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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문 CLXXXIV Pachinco 파친코

;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자이니치들의 분노와 슬픔

by Architect Y

2주(2022년 3월)전 25일에 글로벌 OTT 플랫폼 애플 tv에 공개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총 8부작 중 1, 2, 3부를 내보냈고 한주에 한편씩 공개 한다고 합니다.

저도 3년 전 읽었던 책을 주섬주섬 다시 꺼내 읽으며 기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공개되기 전, 지난 11일 각종 해외 매체에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의 리뷰가 게재되었는데, 할리우드 매체 콜라이더는 '파친코'를 정말 아름다운 드라마라고 평하며 'A+'라는 완벽한 점수를 줬고 평론가 앨런 세핀월은 미국 잡지 롤링스톤에 리뷰를 게재하며 정말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드라마라고 평했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 역시 '파친코'를 강력하고 감동적이며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라고 평했고 영국 매체인 이브닝 스탠다드 역시 '파친코'에 만점을 줬고 이 외에도 플레이리스트, 디싸이더, 인디와이어, 어워즈 워치 등 다양한 해외 매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전 세계를 감동으로 물들게 할 역작임을 보여 주었었습니다.

원작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깊이 있는 필체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부산 영도의 언청이 훈이, 그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에 이르는 그 치열한 역사, 뼈아픈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차별받는 이민자들의 투쟁적 삶의 기록, 유배와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고향과 타향, 개인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묻습니다.


소설 ‘파친코(Pachinko)’는 2017년도 출간되어 USA투데이, 영국 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전미국도서상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고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도 문학사상사에서 번역본(이미정 옮김)을 출간했습니다.

현재까지 일본을 제외한 27개국에서 번역되어 읽히고 있습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삶은 모두에게나 고통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에게는 더더욱 가혹했습니다.

그들은 그저 자식만큼은 자신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이었지만, 시대는 그들의 평범한 소원을 들어줄 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 결혼합니다.

양진은 남편 훈이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해나가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면서 유일한 자식이자 정상인으로 태어난 딸 선자를 묵묵히 키워나갑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세 여성은 강인한 어머니이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편으로는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한 여성의 삶을 안쓰럽게 만드는지도 보여줍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이 세 여성들만이 아닙니다.

선자의 남편인 이삭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굴레에 묶여 있었고 경희의 남편 요셉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남자라는 자신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선자의 소중한 두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이름을 가졌음에도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시당하고 차별받는 삶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이 두 아이는 그러한 현실을 각자의 가치관에 근거해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갑니다.

노아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을 극복하고자 공부에 파고들고, 모자수는 조선계 일본인에 대한 경멸과 괄시에 폭력적으로 대응하지만, 일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착실하게 일하여 많은 돈을 벌어도 그들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자이니치’라는 편견은 두 사람이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헤어 나올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굴레였습니다.


이 나라는 변하지 않아. 나 같은 조선인들은 이 나라를 떠날 수도 없어.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달라진 게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들을 일본인 새끼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근사하게 차려입어도 더러운 조선인 소리를 듣고. 대체 우리 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파친코 2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