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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y 30. 2022

만남, 그리고 삶의 同行

; 쉼표 공감 여행

살아가며 함께인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작은 만남이 오랜시간을 녹아내며 동행자로 함께한다는것은 쉽게 가족, 친구, 선후배, 사제등과 같이 이름도 정할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시작의 만남은 이제 15년차의 깊어가는 관계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제주 출장일정을 마치고 시작된 두사람의 귀한 동행을 이제 열어 봅니다.


「만남, 그리고 삶의 同行」 의 첫 여정은 동행자 1인 중 한 친구가 원했던 제주 흑우로부터 입니다.


검은쇠 몰고오는

이 집은 벌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흑우를 알지 못하던 지인들과 다녀간곳입니다.

이 집을 선택하는 이유는 코스 메뉴로 개발된 다양한 흑우를 맛 볼 수 있기때문입니다.

또한 잘 알려지지 못해 어렵게 매장을 이어가면서도  제주 흑우에 대한 자부심으로 인센티브를 지불하면서 흑우를 사용하는 열정을 보여줬던곳이기때문입니다.


제주의 흑돼지와 제주마에 비하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검은 쉐.


일제치하 모색통일심사표준법(조선의 소는 적갈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일제의 정책) 때문에 흑우를 일본에 수탈당해 그 종의 연명도 알수 없었던 것을 우연히 1986년 달구지를 끌고 있던 흑우를 발견한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문성호교수에 의해 복원되었습니다.

당시 제주 흑우가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고 생각해 훗날을 위해 정자를 채취해 -196도에서 동결보존하고 일본까지 가서 기술적인 부분을 정리하여 1993년 태어난 4마리의 흑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흑우 증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사라졌던 흑우의 개체수가 2017년 현재 1,700여마리로 증가하여 이제 흑우는 세계적인 유산으로 남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주에서 흑우를 키우는 농장도 50곳으로 늘었죠.


황우는 볏짚을 주로 먹이는데 반해 흑우에게는 산야초를 먹이며 정성스레 키웁니다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40개월정도 키우면 흑우는 350kg, 황우는 420~430kg

흑우는 황우에 비해 10개월 더 키워야 하고 출하시 황우에비해 80kg정도 덜 나갑니다

황소보다 수익을 내기 어렵겠죠

그래 요즘은 황소암컷에 흑우숫컷을 교배시켜 체격을 키워낸 개량흑우를 만들어 냈습니다

원종을 보존 하되 개량된 종을 통해 축산농가의 수익을 증가시켜 포기하는 농가가 없게 유지하게 되는것이죠

태어날때 누런색을 띠다 2~3개월이 지나면서 머리, 꼬리에서부터 점차 흑색으로 변하게 된어 4~5개월 성체가 되면서 몸 전체가 검은색인 흑우로 변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근엔 흑우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죠


흑우 고기는 한우보다 마블링이 훨씬적어 진홍빛을 띠는데 지방이 적어 기름지지 않고 단백하며 흑색의 다른 육류처럼 특유의 육향이 진합니다.

질기지 않으면서 소고기 본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우에 비해 10개월을 더 키워야 하니 가격을 낮출수 없죠.

가격을 생각한다면 불편 할 수 밖에 없는 제주 흑우.

스페셜 코스로 부위별로 맛볼수 있습니다

육회, 아부리, 편육, 수육이 나오고 생고기로 차돌, 채끝, 등심, 안심, 갈비살이 구워지고 떡갈비와 국 두종류 그리고 디저트로 찹쌀부침이 나옵니다

그외 기본 찬도 몇개 더해집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어려운 여운, 라운지 38


저녁 만찬을 마치고 잠시 늦은 시각에 제주시의 밤을 한 시야에 담아낼 수 있는 곳에서 조용히 마티니 한잔으로 동행의 시간을 흘립니다.


사람이 너무도 간사합니다.

무식한 중국자본과 더 무식한 제주 행정이 빚어낸 괴물, 제주시에 세워진 드림타워를 강하게 비판하고 맹 비난했는데, 이곳을 이리 많이도 방문합니다.


드림타워의 38층에 엄청난 조망을 시그니쳐로 내세운 바, 라운지 38은 저녁에서 밤까지 이어지는 ‘바’보다 낮시간의 ‘카페’가 주 영업입니다.

그래, 스윽 분위기만 느끼면 좋을곳입니다.

