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과 파티에서 즐겨봐도 괜찮을...
출근길의 바람이 제법 선선합니다.
언제 그랬냐는듯 에어컨의 냉기는 뒤안길로 접어 듭니다.
새벽을 걸으며 떠오른 생각은 헤비럼과 코크, 쿠바와 미국의 콜라보 열정의 여름 칵테일, Cuba Libre 쿠바리브레입니다.
살짝 5,6년 전 다큐, Cuba Libre story 도 생각나고…
휴양지에서 즐기기도 좋고 집에서 달고 시원해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낼 때 럼주에 콜라를 섞고 라임 한 조각을 넣으면 됩니다.
뒤로 남겨진 쿠바리브레가 있다면 선선해진 가을 분위기가 Martini 마티니로 자연스레 생각을 잇습니다.
마티니 이야기 첫번째는 당연히 영화 이야기 입니다.
마쵸 분위기의 럼 베이스의 쿠바리브레와 상반된 신사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진 베이스의 마티니는 수트와 스파이로 대변합니다.
당연히 ‘007 살인면허’에서부터 이런 주문 대사가 이어집니다
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
보드카 마티니, 젓지말고 흔들어서
정통 마티니는 진과 베르무트로 만들지만, 제임스 본드는 늘 진 대신 보드카로 만든 마티니를 주문합니다
제임스 본드의 마티니는 정통 마티니와 만드는 방법도 다른데, 정통 마티니는 음료를 저어주면서 섞는 Stir 스터방식으로 기포가 생기지 않아 매우 깔끔한 질감과 날카로운 맛을 가진 칵테일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는 스터 대신 Shake 셰이크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데 셰이킹해서 만든 마티니는 좀 더 부드럽고 둥그런 맛을 냅니다.
007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를 여럿 찾아볼 수 있는 영화 ‘킹스맨’에서는 에그시가 마티니를 주문하는 방법이 재미있습니다.
Martini. Gin, not Vodka, Obviously. Stirred for 10 seconds while glancing at an unopened bottle of vermouth
마티니. 당연히 보드카 말고 진으로. 오픈하지 않은 베르무트 병을 바라보면서 10초 동안 저어줘요
제임스 본드와 정반대로 주문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신사의 탄생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파티와 모임이 잦아지고 이러한 모임에서 술이 빠질 수가 없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주나 맥주, 양주를 한두가지 정해놓고 마시지만 미국인들은 식전에 주로 칵테일을 마시고, 식사 중에는 와인을 마시며, 식후에 코냑이나 브랜디, 그라파, 포트 등을 마십니다.
이중 식전에 마시는 칵테일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마티니입니다.
진에 드라이 베르무트를 살짝 뿌린 클래식 마티니는 평소 독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익숙해지기 힘든 맛이기 때문에, 사과, 파인애플, 크랜베리, 수박, 초콜렛 등 여러가지 맛과 향이 가미된 좀 더 달콤하고 맛있는 마티니가 해마다 새로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클래식 마티니는 진과 드라이 베르무트 Vermouth, 이 두가지 원료에 올리브를 넣어서 만드는데, 이렇게 심플한 재료로도 수백가지의 마티니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틀 전에 이야기 한 제임스 본드는 항상 진 대신 보드카를 사용한 마티니를 ‘Shaken, Not Stirred’고 주문하는데 이렇게 만드는 마티니를 ‘007 Martini’라고 부릅니다.
캐나다의 한 대학 연구팀이 99년 의학전문지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마티니를 흔들어 섞은 것과 저어서 섞은 것을 비교했을 때 흔들어 섞은 것이 심장병 등 성인병 방지에 효과가 있는 항산화제(antioxidant)를 더 많이 생성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니, 그래서 아마도 제임스 본드가 무병장수하는지도 모르겠내요.
마티니에 들어가는 드라이 버무스의 대표명인 ‘Vermouth 베르무트’는 화이트 와인에 설탕과 수십종의 약초류의 알콜 추출액을 넣은 와인으로 알코올 함량 16% 정도의 술입니다.
