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offee brea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May 12. 2021

coffee break...모모, 미하엘 엔데

; Momo, Michael Andreas Helmuth Ende

자기야, 왜 맨날 폐가만 그려? 

사람이 쓰다 버린 시간을 그리는 거야.

-시인 김주대

김주대 시인의 그림

5월은 유독 많이 흔들리는것 같습니다.

며칠간 ‘시간’이라는 명제로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는것을 보니...


건축이라는 쟝르는 사람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것에 귀를 기우려야하는 분야라서인지 이렇게 빠져들어 허우적대는 일이 간간히 있습니다.

또 그렇게 헤매다보면 길을 찾기도 합니다.

그래, 이번엔 미하엘 엔데의 ‘Momo’를 집어 들었습니다.

Momo, Michael Andreas Helmuth Ende

;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모모가 살던 소박한 마을에 어느 날 회색 신사들이 찾아옵니다.

그들은 마을에 효율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만 효율적인 시간은 결국 회색 인간들이 피워 없애는 담배의 원료가 될 뿐이었습니다.

모모는 마른체형에 누더기 옷을 입고 있지만, 아름답고 까만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녀입니다. 

숫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가 백두살이라고 말하지만 모모는 나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모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감추어진 지혜로운 생각을 떠오르게 해주는 재능은 시간도둑인 회색신사들마저도 자신들의 비밀을 털어놓게 해버립니다. 

모모는 사회가 제시하는 삶의 틀을 따르지 않고 살아가는데도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더 친구가 많고, 여유롭습니다. 

그래 미하엘 엔델은 모모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도둑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의 마음, 순수함을 상징하고 있기도 합니다. 

‘모모’는 근대적 시간 개념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라고 채근하며 더욱 많은것을 만들어내면서 이룩한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지, 풍요 속에 얼마나 많은 그림자들이 감추어져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회색의 중절모자를 눌러쓰고, 회색 서류가방을 들고, 회색 담배를 피우며, 회색빛의 음산한 음성을 지닌 회색 신사들…

그들은 왜 온통 회색빛일까요… 

회색의 느낌은 차갑다. 불분명하고 중간의 색이다. 칙칙하고 음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이 회색의 빛에 서로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삭막함이나 현대문명의 회색도시, 자신의 가치관을 주장하지 못한 채, 현대사회의 틀 속에 끼어 톱니바퀴처럼, 기계의 부품처럼 표준화되고, 규격화되어 살아가는 정체성 없는 우리들의 모습등 많은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는것 같습니다.

친구를 만나는 시간, 사색하는 시간,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들을 아껴 버린다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남을 수 있을까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긴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간저축은행이라는 곳에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낭비되는 시간을 저축한 사람들은 점점 바빠집니다. 

아무도 새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아이들이 뛰노는 것에 눈길을 주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모모는 회색 신사들이 빼앗아간 사람들의 시간을 되돌려 주기 위해 싸웁니다. 

모모는 승리하고, 사람들은 다시금 돌려받은 시간으로 자신의 삶을 되찾은뒤로 ‘더 잘살 수 있게 되었는지’는 이제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Pierre Sansot가 쓴 ‘느리게 산다는것의 의미’는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느리게 살기의 즐거움을 보여줍니다. 

한가롭게 거닐기, 듣기, 꿈꾸기, 기다리기등 느림에서 생겨나는 사소한 행복들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잊고 있는가를 일깨워 줍니다. 

그는 느림을 '부드럽고 우와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이요 '개인의 자유를 일컫는 가치'로 이해해야 합니다.

게으름, 무능력, 굼뜸으로 치부되던 느림의 지혜가 와 닿는것은, 우리 시대의 미덕으로 간주되었던 효유렁과 속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해주기때문이다. 최대의 효율성을 강조했던 속도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행복하게 해 주는가를 한번 반문해 볼 일입니다.

그에 의하면, 느림은 개인의 성격때문이 아니라 삶의 선택에 관한 문제라는것입니다. 

'빨리빨리'살면서 놓쳤던 삶의 의미, 인생의 목표, 세계와 나 등 조금 거창한 주제를 사색하고,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모모-김만준

https://youtu.be/2FS1TZnxAk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