음... 칵테일은 크게 기대하지 않으시고 분위기 마신다는 생각으로 방문하시면 그냥저냥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하얏이니까.


분위기는 불금이라 시끌벅적.

조용함 특급호텔 라운지를 기대한다면 실망할것이고.

바보다는 테이블 중심인 라운지.

그나마 마티니는 나쁘지 않습니다.


조망 A, 분위기 C, 가격, 맛 B음...

미풍식당 해장국


일행 중 미풍해장국의 팬심이 넘치는이로인해 토요일 아침을 미풍으로 정했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다녔던 미풍식당.

이 집에 들어서면 다른 건 시킬 것도 없고 메뉴라고는 오로지 해장국 하나!

자리에 앉으면 국물이 듬뿍 담긴 깍두기가 나옵니다.

국물은 벌겋지만 시원하고, 깎두기에 그다지 매운 맛은 없습니다.

해장국에는 콩나물, 우거지, 당면, 선지, 쇠고기, 머리고기 등이 듬뿍 들어가 있고 국물은 아주 얼큰합니다.

신제주와 서귀포에도 분점이 생겼지만 아무래도 원래 그 집만을 가게되네요

이제는 90년대초반 3,000원이던 가격도 10,000원이 되었습니다.

납읍난대림


볕도, 바람 좋은 이런 날에 적합한 장소, 납읍난대림.

금산공원으로도 불리는 납읍 난대림지대는 이름처럼 사철 상록의 숲을 이룹니다.

아름드리 상록수들이 그윽한 정취를 드리우는 곳으로 평지의 숲으로는 드물게 상록수림의 보존이 잘 되어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 375호로 지정될 만큼 생태적 가치도 뛰어납니다.

숲 깊은 곳에는 마을제를 올리는 포제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마을제는 주로 여성들이 주관하며 무속식 당굿으로 행해지지만 양반들의 유희처로 사랑받던 숲인지라 납읍리 포제단에는 유교적 제법으로 마을제(제주 무형문화재 6호)가 치러지는데, 연초에 치러지는 구좌읍 송당리 마을제와 더불어 쌍벽을 이룹니다.

도로 옆에 바로 자리할거라 생각이 들지 않는 힐링 포인트 입니다.

붙어있는 납읍초등학교가 너무 예쁩니다.

천연 잔디 운동장이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시간 순삭……

이제 마지막 밥 먹으러 갑니다.


톤대섬 잡어물회

제주도의 물회는 다양성에서 타지역을 압도합니다.

1984년에 생긴 어진이네 횟집은 보목 자리물회 원조로 꼽히고 있는데 자리머리나 뼈를 우려낸 국물에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를 살짝만 올려내고 제피잎을 넣으면 더욱 맛을 살립니다.

외에 제주의 특산물인 구쟁기(뿔소라)를 날것 그대로 회를 쳐 채소와 함께 양념장에 무쳐 물을 부어 내놓는 소라물회, 제주에서 많이 잡히는 놀래기과 생선으로 약간 붉은빛을 띠는 황놀래기의 제주 방언인 어렝이 물회나 새하얀 속살이 식욕을 돋우는 전복물회, 고소한 맛이 일품인 군부(굼벗)물회도 있고 제주의 특산물인 옥돔을 이용한 물회에 오징어 물회, 그리고 쉽게 접하지 못하는 구이 생선의 대명사로 알려진 옥돔물회는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상상 할 수 없는 맛입니다.


옥돔물회는 현지인도 먹어보기 힘든 물회죠.

구슬옥(玉)자를 사용할 정도로 고급어종인 옥돔이 횟감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선도 유지입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바다 밖을 나와 횟집의 수조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만 옥돔만큼은 바다에서 잡히자마자 죽어버리는 생선인지라 수조에서 볼 수 없습니다.

그래 옥돔물회를 취급하는 음식점 또한 쉽게 찾을 수가 없는것이죠.

옥돔 자체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이라서 그런지 살점에서 잔 냄새가 전혀 없고 구이에서 먹어왔던 부드러운 살점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익히지 않은 살점 또한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내가 맛본 옥돔물회를 취급하는 곳은 2곳으로 하나는 시네에 있는 엉덩물식당이고 하나는 한림의 톤대섬인데, 개인적 취향은 후자쪽입니다.

