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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Dec 14. 2021

놀멍, 쉬멍, 꼬닥꼬닥.

; 먹부림 제주 

올해 마지막 제주출장 후 주말 이틀을 붙여서 느긋한 홀로 여행을 즐깁니다.

긴 내용이 될것 같아 여행일정은 '육지것의 제주이야기'에 올리고 음식내용을 이곳에 늘어 놓습니다.


누옥陋屋


첫번째 포스팅이 다니엘스키친이 될줄 알았는데 역시 대충 돌아다니다 보니 제주에서 난다긴다하는 핫플카페는 아닌데 주택가 동네 어귀에서 잔잔히 맞닥드리는 카페가 하나 있네요


예약까지 여유가 있어 탑동 숙소에서 산지천을따라 걸어봅니다.

처음 만난 동문시장에선 한치 구입해 택배 부치고 처연몰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긴 줄을 넘어 저녁을 먹을 장소로 가는 산지천이 숨어버리는 주책가 속에서 마난 누옥陋屋(오랜 시간이 지나간 집).

한없이 조용한 홀에서 커피를 주문하니 뒤쪽에 눈이 가네요.

오~ 의외의 뒷쪽 공간이 재밌습니다.

핫한 시간대인데 주택가라 손님이 없어 좋네요.

생각지 못한 공간이라 부랴부랴 외부도 사진에 담다보니 2층은 stay 라는 사인이 있어 물으니 에어비앤비에 올리있는 숙소라 합니다.


괜히 맘 푸근해지는 공감을 하나 건졌네요


다니엘스키친

올해 2월말 갑작스런 출장에 예약을 할 수 없어 급하게 연결된 정상윤셰프의 오마카세, 아랑줍서를 오픈 초기에 다녀왔지만 정식 그랜드 오픈 상태가 아니라 생각보다 안정감이 떨어져 다음 출장에 다시 방문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달즈음 지났을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좋지 않은 잡음이 들리며 포털 검색에서 아랑줍서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흔적이 지워지며 온라인 상태로만 유지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 폐업을 한것으로 짐작하고 있던 중 정셰프가 연희동에서 영업하던 이름으로 자리를 옮겨 오픈 한것을 알았습니다.

그래 이번 출장에 붙인 Refresh의 첫 저녁을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알고보니 부동산 사기 였다고 하네요.

그래, 서울로 올라갈까 하다, 좋은 기회가 생겨 이 곳이 정착.

이곳은 스시야가 아닙니다.

오마카세라는 말만으로 착각하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 식평이 난무합니다.

연남동 스시정에서 시작된 뿌리는 분명 스시야인데 2016년 지금의 상호인 다니엘스키친은 그것과는 차별이되는 퓨전음식으로 구성한 오마카세입니다.

실제 오마카세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후지모토 시게소우(藤本繁蔵)는 프랑스 Fine Dining에서 그 형태의 모티브를 차용한것이니 스시만이 오마카세라고 할 수 없고 5년 전의 다니엘스 키친도 같이 읽어야 하겠죠.


그리고 더욱 중요한것은 정상윤셰프의 프로파일 입니다.

지금의 정셰프가 오기까지의 열린 resume를 본다면 스시 베이스의 셰프는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겠죠.

1997년부터 도쿄에서 수련한 구체적인 장소를 노출시키지 않는것은 인지도 있는 음식점이 아니라는것이고 2002년의 평촌 오픈은 당시 평촌 지역 상황을 생각한다면 한번에 서울 입성은 힘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장을 옮긴 시점은 이제 연남동이 핫플로 올라오는 시기에 스시정이 아닌 sushi J 는 평촌시즌과 케주얼하게 차별화를 두겠다는 변화이며 이제 다시 다니엘스키친으로 새로운 런칭과 레시피북을 출판하며 마케킹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잠시 머문 요호식당도 스시야가 아닌 이자카야죠.

다찌 9석

오늘 진행 순서는 가볍게 들깨드레싱의 양배추 샐러드, 폰즈소스 돼지고기 샤브샤브는 생각지도 못한 배치네요.

