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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Nov 01. 2021

가을 同行

; 깊은 가을 함께 걸어보는 제주

이틀간의 출장 일정을 마치고 쉼을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저녁부터 3일간 대학 동기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 첫 조우 장소는 친구가 먹고 싶다는 갈치 회집입니다.


물항 식당

신생 맛집들에 밀리고 쳐지긴 했지만 그래도 손가락 순위 안에 드는 갈치 횟집 중 하나가 물항 식당입니다.

탑동 양대산맥이었던 물항과 성복 중 성복은 문을 닫은 지 6~7년 정도 되었고 물항은 아직 건재합니다.


갈치회는 원래는 뱃사람들이, 혹은 낚시꾼들이 갈치를 잡자마자 회를 쳐서 먹었던 것이 지금은 별미로 찾는 횟감이 된 것입니다. 

쉽게 대중화가 안된 이유는 싱싱하지 않으면 갈치회를 먹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식 스타일의 숙성 사시미나 일반 횟집에서 은색의 비늘을 그대로 가져간 스타일과 다르게 비교됩니다.

탑동 부두의 (물항 식당을 포함한) 갈치회는 이렇습니다. 

먼저 비늘을 벗기고, 가시들을 제거하면서, 갈치 모양 그대로 포를 뜨고 가운데 큰 가시가 있으니 양쪽으로 두 개의 포를 떠냅니다. 

그리고 각을 줘서 얇게 썰어 내면 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아, 뭐.... 갈치 맛이란 게 이런 거 아닐까?' 하던 예상이 확 깨져 버립니다.

그다지 씹는 맛이라는 게 없고, 입에서 살살 녹아 버립니다.

일 년 내내 하지는 않지만 역시 일십 집에서 조차 보기 힘든 고등어회도 이 집의 별미입니다.

근데 고등어회는 귀하기 때문에 그런 지 좋아하는 이들도 많지만 전체적인 의견은 비려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외에도 전어회, 병어회, 가오리회 등이 있지만 다 먹어 보면 왜 물항 식당이 갈치회가 유명할 수밖에 없는지 답이 나올 것입니다.

그 외에 식사들…


2차로 간단히 라운지 38에서 싱글몰트로 첫날을 마무리합니다.



이튿날.


우진 해장국


아침은 어제 한라산 4병에 탈리스커 한 병을 둘이서 박살 낸 탓에 조금 부드러운 해장국으로 이틀째를 시작합니다

몸국과 비슷한 담백한 해장국집이죠

서문사거리 부근 복개추차장 인근,

약간은 생소한 이름인 제주 육개장. 

제주 고사리를 고기와 함께 갈아 넣은 걸쭉한 국물의 맛이 일품입니다.

처음 접할 때 비주얼은.... 젓갈(?), 죽(?) 같습니다.

비린내도 날 것 같고...

한술 뜨면 이런 걱정들이 말끔히 사라집니다.

밥에다 비벼 먹어도 맛있고, 말아먹어도 맛있고, 국물만 떠먹어도 맛있습니다

제주의 여느 해장국집처럼 함께 나오는 청양고추는 정말 매우니 조심해야 합니다.

미디어가, 소위 셀럽들이 망친 바다.


한담공원


그래 그들이 망가뜨리기 전의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 새벽밥 먹고 달렸습니다.

한담 공원은 제주 해변 중에도 손꼽을 만큼 이~히~쁜 바닷가 올레죠.

휴양지 관광 책자에서나 단골 카피로 등장하는 소위 에메랄드 빛 바다색을 품고 이어져가는 현무암

절벽의 산책로…

한 없이 잔잔하며,

이제 들이닥치게 될 뜨겁게 달아 오른 태양이 삼킬 일몰의 장관을 품을 듯 숨죽인 그곳 한담!

이런 한담 올레를 휘감으며 그 끝을 자연스레 문명과 차단시켜주는 한담공원!!

여기에 세워진 카페, Kitchen 애월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져 적막해지긴 해도 이곳은 바람마저도 쉬어 갈 듯한 곳….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와 신창리 드라이브


한담에서 바로 연결되는 장소가 월령리입니다.

선인장 하면 사막을 떠 올리기 쉽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선인장 자생지가 있습니다.

제주 월령리 선인장 군락 자생지는 열대 지방으로부터 해류를 타고 밀려와 야생하게 된 우리나라 유일한 선인장 군락지로 천연기념물 42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월령리는 돌담길 따라 온통 선인장으로 뒤덮여 있다.

위협적으로 보이는 선인장 군락은 오히려 옛날엔 마을과 집을 보호하던 방어막의 하나였다 합니다.

집을 둘러싼 돌담을 선인장이 다시 빙 돌아 감싸면, 선인장의 위협적인 가시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쥐 나 야생동물들의 침입을 막아주었는데, 특히나  제주사람들이 신앙적으로  무서워하는 뱀의 집안 침입도 막아주었습니다.