90년대 로코 영화 ‘사랑의 블랙홀(원제: Groundhog Day)’에서 여주인공 리타는 식당에서 베르무트 온더록을 주문하는것을 지켜보고 있던 필(빌 머레이)이 다음 날(실은 같은 날의 반복) 모르는 척하며 베르무트 온더록을 먼저 주문하고는 취향이 맞는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만큼 베르무트는 마티니의 보조 역할로 유명하고 그 자체로도 훌륭한 술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쉽게 와 닿지 않지요.
베르무스(알코올 함유량 16~21%)와 함께 비터스(Bitters : 알코올함유량 48%) 및 리큐어 종류인 캄파리(Campari) 등이 프랑스어로 ‘Aperitif 아페리티프’라는 식전주에 해당합니다.
돌아와서, 마티니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몇가지 가설은 존재 합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1911년 미국 뉴욕 호텔 바에서 일하던 Martini 마티니라는 이름의 바텐더가 처음 만들었다는 설외에도 1860년~1862년경에 미국 바텐더 Jerry Thomas 제리 토머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마티네로 여행하는 어떤 신사에게 이 칵테일을 처음으로 대접하였는데, 그 신사의 목적지인 'Matinee 마티네'의 이름을 따서 마티니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 설이 있고 유명한 포도주 제조회사인 마티니 & 로시 회사가 이 칵테일을 만든 장본인이라고도 레시피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Martinez마르티네스가 마티니의 원형이지 않을까 추측하기도 하는데 마르티네스가 여러 형태를 거쳐 현대의 마티니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이 믿는 정설에 가깝다고 생각 합니다.
Martini 마티니라는 이름이 기록된 첫 번째 문서는 Harry Johnson 해리 존슨의 저서 Bartender Manual 바텐더 매뉴얼 1888년 판본으로 이 책에는 curacao 큐라소와 시럽을 쓰는 등 현대의 마티니보다는 마르티네스에 가까운 레시피가 기록되어있습니다.
현대의 마티니와 가장 유사한 칵테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904년 Thomas Stuart 토마스 스튜어트가 출판한 Stuart's Fancy Drinks and How To Mix Them에 기록된 Marguerite 마거리트로 이 칵테일은 진과 드라이 베르무트를 2:1로 섞고 오렌지 비터를 1 대쉬 추가한 칵테일로, 처음으로 스위트 베르무트가 아니라 드라이 베르무트가 쓰였습니다.
19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티니는 위의 마거리트처럼 진과 드라이 베르무트를 2:1로 섞고 오렌지 비터나 아로마 비터를 섞은 형태였으나 1930년대로 오면서 이 비율이 3:1로 바뀌고, 비터 대신 레몬 필에서 에센스를 뿌리는 방식으로 변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드라이해지는 경향을 보이며 현대의 6:1 비율이 되었고 드라이해지는 경향은 지금도 여전하여 미국의 일부 바에서는 베르무트를 잔에 린스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유난히 Celebrity 셀럽, Personality 명사들이 마티니를 찾는 이유는 익숙하고 편한 맛이 아닌, 드라이한 맛에서 느껴지는 단순하고 세련된 매력때문일것입니다.
글을 올리면서도 침샘을 자극하네요.
그 유명한 분들의 레시피와 뒷 이야기 늘어놔 봅니다.
앞에서 언급한 Harry Johnson의 마티니 레시피는 Old Tom Gin, 스위트 베르무트, 오렌지 큐라 소, Gum syrup, 레몬 트위스트로 되어 있고 이듬해 Henry J. Wehman의 책에서는 비슷한 두 번째 마티니 레시피가 있습니다 .
얼음, 2~3 dash Gum syrup, 2~3 dash 비터, 올드 톰의 1/2 와인 컵 한 잔 큐소라 1 dash, 진 , 베르무트 1/2 와인 컵 한 잔.
시간이 지남에 따라 curaçao 큐소라는 빠르게 음료를 떠났지만 오렌지 Bitters비터는 1940 년대까지 일반적인 재료로 남아있었습니다.
