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스러운 음식과 음료
덥고 습한걸 너무 싫어해, 그 좋아하는 제주도 6,7,8월은 손절할 정도 입니다.
음식도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찌고 삶는데 2시간이상 소요되는건 버립니다.
그래 겨울이 가기전 사랑하는이를 위한 장시간 조리가 필요한 음식을 준비해 봅니다.
이번엔 오랜만에 중식이죠.
현타가 오는걸 예상하면서도 나의 음식을 맛있게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가끔 만들게 됩니다.
동파육 东坡肉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일컬어 흔히 三蘇삼소라 칭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글솜씨가 뛰어났던 건 역시 소동파죠. 문학적 재능은 천부적이었고, 문장 역시 출중했던 그는 시사서화에 두루 능했으며, 유명한 문학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문학적으로도 칭송을 받았지만 미식에 있어서도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이였는데 흔히 이백을 酒仙 주선이라고 부르는것에 견준다면 소동파는 食神식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앙에서 좌천되어 항저우의 지주로 재직할 때 큰 폭우가 쏟아져 엄청난 홍수 피해가 예상된 상황에 소동파는 중앙으로부터 17만전을 지원받아 제방을 쌓고 다리를 놓는 등 백성과 함께 미리 대비, 피해를 줄였는데 평소에도 부자들을 설득해 모은 재물로 굶어 죽는 백성들을 구제했습니다.
이때 백성들이 소동파가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는 소문에 너도 나도 돼지고기와 양고기를 감사와 보은의 선물로 보냈는데 소동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놓고 간 돼지고기가 순식간에 잔뜩 쌓였습니다.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 처리를 고심하던 소동파는 요리의 명수답게 직접 양념을 해서 삶았는데 바로 동파육입니다. 그는 이 동파육을 다시 백성들에게 나눠줘서 붙은 별명이 훼이쩡러우(回赠肉 회증육, 되돌아온 고기)입니다.
동파육에 얽힌 전설 같은 얘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동파육에는 ‘소동파의 애민정신’이라는 형태로 당대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이 투사돼 있습니다.
당시 송나라 민중들은 동파육을 통해 이상적인 국가,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희구했고 동파육은 이상적인 민관 관계를 상징하는 메타포였던 것입니다.
동파육, 동파완자(丸子),동파금각(金脚),동파사자두(獅子頭), 동파수구(繡球) 등이 모두 돼지고기 요리죠.
그 중에서 역시 최고로 꼽히는 건 동파육입니다.
동파육은 紅燒 홍소 요리의 최고봉입니다.
홍소란 고기에 기름과 설탕을 넣어서 볶은 후 간장을 넣고 오래 익혀 검붉은 색이 나도록 하는 요리법을 말합니다.
오겹살 2.4kg, 소흥주 200ml, 노추(중국 간장) 100ml, 설탕 2/3컵, 굴소스 2T, 소금 11g, 베트남 고추 4g, 팔각 5g, 생강 30g, 대파 6대, 홍피망1, 청피망1, 물 3.4L, 캐러멜 소스
우선 돼지고기를 넣고 뚜껑을 덮어 중센불 10분에 약중불 1시간 20분 삶아줍니다.
삶은 오겹살을 차갑게 식힌 다음, 껍질 부분에 캐러멜 소스를 발라 마를때까지 있습니다.
이제 180도로 예열된 기름에 돼지고기를 넣고 뚜껑을 덮어 중불에서 겉면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튀깁니다.
갈색으로 노릇하게 익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놓습니다.
껍데기가 완벽하게 살아있다면 정육면체로 썰어내면 자세 나옵니다만, 이번엔 2cm 정도로 썰었습니다.
이제 대파는 반 갈라 15cm 길이로 썰고, 생강은 편 썰어 냄비 밑에 피망과 같이 깔아준 다음, 돼지고기, 생강, 소흥주, 노추, 설탕, 굴소스, 소금, 베트남 고추, 팔각, 아까 초벌 삶은 육수를 넘치지 않은만큼 붓고 뚜껑을 덮어 센불에서 끓여주다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아주 약한 불에서 8시간 정도 졸여주면 (이 부분이 현타) 요리 끝.
