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집착에 대한 소고
사유하기 좋은 깊은 가을의 연휴, 그리고 가을비 소식이 있는 새벽은 어색하지 않은 잔잔한 Classic과 coffee향에 책한권을 집어들게 합니다.
길가메시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것은 마블에서 지난해 개봉한 영화 Eternals에서 마동석이 맡은 배역이겠죠.
길가메시는 수메르신화에 나오는 반신반인으로 전설상의 국가인 우루크의 왕입니다.
2005년 출판되고 지난해 리커버된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연구한 김산해교수의 책입니다.
책장을 넘기며 한 쪽은 글이고 한 쪽은 보조자료가 채워져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살아가며 무언가를 하려하고 남기려하죠.
없어야하고 버려야 하는것을... 삶에대한 애착이 아닌 발버둥치는 집착.
위대한 영웅들이 다투어 기념비를 세워 불멸을 기원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의연할 수 있는 진정한 영웅이었다면 그렇게 애써 불멸의 방도를 강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 위대했던 영웅들이 그러했으니 영웅이 되고파 버둥거리는 얄팍한 사람들이야...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래 방황하고 깊은 사유를 한 Gilgamesh 길가메쉬...
지금으로부터 4816년 전부터 126년 동안 우루크를 통치했던 수메르의 왕 길가메쉬는 신화와 역사 양쪽에 모두 속해있던 인물이죠.
신화 속 영웅들의 이름처럼 Gilgamesh, 그의 이름을 보면 노인과 청년을 의미하는 Gilga길가와 mesh메시를 합쳐 놓아 그 의미를 보는이에게 슬며시 질문을 던지는것 같습니다
반쯤 늙은이(?)
학자들은 늙은이가 젊어지진 못하지만 젊은이는 늙어간다는 게 사람 운명이라고 이를 풀어 가는데 늙은이가 젊어지진 못하지만 젊은이는 늙어간다는 게 사람 운명이라 풀고 있는데 영웅이 염원했던 불멸은 없다는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영웅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죽음의 바다를 건너 영생자 우트나피쉬팀을 만나고도 끝내 영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영웅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 어떤 고독도 죽음 앞에서 힘겹다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한낱 사치일 뿐이다. 죽음은 절대 고독이며 고독의 극치이며 고독의 끝이다.
-길가메쉬 서사시 15p
길가메시는 불사의 방법을 얻기 위해 우트나피쉬팀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중에 시두리라는 이름의 여관주인을 만났지만 여관주인은 허무한 생각은 버리고, 차라리 궁궐로 돌아가 노는 게 좋고 신들은 불로불사지만 그런 즐거움은 누리지 못한다라고 합니다.
Siduri 쉬두리는 Hurrian 후르리라는 말로 젊은 여자라는 뜻이며 Ishtar이슈타르란 별칭도 있는데 그녀는 술집 마담이며 발효에 관여 된 지혜로운 여성 신이죠
그 후 우트나피쉬팀을 찾아 애원하자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는다면 영생의 비법을 알려줄 수도 있다 하였으나, 길가메시가 7일 만에 잠들어서 실패합니다.
우트나피시팀은 잠을 못 이기면서 어찌 죽음을 이기려 하느냐고 채근합니다.
길가메쉬 , 자신을 방황으로 몰고 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요. 당신이 찾고 있는 영생은 발견할수 없어요. 신들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인간에게는 필멸의 삶을 배정했고 자신들은 불멸의 삶을 가져 갔지요. 길가메쉬 배를 채우세요 매일 밤낮으로 즐기고 매일 축제를 벌이고 춤추고 노세요 밤이건 낮이건 상관없이 말이에요. 옷은 눈부시고 깨끗하게 입고 머리는 씻고 몸은 닦고 당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을 돌보고 당신 부인을 데리고 가서 당신에게 즐거움을 찾도록 해주세요. 이것이 인간이 즐길 운명인거에요. 그렇지만 영생은 인간의 몫이 아니지요.
-길가메쉬 서사시 272p
하지만 길가메시가 불쌍해 보였던 우트나피쉬팀의 아내가 남편더러 길가메시에게 선물을 주라고 부탁했고 아내의 부탁으로 우트나피쉬팀은 불로초가 있는 곳을 가르쳐줍니다.
이에 불로초를 찾아 심연으로 가서 불로초를 얻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연못에서 목욕하다가 뱀이 불로초를 껍질만 남겨두고 훔쳐가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루크으로 돌아와서 한탄만 실컷 하다가 잠이 든 길가메시는 꿈 속에서 신들을 만나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죽으면 저승의 왕이 될 수 있으니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말을 듣게됩니다.
꿈에서 깬 길가메시는 자신의 여태까지의 행적을 돌에 새긴 후에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길가메쉬 서사시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과 극적인 영웅에 관한 일화들은 다른 여러 신화들의 모태로 이어집니다.
우정, 사랑, 모험, 싸움, 욕망, 비애 등이 담긴 길가메쉬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갈망하는 원초적인 신화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어디 태곳적 길가메시뿐일까요
중국의 시황제, 이슬람권의 술탄 등 숱한 이들이 영생을 꿈꿨죠
인간의 운명으로부터 탈출하여 불사(不死)의 능력을 얻는 일에 삶의 목적을 둔 길가메쉬에게 시두리가 한 말대로
불멸은 신들이 가져갔고 인간에게는 필멸을 주었다.
삶이 좋은건 시작처럼 필멸이라는 그 끝이 있어서일것입니다.
그래, 살아가는 동안 남김없이 후회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