제주니까 가능한 가다랑어 사시미는 우리가 아는 참치통조림용으로 찌거나 말려 가쯔오브시가되는 살이 무른 참치인데 생물을 부드럽게 사시미로 먹는것도 특별하긴 하네요.

샤브샤브국물에 우동사리로 카레우동을 먹고나니 제주에서는 보기힘든 군평선이(금풍생이)구이를 보게되네요.

하이라이트는 은복통찜입니다.

이런 복어를 통으로 테이블 서브를 받는건 처음이네요.

단백하고 고소합니다, 살은 찰지고.

마지막 튀김은 아까 그 가다랑어 튀김이 나오는데 두툼한 살이 제법 맛 있습니다.

이제 가야죠

후식은 트러플오일 베이스의 토마토 위에 단단히 굳인 크림치즈를 그레이터에 갈아 올립니다.

스시야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은 밸런스에 중심이 잡혀 있지만 이곳의 구성은 조금 쳐져도 식재료 선택의 중요서응 여실히 보여주는 곳입니다


노형점 은희네 해장국(24시간)


이튿날은 오전 산행 예약이 되어 있어서 (6-8시) 새벽밥을 먹으러 갑니다.

제주에서 새벽밥음 흔치 않은데 미풍해장국이 5시부터 였는데 판데믹상황으로 5시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터라 빠르게 수배했더니 은희네 해장국 노형점이 24시간 이었습니다.

탑동 맥도널드는 뭔가 부족해서 은희네 해장국으로 갑니다.

본점만 이용했는데 노형점은 처음이네요.

맛은 찐한 미풍해장국보다 조금더 경쾌한 육수에 고기는 얇게 슬라이스한것이라 이 또한 호불호가 없을 듯 합니다.

깍두기는 조금 인공적인 단맛이 납니다.

이건 마이너스네요.

날 달걀을 내어주는데 갑자기 하동관을 소환하게됩니다.

새벽 4시정도라 마지막 술 한잔을 위한 안주라면 달걀을 풀어도 괜찮지만 아침으로는 너무 걸죽하네요.

일출을 보거나 이른 아침 산행이 있는경우 그런대로 새벽밥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는 추천합니다.


구루메스시


4월초에 처음 방문 극찬,  5월말 재방문 실망감, 북해도 성게알(うに 우니) 베이스인 집이라 아쉬움에 확인차 9월 방문해 코스의 인정감과 풍성한 구성에 이번엔 런치로 예약해 봤습니다.

이번엔 절임무(べたらずけ 벳타라츠케)도 좋습니다.

산행 후라 배가 많이 고프다고하니 계속 앵콜을 주십니다.

일본의 적조로 대부분의 우니가 폐사한것때문에 북해도산 우니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하는데, 더구나 런치메뉴에 넉넉하게 내어주셨습니다.

심지어 원래 이 집 코스의 시그니쳐, 카이센동의 런치엔 빠지는 우니를 옆에 분들빼고 내게만 듬뿍 주셨네요.

우니는 � 입니다.

사진은 

1. 우니한판

2. 외관, 다찌, 웰컴세팅

3. 토마토 마리네이드, 계란찜(ちゃわんむし차완무시)/w 새우, 오크라, 표고, 맛살

4. 회 방어(ぶり후리)/w すみそ스미소, 줄전갱이(しまあじ시마아지), 금태(あかむつ아카무츠), 고등어(さば사바)/ 전복술찜(むしあわび 무시아와비)과 내장(けう게우)소스/ 바지락미소국(あさりみそしる아사리미소시루)

5. 북해도 관자(かいばしら가이바시라)/ 방어뱃살(ぶりおおどろ후리오도로)/ 전갱이토치구이(あじあぶり아지아부리)/ 참돔(まだい마다이) 

6. 금태(あかむつ아카무츠)/ 갈치(たちうお다찌우오) w 감태/ 고등어봉초밥(さばぼうずし 사바보유즈시)위 유자제스트/ 메로구이(メロやき메로야끼) 

7. 참다랑어뱃살(ほんまぐろおおどろ혼마구로오도로)/ 참다랑어뱃살(ほんまぐろおおどろ혼마구로오도로), 성게알(うに우니)/ 참다랑어뱃살(ほんまぐろおおどろ혼마구로오도로), 성게알(うに우니), 단새우(あまえび아마에비), 관자(かいばしら가이바시라) 

8. 모듬김밥(ふとまき후토마키)/ 참돔맑은탕(まだいすいもの 마다이스이모노) 

9. 덮밥 (かいせんどん 카이센동) 

10. 앵콜 후토매/ 후식 한라봉 천혜향 (Vin chaud 뱅쇼)


우마담 풍하

이번엔 어찌하다보니 여러쟝르의 오마카세를 먹게됩니다.

