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해님의 죽음을 바라보며… 열개의 벼루와 천개 붓
옛 사람들은 글씨를 쓰는 데 있어 안부서신이라는 한 가지 방식이 따로 없었습니다
순화각첩(송대의 법첩)에 높은경지에 이른 분들의 글씨가 많은데, 거기서도 안부서신을 별도로 취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주 나쁜 습관입니다.
나의 글씨는 비록 70년 동안에 걸쳐 10개의 벼루를 갈아 닳게 했다거나 천여 자루의 붓을 다 닳게 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나
한번도 간찰의 필법을 따로 익혀본 적이 없습니다.
진실로 간찰이라고 하는 하나의 체식이 따로 있는 줄을 모르는데
제게 와서 글씨를 요구하는 자는 매양 간찰을 써 달라고 하므로 감히 하지 못한다고 거절합니다.
그 중에 벼슬아치들이 더욱 심하게 간찰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 뜻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제 오전에 전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부음.
대한민국의 코미디언이자 사회자, 가수였던 최고령 국민 MC 고(故) 송해(향년 95세) 선생의 별세소식을 보며 떠올린것은 꾸준함이었습니다.
그는 최근까지도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소탈한 삶을 살았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1988년 KBS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은 후 34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올해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습니다.
1952년생인 이용식부터 1991년생 딘딘까지, 다양한 연령대 및 분야의 후배들이 모두 존경을 보내고 있는 그는 소탈하며 주변의 사람들 하나하나를 세심히 챙긴 모습으로 남아 잇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주 제주 출장에 세한도 추사 기획전을 보고 왔는데, 선생은 벗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칠십 평생에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 붓 일 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고 썼습니다.
편지의 행초서체 글귀에는 말년에도 가시지 않는 추사의 서늘한 결기와 함께 평생에 걸친 부단한 노력의 일단을 짐작하게 합니다.
古人作書 別無簡札一體 고인작서 별무간찰일체
如淳化所刻 多晉人書 未甞專主簡札 여순화소각 다진인서 미상전주간찰
是吾東之惡習也 시오동지악습야
吾書 雖不足言 七十年 磨穿十硏 禿盡千毫 오서 수부족언 칠십년 마천십연 독진천호
未甞一習簡札法 미상일습간찰법
實不知簡札另有一體式 실부지간찰영유일체식
來要者輒以簡札爲言 謝不敢 래요자첩이간찰위언 사불감
而僧輩尤甚於簡札 莫曉其義諦也 이승배우심어감찰 막효기의제야
-與權彝齋 敦仁 여권이재 돈인
옛 사람들은 글씨를 쓰는 데 있어 안부서신이라는 한 가지 방식이 따로 없었습니다
순화각첩(송대의 법첩)에 높은경지에 이른 분들의 글씨가 많은데, 거기서도 안부서신을 별도로 취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주 나쁜 습관입니다.
나의 글씨는 비록 70년 동안에 걸쳐 10개의 벼루를 갈아 닳게 했다거나 천여 자루의 붓을 다 닳게 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나
한번도 간찰의 필법을 따로 익혀본 적이 없습니다.
진실로 간찰이라고 하는 하나의 체식이 따로 있는 줄을 모르는데
제게 와서 글씨를 요구하는 자는 매양 간찰을 써 달라고 하므로 감히 하지 못한다고 거절합니다.
그 중에 벼슬아치들이 더욱 심하게 간찰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 뜻을 알 수가 없습니다.
구태여 말 많은(투자 시간의 질에대해) 1만시간의 법칙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꾸준함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중, 고교 동기들은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곤 하지만 내가 글을 쓸거라고, 요리, 여행이 취미이며 다양한 레포츠를 오랜시간 즐길거라 생각한 이는 없습니다.
낙수가 댓돌을 뚫고 (水滴石穿), 쇠공이를 갈아 바늘도 만들 수 (磨斧作針) 있겠죠.
처음은 그저 새로운 붓을 준비하고 새 벼루에 먹을 갈기부터 시작되었고 그 끝이 어디까지 일지는 나 조차 상상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한 번에 조금씩, 매일 조금씩 (only work a little at a time, every day a little ― Isak Dinesen)…
멈췄던 부산 음식 연재를 돼지국밥으로 이어 먹을 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