선인장 몸체가 해류에 의해서 이곳까지 밀려오고 해면의 모래밭 또는 바위틈에 올라와서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선인장 모양이 손바닥처럼 생겼다 하여 '손바닥 선인장'이라 부릅니다.

정식 명칭은 '부채 선인장'이죠.

이 선인장들은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이곳 제주 월령리까지 온 것으로 추청 되며 오래전부터 이곳 주민들이 뱀이나 쥐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집 돌담에 옮겨 심으면서 현재는 제주도 월령리 마을 전체에 퍼지게 된 것입니다.

해마다 4~5월이면 선인장 줄기에 파란 열매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 선인장들은 상큼한 초록빛으로 7월이 되면 노란 꽃이 피고, 11월에는 보라색 열매가 맺힙니다.

이 열매가 백년초 열매인 것이죠.

최근에는 백년초의 여러 효능이 알려지면서 제주도 월령리 주민들의 고소득 작물이 되었다.

제주도 월령리 초록빛 선인장은 다년생의 초본이고 줄기가 잘 갈라지고 표면에 가시가 납니다.

11월 말 12월 초는 선인장 열매 수확철로, 자줏빛의 백년초 열매가 맺어있는 선인장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바닷가엔 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는데 바람이 아예 없는 날에도 정자 그늘에 서면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인적 없고 고요한 바다 정자는 그야말로 혼자만의 바람과, 혼자만의 바다를 즐기기에 딱인 장소입니다.


차귀의 거시 포인트 수월봉


아침 한담을 위해 새벽같이 움직이니 점심까지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래 가는 길에 몇 곳 더 들립니다.

그중 제주 10경 중 하나인 차귀 낙조 포인트, 수월봉.

여유가 있었다면 지질 트래킹 하기도 좋습니다.

오전이라 태양도 피하면서….

그래도 이 날씨에 원경의 바닷속 차귀는 볼만한 포인트인 것임을 부정할 수 없네요.


추사 선생의 흔적


일찍 움직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직 예약시간이 한 시간 반 남았네요.

그래 가까운 선택지는 추사 적거터와 단산 아래 대정향교까지 잇는 말 마농 길입니다.

안동 김 씨는 병조판서 추사가 눈의 가시였죠.

윤상도의 상소문을 추사가 초안한 걸로 꾸미고 윤상도는 결국 1840년 유배지에서 의금부로 압송되어 아들과 함께 능지처참당하고 고향집에서 자고 있던 추사도 의금부로 압송, 제주도 유배 갑니다.

1840년 9월 27일 제주도 가는 배 올라 제주도 화북에 도착하여 교리(校理 종 5품의 선비) 송계순의 집에 기거하다 다시 한라산을 넘어 대정으로 가 1년 후 더 큰 집인 교리 강도순의 집으로 옮깁니다.

그래 이 집은 추사 학당이 되고 추사체를 완성합니다.


1946년 4.3 사건 때 불에 소실되었다 1984년 후손의 고증에 의해 복원된 것입니다.

누마루로 진입하면 제주도식 초가 4채가 보이고 정낭 지나 안마당에 들어서니 안채, 바깥채, 별채, 통시(제주도식 화장실)가 ㅁ자 마당을 만듭니다.

비록 문 밖 출입을 못하는 유배형이었지만, 추사가 아예 신체의 자유가 없었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

추사는 대정향교에서 유생들에게 종종 글도 가르치고 의문당이라는 현판을 써주기도 했습니다.

추사가 제주 유배 중에 남긴 한시 중 수선화라는 글이 있는데, 그 내용을 생각하면 한없이 제주다움이 연상됩니다.


一點冬心朶朶圓 일점동 심타 타원

品於幽澹冷雋邊 품어유담냉준변

梅高猶未離庭砌 매고 유미리 정체

淸水眞看解脫仙 청수진 간 해탈 선

- 水仙花, 金正喜 수선화, 김정희


한 점 겨울꽃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피었나니

그윽 담담하고 싸늘 준수하게 빼어난 자태.

매화는 고상하지만 섬돌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 참모습, 바로 해탈한 신선일세.


프랜차이즈가 만들어 낸 흑우 스페셜.


이제 드디어 점심.

한의 담은 본점으로 시작해 청담, 광화문, 포스코, 해운대에 이어 제주에 오픈한 프리미엄 한우집은 계속 확장 중으로 말레이시아까지 문을 열었습니다.

한우와 와인, 그리고 담소가 있는 곳이라는 뜻의 한와담.

