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Jul 26. 2021

일반인문 CLXVII Walden 월든

; Henry David Thoreau, 성공하지 않아서 성공한 삶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본문 중 


7월말에서 8월초는 본격적인 휴가 기간입니다.

이 책은 휴가, 바캉스, 힐링, 치유…의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릴만합니다.

더욱이 지금같은 COVID-19 pandemic 상황에서 답답하고 암담한 마음을 이웃 하나 없는 외딴 숲속 월든 호숫가에서 써 내려간 자연과의 이야기속에서 차분하고 안정된 생각으로의 기분 좋은 여행이 될것입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인생 자체를 시도해보지 않은 하나의 ‘실험’이라고 생각했던 저자는 문명사회를 떠나 이웃 하나 없는 외딴 숲속 월든 호숫가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손노동만으로 생계를 꾸리며 2년 2개월 2일을 살았습니다.

정신적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healing 힐링’이라는 말은 너무나 쉽게 접하는 단어 입니다.

치유를 목적으로 숲을 찾거나 그 속에서 ‘치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든지, 숲속의 사찰을 찾아 Temple-stay 하는것, 혹은 제주 1년살기, 한달살기…이런것들이 꽉 막혀버린 생활 속에서 쌓인 마음을 비우기 위함이겠죠.

올해(2021년)초에 가수 청하가 발표한 ‘Querencia’는 생명력의 리듬을 지나 등장하는 히든 트랙은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듯 신비롭게 전개하고 있는데, 케렌시아는 자신만의 안식처, 피난처를 이야기 하는 말로, 스페인의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소가 잠시 쉬는 곳에서 유래 했습니다.

독일에는 '놀이 spiel'와 '공간 raum'을 합쳐,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뜻하는 ‘Spielraum’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소로에게 ‘Walden’은 치유의 장소이고, 케렌시아, 슈필라움이러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월든에서 ‘실험’한 생활을 묘사하는 18편의 에세이를 거의 반생에 걸친 관찰과 사색으로 ‘Walden, or Life in the Woods 월든, 또는 숲속의 생활’라는 제목으로 펴냈습니다.

집은 백송으로 만든 사원, 식사는 성체를 드는 것에 비유했고 생태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 그는 생태주의의 원칙을 세웠고 채식주의자들이 많지 않던 시절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쪽으로 삶의 가닥을 잡았습니다.

저자는 이 작품이 자연과 함께 산 그의 충실한 생활 기록이자, 인간의 주요 목적은 무엇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은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고뇌하는 젊은 독자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소박하며 자족적인 삶, 노동하되 노동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의식주조차도 허영에 가려지고 본래의 목적과 동떨어져버린 지금, ‘진실’은 추상적인 사고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까운 생활 안에 있다는 소로의 삶과 사상은 우리에게 절실하게 다가 옵니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가면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잔잔한 파장이죠.

한동안 잊혀졌던 ‘월든’은  pandemic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제가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된 것입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중략…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본문 중


우리의 안식처, '월든'은 어디에 있을까요.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소로는 안으로 향하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꼭 물리적 공간일 필요도 없겠죠.

많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한 만큼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의 마음에, 우리의 삶에 더 넓은 여백이 생길 것이고, 그곳은 어디든 '월든'이 될 것입니다.


Henry Wadsworth Longfellow 롱펠로우로부터 독문학을 배웠고 주홍글씨의 Nathaniel Hawthorne 나다니엘 호손 등과도 교류했습니다. 

소로를 극찬했던 로버트 프로스트는 1916년에 발표한 시 ‘가지 않은 길’에 소로우의 정신을 담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을만한 글들이 다수 발견되기도 합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 겸 사상가인 Leo Tolstoy 톨스토이,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Mahatma Gandhi  간디, 미국의 흑인 운동 지도자이자 목사인 Martin Luther King Jr.킹 목사,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인권운동가인 Nelson Mandela 넬슨 만델라,  ‘무소유’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의 법정스님등 수 없이 많은 위대한 인물들에게 영향을 끼친 소로는 세상을 떠나기 바로 직전에 여동생 소피아에게 자신의 첫 저서 ‘강’의 마지막 장을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동생의 책 읽는 소리를 듣다가 ‘이제야 멋진 항해가 시작되는군’하고 나직한 소리로 중얼거리다 잠시 후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에게 죽음이란 또 다른 멋진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중략…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 Robert Frost 로버트 프로스트

매거진의 이전글 일반인문 CLXVI 육식주의를 해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