첫날 저녁이 일식 베이스에 한식과 양식이 접목된 퓨젼 오마카세라면 둘쨋날 점심은 스시 오마카세, 그리고 둘쨋날 저녁은 지난 9월초에 먹었던 한우가 오마카세 먹부림의 마지막이 됩니다.

품질은 1++한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인 BMS 9등급만 사용합니다.

자리에  앉아 맞은 전채는 마리네이드토마토와 미니모짜렐라입니다. 바질페스토가 곁들여져 있어서 상큼하게 코스를 시작하기 좋았습니다.

이어 Tartar steak 한우 타르타르는 보기에도 예쁘지만 우둔살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싶은 디시였습니다.

세번째, 차완무시는 おくら 오꾸라, 청어알 캐비어, 새우가 곁들여있습니다.

식전 구성으로 무난하지만 스시야의 그것과 비교하시면 안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안심구이는 적절한 밸런스를 가지며 식욕을 자극합니다.

다음으로 부채살 삼합이 나오는데 감태에 청어알, 매콤하면서 크리미한 딥dip, 향채인 시소와 밥,여기에 부채살 한점을 같이 먹으니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지난번 업진살은 살짝 구워 그대로 나왔는데 이번엔 간장베이스 비빔국수와 페어링을 시켰는데 면과 고기 조합은 아는 맛일것입니다.

다음, 채끝등심은 삼합과 막상막하로 좋았던 디시입니다.

착석 후부터 갓 만든 부드럽고 맛있는 매시드포테이토를 같이 주셨는데 허브향까지 가미되어 완벽했습니다.

ㅎㅎ 재방문 Thank you complimentary로 안심을 한덩어리 내어주내요.

그리고 돌나물과 페어링한 치맛살도 상당히 완성도가 좋습니다.

갈비살은 그자리에서 재워 굽는데 사이드로 부추가 맛을 잡습니다

이어 한우 떡갈비 샌드

식사로 지난번엔 육회비빔밥이었는데 날이 추워져서 밥과 찌게를 준비해 줬습니다.

찌게는 꽃게 베이스의 된장찌게인데 역시 선 고기 후 된장이네요. 

깔끔합니다.

디저트인 Panna cotta 판나코타에 Blueberry Compote 블루베리콩포트를 곁들이며 마무리


마리와주는 마르께스 데 리스칼 레세르바 

Marques de Riscal Reserva으로 후추, 허브 등의 스파이시한 향이 진한 오크향과 함께 나타난다. 아주 잘 익은 과실의 향과 함께 견고한 구조감이 풍미를 돋우는 풀바디 와인입니다.

오늘은 이 아이 이야기 좀 합니다.


스페인에서 훌륭한 적포도주를 생산하는 최고 산지는 자라고자(Zaragoza)의 서쪽에 위치한 에브로(Ebro)강 유역인 리오하(Rioja)입니다.

리오하(Rioja) 최초의 와이너리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리오하에 처음으로 보르도 포도 품종을 소개하고, 보르도 와인메이킹 기술을 접목시켜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냈습니다.

1895년에는 프랑스 와인이 아닌 타국의 와인 최초로 보르도 최고의 영예 타이틀인 ‘Le Diplome d'Honneur de l'Exposition de Bordeaux’를 수상해 그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그때 수상한 증서는 지금도 와인 병 레이블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후 급기야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와인은 본 딴 모조품들을 시장에 나오게 되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세기 초부터 와인 병을 금색 철사 그물로 감싸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심볼이 되고 있습니다.


