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도 대어 볼 수 없고, 이도 안 들어가는 벽을 허물며
자정을 넘긴 시각.
창을 열었습니다.
며칠간 내린 비로 이제 청량한 기운이 어둠속을 덮으며 coffee를 내리게 합니다… 思惟사유
불교에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넘어 피안에 도달하다. 또는 은산철벽을 뚫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은과 철은 뚫기 어렵고, 산과 벽은 높아 오르기 어려움을 나타낸 것으로 손도 대어 볼 수 없고, 이도 안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쌓은 은산철벽이 문어 뜨릴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작은 구명이 그것을 허물어 스스로 만들어 놓은 방어기재를 풀어버리며 이 늦은 밤, 공간과 시학을 들춘 Gaston Bachelard 가스통 바술라르의 촛불속으로 빠져 들어 갑니다.
2004년 짐캐리 주연의 영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이터널 썬샤인’에서 실연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계의 도움을 받아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지우려는 남녀가 등장합니다.
여자가 먼저 남자의 기억을 지웠는데, 그걸 모르던 남자는 간만에 만난 여인이 자신을 아무 감정 없는 눈으로 쳐다보는 모습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서로를 당기는 탓인지, 처음 우연히 마주쳤던 기차가 닿는 바닷가 마을에서 조우해서 다시 똑같이 사랑에 빠집니다.
영화제목은 알렉산더 포프의 시 ‘Eloisa to Abelard’ 에서 따왔는데 ‘티끌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이라는 의미 입니다.
삶에 대한 사랑은 대부분의 경우 긴 삶에 대한 사랑의 반대이다. 모든 사랑은 순간과 영원을 생각한다. 그러나 결코 ‘길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 니체의 위험한 책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가 이야기한 ‘영원회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사랑이 끝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미 티끌이 들어와 버린 것입니다.
그 사랑이 영원히 돌아온다면 영원회귀가 되는것입니다.
극한시간에서 시간은 길이가 아니라 영원이 됩니다.
기억이 지워진다해도 의지는 이터널 선샤인의 두 주인공들 처럼 같은 운명을 다시 만들어 냅니다.
영원한 회귀 안에서는 생성이 그 자체로 시간이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것이겠죠.
무너진 은산철벽 넘어… coffee break
산다는 것은 생성하는 것, 순간순간마다 새로운 미래를 획득하면서 진행하는 창조의 과제이다. …그것은 마치 자기 스스로를 소재로 하면서 빛을 얻기 위해 항상 위를 향해 타고 있는 촛불의 불꽃과 같다.-가스통 바술라르, 촛불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