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갚은 가을 하늘에 넋을 잃고
하늘이 장난 아닙니다.
한가위 스러운 진~한 코발트 빛에 빨려 들어갈듯 합니다.
정리할것이 남아 잠시 사무실에 나왔다가 하늘빛에 잠시 멈춥니다.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에 올라있는 ‘秋高塞馬肥 추고새마비’라는 말이 뒤틀려 나온 말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말은 사용하기 조금 찜찜합니다.
흉노족은 지금의 만리장성 넘어 북방에서 말을 타고 수렵 생활을 하며 사람을 해치거나 재물을 강제로 빼앗던 유목 기마민족이었습니다.
이들은 넓은 초원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말에 풀을 먹여 말을 살찌웠는데,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가을이면 이 말을 타고 중국 변방으로 쳐들어와 가축과 곡식을 약탈해 갔습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가을철이면 언제 흉노족이 침입해 올지 모르니 미리 이를 경계하라는 뜻으로 '추고새마비'라는 말을 썼던 것이죠.
그런데 이 말이 단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이라는 말로 바뀐것은 일본에의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일본은 섬나라인지라 북방 오랑캐의 침범을 겁낼 까닭이 없으니 塞새를 빼고 秋추를 天천으로 고쳐 '천고마비'라 해 가을철을 수식하는 말로 쓰기 시작했다고합니다.
어찌 됐든 '천고마비'는 단순히 청명한 가을을 상징하는 말을 넘어 외침과 그에 대한 경계심을 깨우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말이란것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유기체 같은 것이어서 지금 와서 새삼 '천고마비'를 버리고 '추고마비'를 써야 할 이유,절실한 필요성도 찾을 수는 없게 되었죠.
다만 '천고마비'란 말의 생성 과정을 통해 그 본래 원형을 살피고 그럼으로써 그 말이 안고 있는 우리 민족의 역사성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반고이후 후대에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이라 불렸던 두보 杜甫의 조부인 두심언 杜審言이 보좌관(참군參軍)으로 북방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가 하루빨리 장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지은 시에도 같은 말이 나옵니다.
雲淨妖星落 秋高塞馬肥 운정요성락 추심새마비
據鞍雄劍動 搖筆羽書飛 거안웅검동 삽필우서비
구름은 맑고 요성도 사라져 가을은 높고 요새의 말도 살찐다.
안장을 기대면 영웅의 칼이 동하고 붓을 갈기면 깃 꽂은 글이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