갓 지은 밥을 접시에 담은 뒤 완성된 동파육과 함께 숙주, 청경채, 양파를 센 불에서 웍으로 볶아 밥 위에 올립니다.
먹을 땐 입방체 모양의 동파육을 잘게 부수고 동파육 살점들을 숙주나물 청경채, 그리고 소스와 함께 밥에 골고루 비빕니다.
야들야들한 동파육을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육질의 부드러움은 소동파의 자애심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고기 속에 스민 양념과 과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식욕을 돋우고 부드러운 동파육 한 쪽에선 숙주나물이 아삭아삭 씹혀 심심함을 달랩니다.
향기롭고, 쫀득쫀득하며, 고소하고, 씹지 않아도 입 속에서 살살 녹는데... 여기에 곁들여 빼갈 한 잔 쏘옥~하면, 으아! 나는 미쳐요!
-십팔사략, 고우영
그리고 겨울스러운 음료
Vin chaud 뱅쇼
이틀전이 연중 가장 춥다는 절기, 대한이었습니다.
갑자기 다녀온 1박2일의 출장에서 돌아오며 이 겨울이 더 가기전에 사랑하는 이를 위해 만들 음료 한가지가 떠올라 집에 오자마자 조리주로 사용하려고 킵해둔 말벡 4병을 끓였습니다.
이상하게 늘 올겨울이 더 춥게느껴지는터라, 이 시기에 Vin chaud 뱅쇼를 마시게 됩니다.
프랑스어로 뱅(vin, 와인)과 쇼(chaud, 따뜻한) 라는 이름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 뱅쇼는 레드 와인을 베이스로 따뜻하게 데운 음료입니다.
겨울이 추운 북유럽과 북부 독일에서 추위를 이기고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뱅쇼를 마시기 시작해서 독일과 함께 그와 인접한 프랑스의 Alsace 알자스와 Moselle 모젤 지역에서는 ‘Glühwein 글뤼바인’이라는 독일어로 부리리기도 한 뱅쇼는 비타민C가 풍부한 Citrus 시트러스가 와인을 제외한 중심 재료이고 계피나 정향은 체온을 높여주는 향신료라 감기를 예방하고 겨울철 수족냉증을 완화하고 심부체온을 높이는 데 도움이되며 와인이 가지고 있는 혈액순환 상승과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어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이라는 효과도 갖고 있습니다.
장시간 저온에서 두시간 가량 끓이기때문에 향기가 온 집에 퍼져 잡냄새를 없애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저는 와인(750ml) 4병(3리터)에 사과 3개, 레몬 2개, 오렌지 대신 한라봉 3개에 팔각 3개, 정향 4개, 시나몬스틱 10개에 추가로 생강1알과 월계수 잎 1/4조각을 추가 했습니다.
끓어오르는 시간 단축을 위해 먼저 준비한 와인을 절반만 넣고 중약불 데워주면서 재료손질을 하는데 씨를 제거한 사과는 4등분이나 8등분 하고 레몬, 한라봉(오렌지)는 베이킹소다로 깨끗하게 씻어 1cm로 썰어 줍니다.
과일 손질이 끝났다면 준비한 모든 재료를 와인에 넣고 무알콜 뱅쇼는 뚜껑을 열고 약한 불에 2시간 정도는 끓입니다.
알코올이 남아있는 것이 좋다면 중간중간 맛과 농도를 확인한 후 1시간 내외로 끓여주면 충분합니다.
*계피는 너무 오래 끓이게 되면 떫은맛을 내게되니까 오래 끓여 알코올을 날릴 생각이라면, 계피는 식힐 때 넣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제 식혀서 병입하는데 병입시 병안에 물기가 있으면 변질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고 병입된 뱅쇼는 냉장보관 7일정도 가능하고 마실때 따뜻하게 데워 시나몬 스틱을 담구고 기호에까라 꿀을 섞어 마시면 됩니다.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와 잘 어울리며 매운맛이 나는 비스킷을 뱅쇼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살짝 졸면서 오전 미팅 준비하러 회사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