톤대섬은 이 매장 있던곳이 대나무가 많은 대섬이고 반대편이 다른 대섬이라는 의미의 톤대섬에서 따왔습니다

최애, 옥돔 물회를 먹기위해 들린 음식점에 청천벽력, 옥돔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 두번째 픽인 잡어 물회로 갑니다.

애매할때는 잡어를 선택하면 최소 기본은 합니다.

오늘따라 잡어 상태가 좋네요.


4,000의 태고의 신비를 감춘 오름의 맏형인 단산.


몇 해전 우도 쇠머리오름에 이어 두번째로 대정지역에서 갈대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갈대화석들은 사계리 단산 북쪽 평탄지대에 집중 분포되어 있습니다.

문화재연구소는 갈대화석을 비롯, 인근 송악산 일대에서 새발자국을 비롯한 다양한 화석들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단산 주변 지형은 송악산 분출 이후 해안선에 위치했던 해안 염습지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제주 토박이들은 단산을 ‘바굼지오름’이라 부릅니다.

이 독특한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는데,

멀리서 단산을 바라보면 양쪽으로 바위 봉우리가 불쑥 솟아 있고 두 봉우리를 둥근형태의 안부가 잇고 있는데 이게 날개를 활짝 편 박쥐의 모습과 빼닮았다고 해서 ‘바구미’라 불리다가 이후 ‘바굼지’로 변했다는 설이 있고 오래전 제주 들녘이 물에 잠겼을 때 단산만 ‘바굼지’만큼 물 위로 보였다는 전설에서 바구니를 일컫는 제주 토착어인 ‘바굼지’에 비롯됐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현재 이름인 단산은 1900년대 이후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把古山파고산, 탐라순력도(1703)에 破軍山파군산, 제주삼읍전도(1872)에 簞山단산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제주향토문화대전등은 군산이 고려 목종 10년(1007년)에 화산 폭발로 형성된 오름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동서로 길게 누워 남사면의 ‘난드르’(마을에서 떨어진 들녘)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습니다.

난드르는 대평리를 일컫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마을에 용왕과 관련한 전설이 전해져 ‘용왕난드르’ 마을이라고도 부릅니다.

동해 용왕이 이 마을에서 학식이 뛰어난 선생에게 아들을 보냈는데 3년간 글공부를 마친 용왕의 아들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군산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죠.

단산은 오름 밑에서 정상을 거쳐 다시 내려오는 길이는 약 1㎞ 남짓 불과해 오르기 전부터 얕보기 일쑤입니다.

완만한 코스는 잠시, 급경사가 계속됩니다.

중간중간 데크가 아닌 바윗돌이 등반로 흙속에 박혀있는 채로 등반객을 맞습니다.

정상으로 연결되는 길은 평소보다 엄청난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숨을 고른뒤 시선을 돌리면 경이로운 경관이 펼쳐집니다.

단산 정상은 360도 회전 전망대입니다.

한 바퀴 휘 돌 때마다 제주 서남부 일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감탄이 절로 납니다.

가까이로는 산방산이, 멀리로는 한라산이 눈앞에 입체적으로 펼쳐집니다.

시선을 잠깐 돌리면 수평선과 맞닿은 제주의 청정 바다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바다 한복판에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형제섬은 특히나 볼거리고.

제주의 끄트머리인 가파도와 마라도도 보입니다.

군용 막사를 닮았다는 군산은 군뫼, 굴메오름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제주의 여느 오름들이 개활지에 불쑥 솟아 도드라진 형세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군산은 쉬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오히려 곁에 있어도 사람들이 이를 신경 써서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것입니다.

능선이 완만한 데다 오름 전체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주 서남부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산방산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섰으니 어찌 보면 그 유명세에 가려지는 게 당연합니다.

서귀포 원픽 횟집, 나원회포차


나원횟집에서 나원회포차로 상호명을 바꾸면서 가격을 내려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 모두 가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가격을 조정하였습니다.

마치 꽃이 핀 듯 가지런히 놓인 회 플레이팅이 일식집에서 상을 받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사장님이 항구에서 신선한 회를 직접 공급하여 가격이 저렴하기까지 하니 단골이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5시에 도착하니, 2등이네요.

5시 오픈 6시에 만석.

이곳의 시그니쳐는 고등어입니다.

모슬포방식으로 밥과 김에 고등어를 얹고 간장양파소스를 올리면 천상의 맛입니다.

깻잎에 쌈장, 고추, 마늘, 와사비를 얹고 마지막으로 묵은지를 하나 놓아 잎안으로 밀어 넣으면 이건 우리 맛이 됩니다.

