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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Dec 15. 2021

일반인문 CLXXVI Mixture 믹스처

; 놀멍, 쉬멍, 꼬닥꼬닥 … (제주에서) 고인류 DNA

제주 3일차 아침을 먹고 8시에 커피를 2잔 사들고 호텔로 돌아와 챙겨온 책을 열고 2시간 정도 빠졌습니다.

믹스처는 현생 인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유전학을 통해 해명하고 있습니다. 

답은 믹스처, 즉 교잡(혼혈)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고대 인류의 뼈에서 나온 DNA를 분석한 결과, 대략 40만년 전 이후부터 4만년 전까지 유럽을 지배했던 우락부락한 네안데르탈인과 좀더 매끈한 골격의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만나지 못했다는 이론을 뒤엎고 이들이 오래전 교잡했다는 주장입니다. 

인류 역사의 기원과 수수께끼를 유전학적 분석으로 밝힌 David Reich 데이비드 라이크 하버드대 의학대학원 유전학과 교수는 책을 통해 기존 고고학계에 도전장을 내민것이죠.

1부에서는 현생 인류의 교잡이 어떤 경로로 일어났는지, 다지역 기원설, 아프리카 기원설과 같은 현생 인류 기원 가설이 가진 오류를 밝히는데 고대 DNA 분석이 어떤 중추적인 역할을 했는지를 서술합니다. 

2부에 이르러 인류의 기원을 각 대륙별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아쉬운 점은 한반도는 너무도 마이너한 집단인지 중국, 일본의 잦은 언급에 비해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3부에서는 왜 게놈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설하고 있는데 과거 ‘인종’에 대한 연구가 ‘차별’에 이용되고 있죠.

우리는 누구인가? 이 자체로 보자면 돈 되는 게 없어 보이는 연구지만 저자는 이로 인해 형성될 유형, 무형의 가치를 강조하며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원제 'Who We Are and How We Got Here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로 왔는가'에서 감지되듯 인간의 기원(起源)을 묻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고고학이 인류에게 덧씌운, 두 번의 '살인 누명'을 침착하게 벗겨내는 작업으로 책은 출발합니다.


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1856년 발견된 한 구의 화석은 무수한 논쟁을 일으키는데 4만년 전에 멸종한 이들을 독립된 종으로 볼지, 현생인류의 아종으로 볼지의 첨예한 대립이었습니다. 

고고학은 이들과의 교류는 없었다고 봤지만 유전학은 이를 뒤집게되는데 미스테리한 뼈에서 먼지를 털어 시간을 역행하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현생인류와 2% 동일해, 반박의 여지가 없는 교잡(交雜) 증거였던것입니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이 벗겨지는 순간, 오히려 저 믹스처는 혹한을 견딜 유전자의 바통을 물려줬고 빙하시대를 거친 뒤 문명을 잉태합니다. 

피가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극한의 생존을 가능케 한 DNA.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 티베트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고지대 적응 형질을 가진 데니소바인의 유전자 덕분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시베리아 알타이산맥 소재 데니소바 동굴에서 손가락뼈와 어금니 두 점이 발견되며 존재를 알린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의 사촌입니다. 

티벳인 조상들은 데니소바인과의 교잡을 통해 저 돌연변이 형질을 생물학적 유산으로 취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현생인류가 구인류를 살인했다는 두 번째 의혹은 이번에도 유전학 정보로 명쾌하게 해명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연구를 계속해온 유전학자인 저자는 이 새로운 과학의 발전 과정을 쉽고 간명하게 제시하면서 어떻게 기존의 학설들이 뒤흔들렸는지도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유전학이 밝혀낸 중요한 사실은 현대의 거의 모든 집단이 길게는 수만 년에 걸쳐 반복된 집단 교잡의 산물이고, 대체로 이러한 ‘뒤섞임’은 상당한 장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유전자를 자유롭게 섞는 대신 차별 또는 배제의 논리에 따라 집단 내에서만 반복된 교배를 이어온 소수 집단이 유전병 발현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대표적이라는것입니다. 

이 점은 인종 또는 민족이라는 경계선에 따라 다른 사람과 집단을 차별하는 것보다는 인류라는 종 전체가 전 세계에 걸쳐 서로 연결돼 있으므로 서로 다른 개인 사이의 차이를 포용하는 것이 더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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