로 전쟁에 다시 가담하게 되고 트로이 목마 전술이 빛을 발하며 그리스군의 승리로 종전합니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 전술을 생각해 낸 오디세우스가 부하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며 겪게되는 항해 모험담을 그리고 있는데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눠집니다.

1권~4권까지는 오디세우의 귀향이 늦어지면서, 그의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늦어지면서 구혼자들에게 고통당하는 이야기와 5권~12권까지는 오디세우스가 겪은 항해 모험을 파이아케슈족의 알키노오스에게 이야기 해 주는 형식으로 전개되어 항해술이 뛰어난 파이아케슈안들의 도움을 받아 고향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13권~24권까지는 정체를 숨기고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가족을 괴롭히는 무리를 해치우고 왕위를 되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하는 이유’는 고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현대적인 가치를 환기 해 주는 책입니다

두 책이 이야기하는 운명의 작용과 냉혹함, 인간다움의 정의와 그 나약함등에 대해 이야기하는것과 동시에 그것들이 왜 지금도 중요한지를 묻고 있는것입니다


애덤 니콜슨은 호메로스의 실체를 찾아 유럽 전역을 헤매기 시작합니다

호메로스가 살았다고하는 카오스섬, 호메로스를 언급한 포도주잔이 발견된 이스키아섬, 작품의 배경이된 크레타섬, 예언자 테이리아스가 최후의 안식처라고 이야기한 우크라이나의 초원지대까지…

Phlomis

키오스 섬의 동쪽 해안에는 Phlomis 플로미스(지중해에서 자라는 관목으로, 가지는 황색이며 털이 많고 노란색 꽃)와 가시 박힌 식물만 자란다. 

유일하게 도드라지는 색이라고는 모래색이 덧입혀진 푸른 바다색과 절벽의 석회석에 난 녹물 자국 빛깔이다. 

드문드문 키 작은 엉겅퀴 가시 둥지 안에 폭신하게 자리 잡은 꽃술이 보랏빛을 뽐내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와 부서지고 있었고 바다 바로 옆으로 난 돌길 위에서 나는 새끼 염소 한 마리를 보았다. 

아마도 봄에 태어났을 것 같은데 지금은 죽어서 양피지처럼 바짝 말라 바위 위에 누워 있다. 

메마른 날씨 덕분에 썩지 않고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다.


방울이 달린 가죽 목걸이가 아직 목에 달린 채고, 귀에 단 노란색 플라스틱 꼬리표도 아직 그대로다. 

발굽은 가슴 아래로 접혀 있고, 가슴뼈는 납작해진 몽당연필처럼 털 밖으로 삐죽이 튀어나와 있다. 

입술이 쪼그라든 탓에 이가 툭 튀어나왔지만 이는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모두 그대로 남아 있다. 

가뭄 탓에 세상에 난 지 하루 만에 쓰러져 죽은 것만 같다

제 옆구리라도 핥으려고 했던 양 머리를 구부리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눈은 사라지고 없고 눈이 있던 자리로는 두개골 전체가 들여다보인다.

그것은 호메로스의 세계였다.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하는 이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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