*curaçao 큐소라는 오렌지 껍질로 만든 독한 술이고 Bitters 비터는 칵테일의 조미료 같은것인데 이건 설명이 길어 집니다. 1 dash= 4~6방울(1/32온스)
윈스턴 처칠은 마티니에 진만 넣을 정도로 향만을 살짝 느낄정도로 베르무트를 넣지 않았고 요리사인 줄리아 차일드는 진과 베르무트의 비율을 기존 비율과 정반대로 1:5로 섞어 마셔서 리버스 마티니라고 불렸습니다.
너무도 유명한 고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게이블 도 처칠처럼 드라이하게 즐겼는데, 베르무트 병을 거꾸로 돌려 코르크에 적신 후, 이걸 잔의 림 부분에 한번 문질렀다고 합니다.
노인과 바다를 모르는 분은 없겠죠. 헤밍웨이는 몽고메리 장군이 전력차가 15배 이상 나지 않으면 전투를 하지 않았다는 말에서 시작된 술, 몽고메리 마티니를 즐겼는데, 진과 베르무트를 15:1의 비율로 맞춰 아주 드라이합니다.
007 시리즈의 원작가, 이안 플레밍도 런던의 듀크바에서 젓지도 흔들지도 않고 거의 진만으로 만든 아주 드라이한 마티니를 즐겼는데, 그의 1953년 책 Casino Royale에서 ‘고든 진 3, 보드카 1, Kina Lillet 1/2, 얼음이 차가워 질 때까지 잘 흔든 다음 크고 얇은 레몬 조각을 추가’라는 레시피가 등장 했습니다.
*Kina Lillet는 1980년대 중반 즈음까지 생산되던 키나 릴레 Kina Lillet가 단종된 후, 퀴닌의 함량을 낮춰 쓴 맛을 줄인 릴레 블랑이 출시되었습니다.
아, 판데믹이 끝나고 영국으로 여행하신다면 영화 ‘킹스맨’의 양복점 근처에 007 듀크바가 있습니다.
조찬미팅으로 가끔 가는 서울 시청의 웨스틴 조선의 ‘라운지 앤 바’에서 칵테일 주문하시면 몇년전부터 나무로 만든 엔틱 무빙카크가 등장하는데, 이 집 헤드 바텐더, 김대욱님이 영국여행 중 바로 그 듀크바에 들렀다가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네요.
예전 출장이 많았을때, 출장 일정 마치고 혼자 술 한잔하기도 했는데, 런던 사보이 호텔 바, American bar도 한번 가보세요. 사보이는 Gucci 창업자, 구찌오 구찌가 벨보이로 일하며 시야를 넓히고 안목을 끌어 올린곳으로 잘알려진곳이고, 제가 좋아하는 맨하탄의 엠파어빌딩 뷰가 기가 막힌 루프탑을 가지고 있는 뉴욕 노마드 호텔 바, Flatiron bar도 추천합니다.
위에 살짝 이름을 드러낸 웨스틴 조선의 라운지앤바, 그랜드 하얏의 시끌벅적 연중 파티느낌의 JJ 마호니, 좀 더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핼리콘, 절제되어 있지만 아늑한 느낌의 서울 신라의 더 라이브러리등 호텔 바는 시간이 지나며 리뉴얼을 하고 theme을 완전히 바꾼 강남 리치칼튼 호텔 바 처럼 오랜 시간 동안 아는 많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즐겨졌던 Authentic bar (정통바*)시장에서 지난 10년 사이 국내 바의 발전은 놀라웠습니다.
