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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Aug 03. 2021

일반인문 CLXVIII 비유에 대하여

; Franz Kafka 프란츠 카프카

8월, 절정의 여름 가운데 카프카를 집어 들었습니다.

Von der Gleichnissen 비유에 대하여는 비유에 관한 비유는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Von der Gleichnissen 비유에 대하여


비유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현자의 말이 항상 비유일 뿐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그들에 따르면 우리에게 존재하는 거라곤 오직 일상뿐이다. 만약 현자가 "저편으로 가라"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이는 우리가 어떤 실제 장소로 건너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어떤 가치가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해내겠지만 말이다. 그가 의미한 것은 어떤 전설 속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저편'인데, 이는 미지의 곳으로 현자 자신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는 실상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네가 이겼어." 두 번째 사람이 말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비유 속에서만이야."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아니, 현실 속에서 그렇지. 비유 속에서 넌 진 거야." -본문 p10


카프카는 도입에서 현실과 비유사이를 뒤흔들며 새로은 페러다임으로 생각의 시작을 열고 있습니다.

Aphorism 아포리즘이나 Fable 우화에서 보여지는 비유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불안과 세계의 부조리에 선명하게 접근하게 합니다.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더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데 있다고한 카뮈의 말처럼 처음 카프카를 접한 이들의 머리 속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 그의 이야기에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서가 속 프란츠를 다시 꺼내들게 합니다.

책 표지에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는 제목 아래 구절은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책은 도끼다’라는 광고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말로 그 시작점은 카프카입니다.

카프카가 스무 살즈음(1904년 1월 27일)에 그의 고등학교(Gymnasium) 동창이자, 체코인 예술역사학자, Oskar Pollak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내용에 있습니다.


「네 말대로라면 책이 우릴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읽어야 하나? 글쎄, 책을 읽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책이 없어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거야. 그리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책이라면 아쉬운 대로 자기가 써 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자살처럼 다가오는 책으로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조끼여야 해.」

전체가 Ⅷ부로 이루어져, 도입 이후 Ⅱ, Ⅲ부의 작품들은 크게 유대교 및 성서, 건축과 건설을 주요 motif 모티프로 애초부터 쌓을 수 없는 것을 쌓으려는 무의미한 시도를 상징하는 바벨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Ⅳ부에는 프로메테우스, 아틀라스, 포세이돈, 사이렌, 알렉산더, 디오게네스 등 신화적 motif  모티프가 등장합니다.

Ⅵ, Ⅶ, Ⅷ부에는 독수리, 용, 호랑이와 같은 동물, 또 산초 판사와 로빈슨 크루소 같은 문학 작품의 주인공, 카프카가 만든 허구의 인물 등 다양한 motif모티프가 있습니다.


글을 읽어가면서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노자인데, 역자는 "노자가 '도'를 두고 '도가도비상도'라고 표현한 것과 유사하다. 간단히 말하면, 이는 '도를 도라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끊임없이 변화 생성하는 '도'의 성격을 드러낸다. 현실세계의 원리로 포착할 수도, 파악할 수도, 개념화할 수 없는 '도'에 대한 표현이다. 비유 역시 '이편'의 언어로 말해질 수 없기에 '저편'으로 '넘기는' 것이며, 이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은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드러낸다."로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제 갈길을 가고, 자네는 자네의 길을 가는 거지.

지금껏 그 두 길이 서로 교차하는 걸 난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본문 중

카프카는 책에서 ‘일상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란 오로지 일상의 집적이며 일상은 시간이 부리는 변덕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라는 메타포를 던지고 있습니다.


카프카를 읽어야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까이에서 접하는 입시문학과 조금은 그 결이 다른 거칠지만 박제된 생각을 흔들어 새로운 사고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기때문일것입니다.


카프카 예술의 요체는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더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데 있다. 작품의 결말 또는 결여는 여러 가지 설명 방법들을 암시해 주지만 이 설명들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것이 설득력 있게 되려면 이야기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한 번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이중의 해석이 가능하여 그러기에 두 번 읽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것은 곧 작가가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카프가의 작품을 세부까지 다 해석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상징은 항상 일반적인 것 가운데 있으며 상징에 대한 해석이 아무리 정확한 것이라 할지라도 예술가는 그 속에 전체적인 움직임을 재현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즉 한마디 다 맞아 떨어지게 옮겨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상징적 작품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없다. 상징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초월하여 사실상 그가 의식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 이상을 말하게 한다.

- 알베르트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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