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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Dec 01. 2021

일반인문 CLXXV 父子 부자

; 영원한 맞수, 부자관계

요 며칠 집안의 족보 갱신때문에 부모님을 떠 올리게 되었습니다.

깊은 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때문일지 어머니에 대한 아련함과 아버지에대한 미묘한 감정들…

모자와 다르게 상고 이래, 부자는 그리 쉽지 않은 관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년전 지인과 나눴던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습니다.

미묘한 감정선이 얽힌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들어내듯 적대적 감정이 있는것도 아닌데 그 둘은 늘 평행선을 걷습니다.

엄마나 딸은 이해 못하는, 표현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자신의 길을 보여 줄 선생으로, 

같은 길을 걸으며 경쟁을 해야하는 라이벌로, 

앞으로 있을 미시적 케어의 대상으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비극은 역사 속에 수많은 기록을 남겼고 설화로도 이어져 내려올 만큼 흔하고 일반적입니다. 

그만큼 부자지간의 갈등은 성장기 삶을 지배하는 원천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우리에게 잘 알려진 Oedipus complex 오이디프스 컴플렉스는 그리스 로마의 오이디프스 신화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머니를 취한 대목에 주목해 인간의 욕망을 해석하는데, 아비를 죽이는 대목에 주목하면 보편적인 부자관계의 원리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에는 실제로 그럴만한 계기가 내포되어 있다. 

그의 운명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 될 수 있고, 출생 이전의 신탁이 우리에게도 똑같은 저주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에게 최초의 성적 자극을, 아버지에게 최초의 증오심과 폭력적 희망을 품는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로이드, 꿈의 해석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늘 ‘불온한 안개’가 끼어 있습니다. 

소통이 어렵고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긴장이 흐르며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놓여 있습니다.


아비와 아들 사이의 비극은 역사 속에 수많은 기록을 남겼고 설화로도 이어져 내려올 만큼 흔하고 일반적이다. 

그만큼 부자지간의 갈등은 성장기 삶을 지배하는 원천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것입니다. 

영조대왕과 사도세자, 간디와 그의 아들 이야기는 아비가 아들을 죽게 만든다는 점에서 갈등 양상이 단조롭고 편향적입니다. 

영웅의 아들은 철저하게 무시되거나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이디푸스 설화는 자식이 아비를 죽여 미래의 주역으로 서게 함으로써 구시대의 혁파와 미래로의 진보를 말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앞의 두 이야기는 퇴행적인 면모를 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기증, 사이코, 새등의 순수 스릴러 영화를 제작하고 이 장르의 1인자로 알려진 알프레도 히피콕감독은 어릴 때 부모에의해 규율이 너무 엄하기로 유명한 예수회 학교에 보내져 늘 열등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섯 살때는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쪽지를 써서 경찰서에 보냈는데 그 쪽지를 본 경찰이 5분동안 경찰서에 가두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전기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영화사에 취업한 그는 우리가 알게 된 그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됩니다. 

히치콕은 아버지와 경관을 평생 무서워했고 그의 영화를 보면 가족 간의 갈등의 모습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내용도 잘 다루고 있습니다. 

그의 영화의 기법이나 내용에 대한 부분이 아버지와 연관이 있다는 부분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이죠.


저의 모든 글은 아버지를 상대로 쓰여졌습니다. 

글 속에서 저는 평소에 직접 아버지의 가슴에다 대고 토로할 수 없는 것만을 토로해댔지요. 

그건 오랫동안에 걸쳐 의도적으로 진행된 아버지와의 결별 과정이었습니다. 

-카프카,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물론 모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적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인종차별정책 Apartheid 아파르헤이트를 폐기한 넬슨 만델라는 족장이었던 아버지의 강한 자부심과 반항정신을 이어받은 세상에는 소위 ‘좋은 아버지’와 ‘좋은 아들’도 있기는 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태초부터 결정되어 있습니다. 

권력 앞에선 더욱 그렇죠. 

Titan 티탄 신족의 Kronos 크로노스는 아버지 Uranus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왕위를 찬탈합니다. 

그의 아들 Zeus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비롯한 티탄 신족에게 돌 세례를 퍼부어 돌 더미 속에 묻어 버리고, 신들의 제왕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아버지의 죽음은 예수의 말대로 썩어야만 빛을 발하는 ‘한 톨의 밀알’이었을것입니다. 

아버지가 죽어야만 아들이 꽃을 피울 수 있어서 아버지는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결코 ‘내가 너의 애비’라는 사실도 아들에게 말하지 않고 묵묵히 죽어 아들의 거름이 되는것입니다.

세계적인 신화학자 Joseph Campbell 조지프 캠벨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신화 속 영웅들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려면 ‘아버지와 정신적인 화해’를 이야기 합니다. 

이 말은 영웅은 이미 아버지와의 갈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미일것입니다. 

Christopher Vogler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에서 캠벨의 주장을 영화 속 주인공에 그대로 적용시켰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에서 주인공 Luke Skywalker 루크는 자신의 적, Darth Vader다스 베이더가 어렸을 때 사라진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그와 극적인 화해를 합니다.

그리스 신화 속 아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아버지의 존재를 의식합니다. 

아버지가 죽지 않아도 아들이 아버지 나이가 되면 아버지의 존재를 깨닫고 아버지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죠.

부자지간의 갈등은 성장기 삶을 지배하는 원천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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