고깃집에서 뜨거운 불에 그을리며 불판을 닦던 김치헌 대표가 프랜차이즈계의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며 만든 여러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한와담'은 한우 투뿔을 주력으로 선보이는 곳으로 당일 사용하는 고기는 1.2℃의 온도에서 숙성을 거친다. 고기는 가장 대표적인 등심이나 지방이 적어 담백한 맛이 일품인 안심을 많이 찾는 편이다. 이밖에 살치살이나 특수부위도 한정 판매합니다. 

고기와 함께 버섯이나 감자를 구워 먹는 것도 좋지만 색다른 맛을 즐기고 싶다면 임실치즈를 주문해 보길 추천합니다.

호박 패밀리, 김치헌 대표가 2009년 서울 약수동에 야끼니꾸 전문점인 호박 식당을 창업하면서 출범했고 2013년 첫 매장을 오픈한…


핑크 뮬리의 막바지, 휴애리와 맥파이 브루어리.


아~ 내부공사 중…


점심 이후 바로 달려 서귀포시 중산간의 10년 지기 서귀 다원에 도착하니, under construction…

이번에 못 들렸습니다.

바로 출발… 이동합니다.

9월에서 10월은 핑크 뮬리가 제주를 지배합니다.

개인 취향으로는 절대 가지 않는 휴애리에 동행중 여성분이 계셔서 그곳에 맞춰 봅니다.

아무래도 10월 마지막 주인지라 핑크 뮬리도 마지막 시간으로 가고 있습니다.

10월 초에 비하면 빛을 잃어가긴 했어도 그래도 아직은 볼 수 있는 상태입니다.

역시 사람 많네요.


담달 말에 다시 방문하신다고 하니 동백꽃 휴애리에 방문하시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제 스페셜 코스, 맥파이 브루어리 Magpie Brewery

; BREWED IN JEJU


2012년 주세법이 바뀌며 슬슬 시동을 걸었던 사계, 더부스와 함께 이태원 발 수제 맥주 러시의 맥파이는  ‘BREWED ON JEJU, BORN IN SEOUL’이라는 슬로건으로 본격적인 제주살이를 시작했습니다.

Eric, Tiffany, Hassan, Jason, 그저 맥주를 좋아하던 미국, 캐나다 친구 네 명이 모여 창립 이후 현대미술관으로 잘 알려진 ‘Arario gallery(김창일 대표)’의 투자로 제주에 양조장을 설립했던 것입니다.

기존에 다른 브루어리에 위탁해 양조하다가 직접 맥주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맥주 공정을 투어를 통해 알립니다.


맥아와 홉 등 재료에 대한 이야기부터 발효, 숙성 등 맥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양조장에서 갓 지은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제주에서 맥파이는 탑동과 내륙, 양조장에 탭 룸을 운영합니다.


길었던 이튿날의 휘날레


좀 더 편안한 시간으로 가을 여행의 정점을 찍기 의해 주택가 골목 안쪽, 동네 주민들의 자그마한 선술집으로 맛있는 저녁과 반주를 이어갑니다.


옥호는 오늘밤애, 서귀포  갓포 요리 집.


서귀포시에서 주택가 한편에서 찾아 인연이 되었던 모루 쿠다처럼 다시 한번 조용한 주택가로 들어갑니다.

숙성이 적당히 잘된 회와 안키모, 그리고 요새 나베.

모둠회에는 참치 중 뱃살, 참돔, 참돔 아부리, 며느리 돔, 대광어, 고등어, 삼치 초회, 그리고 연어(이건 왜?)등으로 과하게 선을 넘지 않은 정도의 숙성 감을 보여 줍니다.

안키모는 역시 인기 폭발입니다

초간장에 센스 있게 래디쉬를 살짝 얹어 나왔습니다.

무순과 같은 라인의 래디쉬도 안키모와 어울림이 좋습니다.

마지막은 역시 따끈한 국물입니다.

寄せ鍋 요새 나베 (よせなべ 모둠 전골)

'요새(寄せ)'는 '끌어 모은다'는 뜻으로 어떤 한 가지의 특정한 요리를 뜻한다기보다는 채소, 고기, 해산물에 걸쳐 다양한 재료들을 '끌어 모아' 냄비에 넣고 끓여 만드는 전골 요리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지 중기부터 간토지방,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특히 간사이 쪽은 세토내해에 풍부한 해산물을 위주로 간토보다는 좀 더 가벼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음식입니다.

이 집은 가쓰오부시와 채수를 국물 베이스로 사용하여 깔끔한 맛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어묵, 돼지고기, 흰살생선, 그리고 배추 등의 채소가 들어있고 전골 요리가 대체로 그렇듯이 가락국수 사리가 있었지만 이건 건너뛰었습니다.


그렇게 두러 두려운 터 놓은 이야기와 오가는 술잔 속에

가을밤은 깊어만 갑니다.


