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ffee break

coffee break...직녀에게, 견우의 노래

; 폭염과 소나기로 시끄러울 칠월칠석에

by Architect Y

어린시절 그리도 흔한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아득하기만합니다.

마치 기다렸다는듯 리뉴얼한 여름이 달달하고 그리마틱한 태고적 이야기를 걷어차 버렸네요.


대표적 여름 별인 견우성과 직녀성을 정치, 경제가 체감온도를 끌어올리는 이 더운 여름밤을 흘려보낼 에피소드가 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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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 갔다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나라 밤하늘에는 두 개의 견우가 있는데 학자들이 말하는 견우는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염소자리의 베타별 다비흐이고, 일반인들 사이에 구전되어 오던 설화 속의 견우는 독수리자리의 알파별 알타이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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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5년에 만들어진 석각 천문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별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고대 동양의 별자리들이 한자로 표시되어 있는데 그중에 견우성과 직녀성이 있습니다.

직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문고자리의 그 직녀지만 견우는 그 전까지 알려져 있던 견우가 아니라 그보다 남쪽에 있는 염소자리의 베타별 Dabih 다비흐로 직녀가 1등성인데 비해 지도 속의 견우는 3등성(직녀 밝기의 약 1/6)입니다.

지도에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에는 하고(河鼓)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이 별지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1990년대 후반무렵부터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연구한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기존에 알려진 견우는 잘못된 것이고 염소자리의 다비흐가 진짜 견우라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는데 그 중 일부는 기존에 알려진 견우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였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죠.

하지만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오는 견우성은 결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직녀성과 버금갈 정도의 밝은 별이 아니며 일반인들은 거의 알아볼 수도 없는, 특별히 주목하지도 않을 그런 별을 보고 과연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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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전에는 별을 보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군(天君)이 있었는데 천군은 천문을 관측하고 천문도를 그리는 특권을 가진 종교 지도자로서 왕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지위를 보장받았죠.

당시는 엄연한 신분제 사회로 천군의 입장에서는 평민인 견우가 공주와 같이 밝은 별을 차지한다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었기에 견우성 남쪽에 있는 희미한 3등성에 견우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입니다.

삼국시대 이후 왕권이 강화되면서 천군은 사라졌고, 천문학은 학자들의 몫으로 돌아갔지만 고대부터 이어져 온 별이름은 그대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통해 전해지게된것입니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고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직녀에게, 문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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