한잔 한잔 기울이며 속에 감춰두었던 이야기는 이제 동행이 됩니다.


어쩌다 인연, 모루쿠다


이제 이 집은 익숙한 고향같습니다

원래 사장님을 알게된 곳은 동홍동 본점인데, 그곳은 잠시 휴점중이고 올레시장점에들렀습니다.

모루쿠다는 쌩뚱맞게 일어와 제주방언의 합성어입니다

사실 이집의 시그니쳐 메뉴는 어탕수인데...

너무 강력한 집을 알고 있어, 패쓰하고 궁금한 차수에 한치부추무침을 배추에 싸먹는 메뉴를 산택했습니다


기본찬으로 단무지, 배추절이, 고추피클이 한 접시, 사라다, 잼난 야채 장아찌, 그리고 2조각 담긴 참치샐러드


우선 메인의 한치 무침은 숙회를 무쳐냅니다.

부추가 빠지고 미나리가 큰 역할을 합니다.

그냥 무난한 한치숙회무침

음... 고기는 叉燒챠슈는 가격에 비하면 좋은 평을 주고 싶은 익힘입니다

배추의 단맛이 상추보다 앞섭니다

이어 가벼운 안주로 닭껍질튀김 とりかわ からあげ.

이거 제법 안주발 됩니다.

사실 구서귀포에서 괜찮은 집 찾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은 정통 아닌 퓨전 이자카야정도 되는 집입니다.


서귀포 찐 Bar MUSK

서귀포에서 건진집이 바 머스크인데 요즘에 보기힘든 정통바입니다.

묵직한 입구로 들어서니 아늑한 공간을 채우는 바 안쪽으로 세분의 바텐더가 인사 주십니다.

구력이 느껴지는 매니져, 20대 중반의 쿨한 분위기 쏟아내는 바텐은 아름다운 한분의 여성분과 처음뵙는 남성 바텐과 수련하는 인턴.

분위기에 취해, 향에 취해, 맛에 취해, 그렇게 여행의 밤은 깊어갑니다.


갈칫국의 정석, 네거리 식당


자주 다니던 서귀포 음식점이었는데 요우커의 입성과 SNS 소문으로 버글거리며 초심을 잃어버린 음식에 발을 끊었다 7,8년 만에 다시 찾은 네거리식당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초창기보다는 정갈함이 떨어지지만 기분이 좋아질만큼 회복이 되었습니다.

멀건 국물에 채소 몇개, 갈치 두어덩이 떠다니던 갈치국엔 시원한 육수에 가득찬 채소와 단호박 두덩어리, 그리고 갈치가 가득 담겼습니다.

밑반찬은 soso.

늘 네거리식당 뒷편 화정에 가곤 했는데 이제 서귀포 아침엔 선택권이 주어진것이죠.

바람도 머무르는 서귀다원


십년지기 서귀다원에서 차멍…


서귀다원은 녹차밭 너머로 한라산이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단연 으뜸입니다.

서귀다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기기묘묘한 제주 현무암이 사열한 녹차밭 사잇길을 지나면 운치있는 삼나무길이 이어집니다.

길 끝에 앉은 아담한 다실에는 팔순 어르신과 그 따님이 세월을 동행하시고.  

할아버지의 칠순기념으로 일본의 가고시마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 녹차밭에 반해 15년 전 시작한 게 지금의 서귀다원입니다.

주변에서는 퇴직금으로 그냥 편히 살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극구 만류했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꿈이 지금의 다원을 이룬 것이죠.

유기농을 고집한다는 서귀다원은 정갈합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도로에서 내려오는 도로 중산간 부분에 위치한 다원인지라 초행자의 어프로치가 쉽지 않았는데 감속차선을 설치 했네요.

새롭게 측량한 내용에 대지 경계선이 잘못표시되어 울타리를 새롭게 공사 했고 이 때문에 입구 주차장이 좁아져 다원윗쪽에 주차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고 다실에서는 무료로 녹차를 마시는 시스템으로 바꾼다는군요.

아무래도 방문객이 많이 늘어나다 보니 이 편이 좋을듯 합니다.

녹차밭은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는 큰 돌을 쌓아 석축을 만들고 그 위에서 이 멋진 곳을 바라보며 차멍을 할 수 있게 했네요.

응원합니다., 나의 10년지기 서귀다원.