마지막날

숙소 일출과 다시 네거리 식당


자주 다니던 서귀포 음식점이었는데 요우커의 입성과 SNS 소문으로 버글거리며 초심을 잃어버린 음식에 발을 끊었다 지난 2월 7,8년 만에 다시 찾은 네거리 식당이 제자리를 찾아 다시 서귀포의 아침이 되었습니다.

초창기보다는 정갈함이 떨어지지만 기분이 좋아질 만큼 회복이 되었습니다.

멀건 국물에 채소 몇 개, 갈치 두어 덩이 떠다니던 갈칫국엔 시원한 육수에 가득 찬 채소와 단호박 두 덩어리, 그리고 갈치가 가득 담겼습니다.

담백하고 시원함에 칼칼함이 더해진 맛은 아침을 제대로 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밑반찬은 soso.

늘 네거리 식당 뒤편 화정에 가곤 했는데 이제 서귀포 아침엔 선택권이 주어진 것입니다.

억새 오름과 메밀밭


억새로 뒤 덮인 작지만 빼어난 오름 아끈다랑쉬과 메밀밭


해마다 10월부터 11월까지 제주의 들녘에는 하얀 억새가 피어나 가을바람을 맞습니다.

온통 은빛으로 하늘거리는 들녘.

동부지역 최고의 오름으로 점점 찾는 이가 늘고 있는 다랑쉬오름과 입구를 같이하는 맞은편의 자그마하고 나지막한 오름이 가을이 되면 그 빛을 바랍니다.

화려하거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아주 많은 억새 명소들이 있지만, 사람들 취향에 따라 최고라고 손꼽는 명소는 분명히 따로 있을 것입니다.

단일 공간에 피어난 억새의 규모로는 제주에서 최고라도 해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이라 조금은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른 후 느끼는 모습은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보는 방향, 빛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하고 제주 특유의 바람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억새를 보고 있다 보면 마치 바다 위에서 파도가 거칠게 물결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름 탐방을 시작하고 불과 5분 만에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치 고는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자투리 공간이 전혀 없이 하나의 공간에 어른 키만큼 빽빽이 들어선 억새. 

단지 공간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통로뿐 방대한 넓이의 모든 곳에 채워진 억새로 채워져 있습니다.

느릿느릿 걸어 천천히 올라도 5분이면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아끈다랑쉬오름.


'아끈‘은 제주말로 ’ 작다 ‘는 의미입니다. 

작은 다랑쉬오름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죠. 

이름처럼 다랑쉬오름 바로 아래 마치 새끼처럼 붙어있는 아끈다랑쉬오름. 

그러나 최소한 가을날이라면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오름도 새끼 같은 아끈다랑쉬 앞에서 약간 뒤로 주춤거리는 느낌입니다.

아끈다랑쉬 입구 왼편 메밀밭에는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네요.

멀리 웨딩 촬영하는 모습도 보이고


잠시 쉬어가는 성산 카페 도렐


이른 시간부터 벌써 많이 움직였네요.

그래 성상에 도착해 맛있는 커피 한잔 합니다.

한 시간 정도 글 내용도 정리하고, 사진도 되짚어보기도 하고, 다음 장소 생각도 하면서 몸은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달달하고 크리미 한 너티 클라우드 또한 어제의 오늘밤애처럼 여성 취향입니다.

가을 동행의 휘날레, 한적한 가을을 보내는 고망난돌 쉼터


동부 종달리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아무도 차를 멈추지 않는 바다가 있습니다.

종달리 불턱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작은 해안가 언덕.

이곳이 제주올레도 비켜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장소, 고망난돌 쉼터. 

도로에서 보면 그저 벤치 몇 개 놓인 자리로만 보일 뿐, 그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풍경이 펼쳐집니다.

의자가 있어도 앉는 이 없고, 탑이 있어도 소망하나 얹어 놓을 이 없는 인적 없는 고요한 바다엔 흔한 난간 하나 없어 오히려 자연스러운 길. 

사람들의 손때를 타지 않아 온전한 제주바다의 모습을 간직한 그곳에는 한여름 수국이 그 빛을 다한 가을이면 무더기로 국화가 피어납니다.

들국도 소국도 아닌 해국의 보랏빛 향연.

해국은 꽃 모양만 따져보면 이 개쑥부쟁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시면 그 잎부터가 들국화나 갯쑥부쟁이와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뒤덮인 장미를 닮은 잎만으로도 충분히 기품 있고 아름다운 해국입니다.

마치 보랏빛에 개들듯 노랗게 피어난 들꽃은 털머위입니다.

털머위와 갯쑥부쟁이

그곳엔 정말 고망 난(구멍 난) 돌 하나가 바다를 향해 서 있고 구멍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기원 하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고망 난 돌(구멍 난 돌)이란 이름이 괜스레 지어지진 않은 듯, 그 바다 끝에는 정말 고망 난 돌 하나 수평선을 향해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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