*바의 종유로 일반적으로 '클래식 칵테일'을 다루는 바를 ‘Classic Bar(Authentic Bar)’라하고 싱글 몰트 위스키 붐을 타고 하나둘씩 등장한 ‘Whisky Bar’, 편안한 환경에서 일행과 대화를 나누기 쉬운 분위기의 ‘Morbern Bar-보통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라운지를 쓴 평범한 바와 DJ 믹스를 틀거나 힙합공연을 하는 식의 ‘Rounge Bar’, 화려한 퍼포먼스로 고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Flair Bar’, 자유분방하고 캐쥬얼한 분위기의 ‘Western Bar’등
다양한 종류의 술(와인으로 시작해 위스키, 맥주까지)이 수입되기 시작했고 철학과 재능, 감각을 갖춘 바텐더들이 세계적인 칵테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바텐더들은 서울 곳곳에 자신의 바를 오픈했고, 창조적인 오리지널 칵테일들을 메뉴에 선보였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하게 변신을 거듭해온 마티니는 하나하나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바텐더의 철학과 기술로 다양하게 변신을 꾀하고 있고 바의 시그니쳐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사과, 파인애플, 크랜베리, 수박, 초콜렛 등 여러가지 맛과 향이 가미된 좀 더 달콤하고 맛있는 마티니가 해마다 새로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홍대 합정역 앞 The factory는 아일라 지역 특유의 톡 쏘는 알코올 풍미를 입히기 위해 싱글 몰트위스키로 잔을 헹구고 진과 베르무트를 섞은 뒤 잔을 헹군 위스키와 같은 종류의 위스키를 술 위에 스프레이로 분사하여 강렬한 향의 여운을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박시영 오너 바텐더) 이와 반대 입장으로 압구정로데오, Le Chamber에서는화려한 향과 맛을 위해 홈메이드 오렌지 에센스를 추가하기도(박성민 바텐더)합니다.
몇가지 변형 마티니 볼까요.
Dirty Martini는 드라이 진, 베르무트에 올리브 통조림 국물을 조금 널거나 올리브를 빻아 나온 즙을 섞어줍니다.
Gibson Martini는 더티 마티니와 동일하지만 올리브 1 개 대신 절인 양파 소금물을 사용합니다.
Appletini(Apple Martini)는 보드카에 Sour Apple Pucker(애플 리큐르 15%)나 Apple schnapps(독일 리쿠어 15%) 혹은 Apple cointreau(프랑스산 리큐어 40%), 그리고 레몬 주스와 설탕으로 만듧니다. 칵테일 셰이커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재료를 넣은 다음 잘 흔들어 섞은 후 스트레이너를 사용하여 물과 얼음을 비운 차가운 잔에 애플티니를 따르는데 이때 얇게 썬 파란 사과 한 조각을 잔에 꽉 차도록 띄워서 가니시하면 사과의 상큼한 맛 때문에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Cosmopolitan은 보드카, Triple Sec(오렌지 껍질을 담가두었던 오드비와 물 혼합액을 증류 40%), 크랜베리 주스, 라임주스를 넣어 만드는데 애플티니에 오렌지 주스를 매우 소량 살짝 넣으면 좀 더 부드러운 ‘프렌치 코스모폴리탄’이 됩니다.
Watermelon Martini는 여름스러운 이름이죠. 보드카에 수박즙, 레몬 주스와 설탕을 넣어 만듧니다.
Hesperus, 금성을 의미하는 Vesper Martini 는 보드카에 Kahlúa (테킬라에 커피, 설탕 따위를 첨가하여 만든 커피리큐어), 에스프레소 커피, 설탕이 들어 갑니다.
비슷한 느낌의 French Martini는 보드카와 Chambord (라즈베리 리쿠어 16.5%), 그리고 파인애플 주스를 섞습니다.
오리지널 레시피나 보드카 마티니외에 저도 가끔 생각 나는 Espresso Martini에는 보드카와 Kahlúa (테킬라에 커피, 설탕 따위를 첨가하여 만든 커피리큐어), 에스프레소 커피에 설탕을 넣습니다.
이제 마지막 소개할 추운 겨울과 달달함이 흐르는 사랑이 연상되는 파격 마티니인 Chocotini(Chocolate Martini)는 보드카에 chocolate liqueur, Baileys(아이리쉬크림)을 섞어 만듧니다.
사랑과 겨울이 최고치로 떠오르는 것은 바닐라향이 가미된 Stoli vanil 보드카에 화이트 초콜릿 리큐르, 그리고 Peppermint Schnapps(이건 작년 넷플릭스 대시 N 릴리에 나왔죠-이건 지팡이 사탕 맛)로 만드는 화이트 쵸콜렛 마티니입니다.