여정 마무리_ 서글픈 추사의 흔적, 세한도


제주국립박물관에서 딱 오늘이 마지막인 기획전이 일단 달려가게 만들었습니다.

추사 선생의 歲寒圖 세한도 전시.

秋史추사의 나이 59세 때 제주도에 유배 온 지 벌써 5년이 되었을 때 그는 생애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를 제작했습니다.

이 그림은 畵題화제에 씌어 있듯이 추사가 그의 제자인 藕船우선 李尙迪이상적에게 그려준 것이죠.

이상적은 스승 추사가 귀양살이하는 동안에 정성을 다해 중국에서 책들을 구해줌으로써 추사가 세한도를 그려 그의 그 따뜻한 정에 답한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추사가 직접 쓴 跋文발문에도 論語에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송백이 늦게 시드는 것과 같이 늘 변함없는 이상적의 師弟사제간의 정에 감사하고 있다

- 세한도 발문 중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

- 論語 子罕 논어 자한편


歲寒圖세한도는 정통 동양화와 다르죠

山水畵산수화라야 하지만 산과 물이 그려져 있지 않고 나무와 땅이 있을 뿐입니다.

그림 속의 집도 문지방의 아래가 아니라 위가 보이도록 그려져 있으니 散點透視산점투시(서양화의 고정된 시점이 아닌 이동시점에의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그림 속의 인물이 방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제주도로 귀향 간 추사는 우국지정의 괴로움을 그림으로 말하고자 한 것이죠

세한도를 이해하려면 조선지식인들의 시점에서 이를 보아야하는데, 13경*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친숙한 7서(일반적으로 4서3경이라 부르는)의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주역이 생각보다 재밌는 결과를 냅니다


*7서(보통 4서3경이라하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역경

13경; 논어, 맹자, 시경, 서경, 역경, 춘추 곡량전, 춘추 공양전, 춘추 좌씨전, 주례, 의례, 예기, 효경, 이아


우선 그때 상황을 정리 하자면 안동 김씨들의 눈 밖에 난 상황이라 언제고 더 깊은 추문에 휩싸일수 있겠죠.

실제로 아무 일도 벌리지 않았는데 윤상도의 상소문을 추사가 초안한 걸로 조작되어 제주까지 유배온 것이고 더욱이 윤상도는 10년 전의 일로 능지처참 당하고 집안은 풍비박살났으니 조금의 잘못이 滅門之禍 멸문지화(가문이 사라지는 재난)를 당하게 되는것이겠죠


그러다 보니 역모로 몰릴 수 있는 요소를 그림 안에 담을 수 없겠죠


주역의 쾌를 한번 볼까요


만약 제주의 수 많은 오름과 작은산이 아니더라도 한라산이 있고 추사가 머물던 교리(校理 종 5품의 선비) 강도순의 집인 대정의 단산(추사체를 완성할 수 있던 모티브가 된)이라도 그려 넣었다면 山地剝 산지박의 쾌가 됩니다

國破山河在 국파신하재(두보의 시 중)

산은 무너지게 된다는 의미로 역모로 인식되기 쉽죠


그럼 섬인 제주에 물을 그려 넣는다면(대정은 바닷가 마을이죠) 어떨까요

적소에서 큰 바다를 그려 두면 하늘과 물이 보이니 天水訟 천수송이 되니 잘 했니 못 했니 다투는 꼴이 되니 잘잘못을 따지겠다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 큰일나겠죠


하늘이 아닌 땅과 바다를 그리면 地水師 지수사(=군대)가 되는데다 혹여 제주에 많은 馬말이라도 그려놓으면 이 또한 바로 역모를 일으킨다는 모함에 걸려 들 수도 있던것입니다


說卦傳 설괘전(주역을 해석한 십익의 내용 중 괘를 개괄적으로 설명한 이론)에 보면 나무(木)의 덕을 나타내는 괘는 바람입니다

그래 허허 벌판에 나무가 서 있으니 風地觀 풍지관이 되는것이니 이는 세상응 바라본다는 뜻이 되니 정적들의 표적이 되지 않는 것이 되는것이죠


추사선생은 제주도의 황량한 땅 위로 부는 바람을 그린 것입니다

세한도는 화선지의 거의 대부분이 글씨죠

염량세태를 미워하고 松栢송백의 한결 같음을 찬양하는 글로 그림만으로 충족시키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담았던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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