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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an 10. 2023

육지것의 제주 이야기 IV 제주의 식생 7 구상나무

; Abies koreana E.H. Wilson

육지것이 제주를 드나들며  나름  제주를 알리려고 이것저것 했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쉽지는 않네요

돌아보면 아직 다 하지 못한 아름다운 제주 이야기가 여든여개, 아픔을 알리는 글이 십여개, 그곳만에서 느낄 먹거리가 또 십여개 그외 …

한동안 멈춘 글을 이어가기위해 뒤를 돌아 봅니다.

그리고 글을 시작합니다.


지난 성탄절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떠올려보면 누구나 스치듯 지나친 그 장식이 올려진 나무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은 많지 않을것입니다.

더욱이 그 나무의 이름, 수종을 생각하지는 않을것입니다.

대부분 전나무(?)정도……

20세기가 되기 전까지는 소나무과의 독일이 주요 공급지였던 spruce 가문비 나무 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크리스마스 트리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미주지역에서 실외용 장식의 나무는 여전히 가문비나무를 사용하지만 실내용은 구상나무를 사용합니다.

구상나무, 

영어 명칭은 a Korean fir.

구태여 해석하자면 한국 전나무(?)

쿠살(성게)+낭(나무)

성판악 코스 한라산을 올라본 사람이라면 해발 1,500m지점의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 정상을 앞두고 1,700~1,800m지점에서 잿빛으로 고사한 나무 군락을 볼 수 있었을것입니다.

그 고사한 나무들이 구상나무 입니다.

이제는 너무 많이 알려져 왕벚나무가 일본종이 아니고 우리 고유의 자생지를 가진 나무인것을 알고 있지만 성탄이면 실내를 장식하던 Christmas tree가 우리 나라의 식생에서 볼 수 있는것이라는 내용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퍼진 실내용 Christmas tree는 우리나라의 구상나무의 계량종이기는 합니다.

구상나무라는 이름도 성게모양의 나무라는 뜻의 쿠살낭이라는 제주어를 그대로 사용한것입니다.

쿠살(성게)+낭(나무)

한라산 성판악 등상로 해발 1700m 지점

구상나무(학명 Abies koreana E.H. Wilson)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고지가 높은 산악지대에서 살아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침엽수종으로 1920년에 우리나라의 특산 식물로 보고된 종입니다.


구상나무 왕국ㅡ 한라산


대략 지금부터 2만 년 전에서 1만8천 년 전, 최종 빙기 최성기 이후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함으로써 제주도는 육지와 고립되어 완전한 섬이 되게 됩니다.

제주도 섬으로 고립되고, 저지대까지 광대한 침엽수림이 형성됩니다.

변화란 항상 종에 따라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한데 습윤하고 따뜻한 기후로 변화하며 초지였던 땅에 참나무, 서어나무, 굴피나무 같은 낙엽활엽수와 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같은 상록활엽수 등이 확장해 가며 서어나무, 중국굴피나무, 구실잣밤나무, 느릅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퍼져 갑니다.

기존 침엽수림의 왕좌를 가진 분비나무는 키가 25m, 줄기의 직경 75㎝에 달해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바람에는 약하고, 뿌리가 충분히 벋을 만큼의 토양조건이 갖추어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구상나무는 한라산이 화산섬이므로 늘 수분이 부족하고, 바다 가운데 고립되어 있어 항상 바람이 세다는 환경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 키는 15m 정도로 대폭 낮추고 줄기의 굵기도 40㎝ 정도로 가늘어졌으며 가지는 괜히 간격을 듬성듬성 두지 않고 빽빽하게 하여 불필요한 공간을 없앴습니다. 

밑에 가지는 지면에 바싹 붙어 자라도록 하여 강한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도록 변하다보니 분비나무는 멀리서 보면 원통형으로 보이지만 구상나무는 피라미드형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변화.