마티니 이야기는 계속 이어가자면 끝을 내기 힘들만큼 100여년의 역사 속에 수 많은 뒷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진이나 보드카 자체로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마티니로 변신한것의 중심에는 비율이 적든, 많든 Vermouth 베르무스가 있기에 가능했던것입니다.
베르무트가 빠진다면 그저 찬 진이나 보드카에 불과 하겠죠.
No vermouth, and it’s not a Martini; it’s just a glass of cold gin or vodka.
그래, 이 베르무스를 잠시 들여다 봅니다.
베르무스는 Campari 캄파리(알콜 19~24%), Bitters 비터스(알콜 48%)등의 프랑스의 대표적인 Aperitif 아페리티프(식전주)의 하나로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Vermouth라는 이름은 ‘Worm Wood 향쑥’을 뜻하는 독일어 ’Wermut 베르무트’, Teutonic 튜턴어 ‘Wermod 베르무드’에서 온것이죠.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베르무트인 누아이 프라트(Noilly Prat, 1813)와 마티니(Martini, 1863)로 칵테일 마티니의 기본 레시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베르무트는 앞에 올린 내용에서처럼 90년대 로코 영화 ‘사랑의 블랙홀(원제: Groundhog Day)’에서 여주인공 리타는 식당에서 베르무트 온더록을 주문하는것을 지켜보고 있던 필(빌 머레이)이 다음 날(실은 같은 날의 반복) 모르는 척하며 베르무트 온더록을 먼저 주문하고는 취향이 맞는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올정도로 그 자체로도 훌륭한데, 대개 온더락으로 차갑게 마시며 때로 레몬이나 오렌지 슬라이스를 곁들입니다.
이 두가지외에 오늘은 시도할만한 몇가지를 이야기하는것으로 마티니 생각을 정리 합니다.
프랑스산 Dolin Dry 돌린드라이와 Dolin Blanc 돌린블랑은 정확한 조리법은 극비사항이지만 사용되는 식물은 쑥, 우슬초, 카모마일, 제네피, 친코나 나무 껍질 및 장미 꽃잎을 포함, 최대 54종이며 이러한식물의 침출액(Maceration)과 결합된 Ugni Blanc 와인이 신선하고 우아한 아로마와 미묘하고 복잡한 맛을 보여주는데 리치와 같은 열대 과일의 은은한 달콤함과 드라이한 허브 및 쓴 정향의 피니쉬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Mancino Bianco Ambrato 만치노 베르무트는 37 가지 천연 식물 성분과 Trebbiano di Romagna 와인을 블렌딩하여 만들어집니다.
약간 호박색으로 특이한것은 Quinine 퀴닌의 함량이 매우 높아 쌉쌀한 맛이 잘표현됩니다.
출장때 들렸던 맨하튼의 바에서는 Cocchi Vermouth di Torino 코키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초기의 베르무트의 달콤함에서 피렌체 출신의 제빵사가 만들어 낸 베르무트로 역시 진한 강화 주정향과 슬쩍 스치는 달콤함도 기분좋은 특징입니다.
비슷한 컬러를 가지고 있는 Carpano Antica 카르파노 안티카도 말린과일의 달콤함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베르무트로 이 두가지는 여성취향의 마티니를 만들때 사용하면 좋습니다(물론, 여성취향이 모두 부드러움을 나타내는것은 아니지만)
보기 힘든 스페인의 Lustau Bianco 루스토 비안코는 Sherry 셰리 베이스라는것이 특이한데 덕분에 더욱 복잡한 맛을 가져다 줍니다.
일단 셰리와인 자체가 무척이나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으니…
마지막으로 Imbue Dry는 미국 오리곤주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honeysuckle 허니서클(우리말로 인동덩굴)과 사과향이 진합니다.
마티니라는 칵테일은 첨가하는 내용에 비해 시작점도 희미하지만 수 많은 파생된 레시피로 칵테일계의 왕좌로 굴림하고 있는것은 확실합니다.
이번 가을, 혹은 겨울 홈파티나 연말모임에서 마티니의 깊은 맛과 함께 해보시는것은 어떨까요.
쓸데없이 길어진 마티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