2006년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오래된 전통 와인셀러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오 게리(Frank O.Gehry)가 설계한 최고급 와인 호텔이 어우러진 21세기의 스페인 샤또라는 컨셉의 전통과 모던함을 겸비한 와인 복합 문화 공간인 ‘시티 오브 와인(City of Wine)’을 열기도 했는데 이 곳이 죽기전 꼭 가봐야하는 휴양지 1001에도 산정되었죠.


Lounge 38


역시 finale는 martini 입니다.

서울 그랜드 하얏과 직원들이 순환근무 하기에 첫 방문때 내게 만들어준 신입 바텐이 한동안 보기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라운지 38 구조상 바에 머무는 바텐보다 홀서빙을 하는 바텐도 많이 보이는데 이 친구도 바쁘게 움직이다.

늦게 알아봐서 미안하다고 complimentary를 만들어다 줬네요.

콧대 높은 마티니의 맛을 스르르 녹여주는 맛에 첫 방문에 만난 신입 바텐, 바를 컨트롤했던 경력 바텐에 먼저 와서 이야기를 나눈 매니져와도 인사를 나눈  오감 만족의 이튿날 마무리 였습니다.


미풍해장국


마지막날은 놀멍 쉬멍 꼬닥꼬닥(놀며 쉬며 천천히)… 챙겨온 책도 보고 탑동 주변을 돌아봅니다.

그래 어제와 겹치지만 아침을 멀리 찾아가지 않고 동문시장 건너편의 미풍식당에서 해장국을 먹었습니다.

해장국에는 콩나물, 우거지, 당면, 선지, 쇠고기, 머리고기 등이 듬뿍 들어가 있고 국물은 아주 얼큰합니다.

은희네 해장국보다 더 진한국물로 매운걸 못먹는 이들은 다짐양념을 빼달라 하면 별도로 준비해 줍니다.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한 지가 50년 가까이 됐고, 택시 기사분들이 단골이 많아 공항에서 택시 잡고 중앙로 미풍식당 가자고 해도 됩니다.

신제주와 서귀포에도 분점이 생겼지만 아무래도 원래 그 집만을 가게됩니다.


순수한 둠비


마지막 점심으로 국수나 먹고 올라갈까 해서 자매국수로 가다가 대기 줄에 식겁해서 바로 차 돌렸습니다.

저렇게 줄서서 먹을만한 음식은 아닌걸로 아는데…

그렇다면 두부정식.

자매국수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직접 만들어 파는 손두부 도민맛집, 순수함 둠비(두부의 제주어)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100% 제주산 콩을 사용해 맷돌로 마쇄한 후 전통방식 그대로 가마솥을 사용하여 응고시킨다고 합니다.

콩을 갈아서 콩가루를 짜내던 방식 그대로. 

기계로 물기를 짜는 것도 가능 할 것 같은데 아직도 부분적으로는 전통 방식 그대로 약간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과정으로 얇은 망을 통해서 보자기로 두부 뭉치를 걸러 냅니다.

몽글몽글 두부, 좀더 응고되면 된장찌개용 두부, 덜 응고되면 순두부…

정말 고생이 들어가고, 노력이 들어가야만 완성되는 결과물입니다.

밑반찬. 전부 기본은 하는 맛입니다. 

단품메뉴가 다양하지만 혼자 간 상태라 1인 정식으로 주문 했습니다.

주메뉴는 단품메뉴들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순둠비로 정했습니다.

아주 단백한 수제 순두부 입니다.

찬은 한정식집에서 나오는 음식처럼 아주 정갈하게도 보였지만 정말이지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네요.

둠비 떡갈비는 느끼하지 않은 담백합니다.

두부말이는 예쁘고 깔끔한 맛인데 촉촉한 두부와 아삭한 채소들의 밸런스가 좋네요.

수제 마른둠비에 빵가루를 입혀 만들어 겉바속촉의 정석을 맛보여주는 둠비카츠.

간장둠비는 얇은 두부 위에 얇게 오이를 채썰어 소스는 흑임자 소스 드레싱을 사용했는데 고소한 맛에 심심한 식감을 대신할 아삭한 오이의 삼박자가 두부와의 페어링이 좋습니다.  

카나페는 새우와 함께 올렸습니다…아는 맛이죠?

이제 놀멍, 쉬멍, 꼬닥꼬닥 여행은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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