결국 분비나무는 생존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해 그 결과 오늘날 태백산을 경계로 이북은 분비나무, 이남은 구상나무라는 남북국시대가 열리게 되고 이런 쟁쟁한 침엽수들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구상나무는 당당히 한라산을 본거지로 삼아 침엽수 제국의 강자 분비나무와 당당히 맞서는 양대 축의 하나로 성장하게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현재 자생하고 있는 한대성 침엽수는 구상나무, 눈잣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눈측백, 주목, 눈향나무 등 7종입니다.

해발 1,000m 이상 지역의 10%는 침엽수가 차지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구상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은 6,939㏊, 분비나무 3,690㏊, 주목 2,145㏊, 가문비나무 418㏊ 순이다.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는 매우 적은 면적에 자라고 있습니다.


포리(Urbain Jean Faurie)& 타케(Émile Joseph Taquet)


1902년부터 1915년까지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벌인 엄택기라는 한국명을 가졌던 타ㅋ신부는 왕성한 수집 활동을 통해서 수만점에 이르는 제주도 식물을 채집하였고 1907년에 타케신부는 일본 아오모리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또 다른 프랑스 출신 포리(Faurie, R.P.U)신부와 함께 제주도 식물을 채집한 바 있습니다.

1908년 유명한 제주왕벚나무(천연기념물 제156호)를 발견하여 유럽 학계에 보고한 타케 신부와 포리 신부는 한라산에서 쿠살낭(구상나무)을 발견하여 표본을 미국 하버드대에 있는 그 유명한 아널드식물원 표본관(주로 목본식물 소장)으로 보냈다.

왼쪽 Émile Joseph Taquet 오른쪽 Urbain Jean Faurie

한편, 1910년 8월 29일 한국을 강제로 무단 병합한 일본제국주의자들은 토지 수탈 작업과 함께 삼림조사도 동시에 행하는데 조선총독부는 나카이 다케노신이라는 수목학자를 전면에 배치하여 한반도 전역을 훑었습니다.

1914년 ‘제주도 및 완도 식물조사보고서’가 처음으로 종합적인 조사보고서를 내기 시작해 1915년 ‘지리산 식물조사보고서’, 1918년 ‘백두산 식물조사보고서’와 ‘금강산식물조사보고서’, 1919년 ‘울릉도 식물조사보고서’ 등을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침엽수가 자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구상나무가 속한 전나무 무리에는 구상나무 이외에 전나무와 분비나무가 속해 있었는데 구상나무는 전나무와는 외모가 분명하게 구별이 되나 분비나무와는 비슷하여 식별이 다소 어려운 게 사실인지라 그는 첫 종합조사보고서인 제주도 및 완도식물조사보고서에 구상나무를 분비나무로 기록했습니다.


윌슨(Ernest Henry Wilson) VS 나카이(なかいたけしのすすむ 中井猛之進)
왼쪽 Ernest Henry Wilson 오른쪽 中井猛之進

1915년 나카이는 지리산 식물조사보고서(23면)와 1914년 제주도 식물조사서 13면에 이 식물을 분비나무로 수록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도쿄에서 일본의 침엽수를 연구하고 있던 미국 아놀드식물원 어네스트 헨리 윌슨은 그의 연구실에서 포리라고 하는 프랑스인 신부가 채집한 표본을 재료로 연구하면서 제주도의 구상나무가 아무래도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종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구상나무가 속한 전나무 족속은 그 모양이 아주 비슷해서 여간해서 그 혈통을 알 수가 없어 당시 식물학자들은 이런 외부형태로만은 안 되겠다 싶어 잎의 횡단면을 조사해 보아 구분하는 방법을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1917년 10월 31일부터 11월 5일 사이에 동아시아 식물의 권위자였던 어네스트 윌슨은 나카이와 함께 한라산을 올라 여러 식생을 함께 돌아보는데 이것은 나중에 구상나무 연구사의 획기적인 장면으로 남게 됩니다.

