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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an 08. 2022

건축 이야기 XXV 건축사? No, 건축가? Yes

; 시작하는 freshman들을 생각하며

인싸? 아싸?…반싸?

이젠 익숙해진 말들입니다.

나는 건축을 하면서 대한민국 건축사협회에 교육 받지 않는 건축가로 사는 마싸(마이싸이더)건축가 입니다.

요즘 fomo(소외불안증) 책을 읽다보니 생각하게 됩니다.

학부생에서 실무를 하게되며 꾸던 꿈은 건축계의 노벨상인 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이나 AIA(미국건축사협회)Gold medal이었습니다.

그래, 그쪽에 작품들을 apply하곤 했고 두번의 수상을 했습니다.

New York Chapter Design Awards, U.S.A

NEW YORK STATE "Excellence in Design" Awards, U.S.A

그리고는 작품에 대한 꾸준한 수상이 있어야 가능한 상인지라 프리츠커를 접었습니다.

함께할 건축주 찾기란 정말 쉽지 않고 내가 하는 대부분 프로젝트가 미디어 노출이 안되는 Private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실망해야하는 이유는 아닙니다.

분명 건축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믿음을 가져주시는 건축주들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기에 프리츠커나 골드메달에 못지 않은 성취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청이나 유관부서에 허가를 받고 집을 지어야하는 대한민국에는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그 과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 먹고 살기 위해 전공자들은 기사 자격증을 따고 경력을 쌓아 건축사 자격증을 따게 됩니다.

발부된 건축사 자격증은 2만5천개가 넘었고 허가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건축사 사무실은 1만2천개가 넘어섰습니다.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이 공부(건축기사, 건축사 자격증) 해본 일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의 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는 일부 대형 설계사무실이 독점하고 있고, 나머지 48%는 허가방(속칭, 유관부서 허가만 받을만큼만 그려주는 설계사무실)이 판 표준 도면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 시장은 건축사가 아닌 건축가들이 들어 갈 수 없죠.

대형 건설회사 일을 받은 대형 설계 사무실은 이미 덤핑 수주를 할 수 밖에 없고, 대형 설계 사무실은 근처에 있는 공장 설계 사무실에 덤핑 하도를 줍니다.

할 사람은 많으니, 다시 재하도하며 이미 설계비는 반토막도 아니고 3토막 나니 설계를 할 수 없겠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그럼 방법은 기존에 있던 아파트 도면을 조금 변형해서 남품하는 방법밖에 없고 그래서 아파트 모양이 다 비슷비슷.

사람들은 인문학적인 주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주변에 전철역이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부동산 추세는 어떤지….  

어차피 '살 집'을 찾은 게 아니다. 팔아 치우고 차익 남기고 '이사갈 집'을 찾은 것이죠.


후배들에게 미안함은 이런 시장을 바꾸지는 못하고 나만 나의 길을 가고 있는것입니다.

대한민국 건축계는 대한민국의 교회처럼 이미 잘 만들어진 카르텔이죠.

일본은 다섯명의 프르츠커가 나왔고 후발주자 중국*에서조차 프리츠커가 나왔는데 우린 일도 없죠.

(*중국의 건축법은 80년대 I.M.Pei의 자문으로 수정되기 전까지 사람우선이 아닌 재산 우선의 법 일정도로 미개 했습니다)

‘세계적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미디어가 많은데 대한민국엔 전부 내수용 건축사만이 존재하죠.

질문을 받을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어릴때 꿈이 무엇이냐, 건축은 하고 싶었던 일이냐…등 이런 것들인데 여담으로, 건축가는 직업이지 꿈이 아니죠.


건축계는 경제 상황에서 첫번째로 그 영향을 받고 마지막에 회복되는 군입니다.

그러다보니 IMF, 2008 금융위기때 건축학도들의 취업이 단절되는 상황에  “나는 건축가가 되어야 할까?”라는 자문을 하게되는 예비 건축가들이 쏟아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건축가가 되어야 하는가?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이 만큼의 경험을 얻었다면 이제 이런 질문을 던지는 후배 건축가와 예비 건축가를 위해 한번쯤 이런 화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놔야 할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항상 건축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중학교때 친구집에서 본 그 친구 형은 건축학도였습니다.

처음 건축학도의 모습에 반했던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이후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건축가의 길보다 엔지니어로의 길로 방향을 잡았던 터라 내가 건축가라는 직업에 얼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건축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수학을 싫어하지 않는지, 나를 둘러 싸고 있는 세상에 관심이 있는지, 작은 부분을 놓지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지, 나의 일로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수구보다는 변화와 다양성을 과감히 받아드릴수 있는지, 창의적인 사람이고 건축을 좋아하는지, 마지막으로 살아가는 모든 시간을 통해 마지막까지 유지할수 있는지…


오늘도 건축가의 길을 이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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