우리나라 식물의 최고 권위자로 자타가 인정하는 일본인 나카이와 아시아식물의 최고 권위자로 역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던 윌슨이 같이 한라산을 올랐던 것입니다. 

동상이몽

나카이는 이미 한라산 식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던 터라 추가할 식물은 없는지, 신종이라 할 만한 식물은 없는지, 지금까지 본 식물 중에서도 잘못 기록한 식물은 없는지를 확인하려 했을것이고 윌슨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구상나무 표본을 보면서 신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던 터라 윌슨과 나카이는 각자 자기만의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구상나무의 신종 명명자가 일본이 될 것인가 미국이 될 것인가하는 문제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들은 어리목 탐방로를 따라 등산한것으로 추정되는데  윌슨은 1917년 10월 31일 윗세오름대피소에서 구상나무 표본을 확보하고 사진을 찍어 표본에 9486이라는 표본번호를 부여했습니다. 

오랜 적과의 동침 중 윌슨은 오랜 망설임 끝에 드디어 말문을 열어, 나무는 아무리 봐도 지금까지 알고 있는 바와는 다른 신종으로 보이는데 나는 이 종을 오래 연구해 왔고 신종으로 명명할 생각이라고 이야기 하자,  나카이가 고개를 떨구며 동감을 표했다고 합니다. 

윌슨의 구상나무 표본은 한라산에서 1917년 서 1917년 10월 31일과 11월 5일 채집한 표본번호 9486과 9486a, 같은 해 11월 16일 지리산에서 채집한 표본번호 9602 등이 있습니다.


학명 Abies koreana E.H. Wilson


윌슨은 미국으로 귀국한 후 적어도 2년 이상을 구상나무에 대해 추가로 연구하는 과정을 거쳐 구상나무는 지금까지 ‘아비스 네프로레피스’ 즉, 분비나무의 학명을 벗어 던지고 ‘아비스 코리아나’ 즉 구상나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논문을 발표한 학술지는 더 저널 오브 아놀드 아보레툼 1권 3호이며 이 책의 188쪽에 게재되었습니다. 

당시 증거표본으로 1907년 5월, 6월, 7월, 8월 포리가 채집한 표본, 그 외 타케가 채집한 표본 및 자신이 채집한 표본을 제시했습니다.

윌슨은 구상나무가 한국의 고유종이라는 이유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구상나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식물은 한반도 남부에 위치한 지리산과 화산섬 제주도에 분포하는 종으로 한국의 식물상에 가장 흥미있는 종의 하나이며, 수형이 피라미드형이고, 수피가 깊게 갈라져 거칠고 포린이 젖혀지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유연관계가 깊은 한반도 북부와 만주에 자라는 분비나무, 일본 북부와 사할린에 자라는 사할린전나무, 일본 열도에 자라는 벳지전나무와 비교했을 때 여러 형태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외에도 한라산과 지리산에 있어서 구상나무림의 생태를 약술하면서 구상나무는 매우 아름다우며, 가지가 밀생하고, 하부의 가지는 지면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널은 피라미드형의 수형을 형성한다. 

또한, 이 종은 나카이가 분비나무와 혼동했으나 이러한 지적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2009년 성판악 등산로에서 찍은 구상나무숲
2020년 위 사진과 동일한 곳에서 촬영한 구상나무숲

앞쪽에서 언급한것처럼 구상나무는 태풍이나 가뭄 같은 기후변화로 구상나무가 계속 죽어가면서 보다시피 군락지가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해발 1700m에서 1800m까지는 구상나무의 80% 이상이 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상나무 고사율은 1996년 17.8%에서 2014년 47.6%로 급증하며 지난 10년 동안(2006~2015년) 축구장 154개 면적(112.3ha)의 구상나무숲이 사라졌습니다.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멸종 위기에 처한 종'(Endangered species)으로 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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