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튀김 요리
기름을 사용하는 음식으로 우리나라에 지짐이가 있다면 일본에는 튀김(아게모노)이 있습니다.
우리가 전, 부침개(빈대떡, 저냐, 누름적, 전병) 등 다양한 지짐문화를 가지고 있듯이 일본은 ころもあげ 고로모아게 (덴푸라, 후라이, 가라아게), すあげ 스아게로 대별되는 튀김문화가 있습니다.
스시 오마카세에서도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음식 중 하나가 튀김이기도 하고 지난 11월 5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마무리한 밀레니엄 힐튼의 일식 음식점의 구상노사카바(구 겐지)의 덴푸라바도 생각이나 일식 튀김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일본식 튀김은 조리법과 튀김옷의 재료 등에 따라 세밀하게 분류됩니다.
일단 튀기는 음식을 통칭해 あげもの (아게모노 揚物)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튀긴 것’이라는 뜻입니다.
아게모노는 다시 ころも 고로모(튀김옷)을 입혀 튀긴 ころもあげ 고로모아게와 식자재에 튀김옷을 묻히지 않고 그대로 튀기는 すあげ 스아게로 나뉩니다.
すあげ 스아게(素揚げ)는 정식명칭은 아니지만 ものあげ 物揚 모노아게라고도 하는 재료에 옷을 입히지 않고 그대로 튀겨서 수분만 증발시켜 바삭하게 튀긴 튀김요리를 말합니다.
튀김옷을 입히지 않아서 재료의 색이나 형태가 잘 살려지며 재료가 바삭바삭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료의 색깔을 살려 용도에 따라 튀기는 시간을 잘 조절하는게 핵심이고, 재료의 두께에 따라 여러가지 모양으로 튀겨지기 때문에 장식용으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말리지 않은 재료는 보통 160℃ 온도에서 한 번 튀긴 후 190℃온도에서 다시 한번 재빨리 튀겨냅니다.
소금, 레몬 등의 감귤즙, 즉 ポンず 폰즈(ポン酢)와 잘 어울리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은 카레와 함께 페어링한 비주얼이죠.
ころもあげ 고로모아게는 ころも 고로모(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여기는 다시 재료를 밀가루나 전분가루(파우더)를 입혀 튀기는 からあげ 가라아게 (空揚げ), 수분이 들어간 튀김옷을 입히고 튀기는 덴푸라 てんぷら(天浮羅), フライ 후라이가 있습니다.
스시, 소바와 함께 えど 에도(토쿄주위) 삼미로 불리는 덴푸라는 1920년 영국에 Tempura라는 용어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미 100여년 전 유럽에 진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라아게는 우선 이름부터 중국전래설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から(가라)가 空揚げ인지 唐揚げ인지는 일본 내에서도 해석이 분분으로 재료에 밀가루나 프리믹스를 입혀 튀긴 음식입니다.
이 튀김 방식이 일본에 들어온 것은 이전에도 사찰음식 しょうじん 쇼진(精進; 한결같이 수행에 힘쓴다는 불교 용어)요리나 포르투갈 なんばんりょうり 남만요리(南蛮料理)에 튀기는 조리법이 있었지만, 본격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가라의 어원에서 말한것처럼) 17세기 중국을 통해서라는 말이 지배적입니다.
당시 중국은 당나라 때 실크로드 교역을 통해 유입된 튀김 문화가 만개한 시절로 당(唐)나라를 가리키는 唐당을 から카라라 불렀고 여기에 튀김이라는 의미의 あげ아게가 붙은것이라는것입니다.
그 후 각 지역 색이 묻어나는 나なら나라(奈良)지역의 たつたあげ 타츠타아게(田揚げ), なごや 나고야(古屋)의 てばさき 테바사키(手羽先), ほっかいどう 홋카이도(北海道)의 잔기ザンギ등의 새로운 형태의 튀김요리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야채나 해산물로 만드는 가라아게도 있지만 가라아게라하면 닭고기를 주재료로 하며 흔히 일본 튀김의 대명사를 텐푸라로 인식하지만,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영역은 카라아게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일본카라아게협회는 가라아게는 먹으면 행복하고 불현듯 먹고 싶은 음식입니다…이처럼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무의식적으로 찾는 먹거리가 또 있을까? 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唐揚げとは、食べると幸せになる食べ物です...これほど人々から愛され、これほど家庭に浸透し、これほど無意識に人々が求める食べ物が他にあるでしょうか?
텐푸라는 새우와 같은 어패류를 비롯해 가지, 연근, 고구마 등 야채류를 주요 재료로 바삭한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찬물 10에 계란1 비율로 계란 물을 만든 후 같은 양의 밀가루를 섞는 것이 공식이죠.
재료를 적당한 크기로 다듬고 칼집을 내거나 미리 데쳐주는 등 사전작업에 손이 많이가고 재료 속 수분이나 공기 제거작업이 미흡하면 조리 중 튀김옷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재료의 선정과 손질이 중요해 재료대 솜씨비율이 7대3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텐푸라는 에도 서민들이 길거리에서 꼬치에 꿰어먹던 음식으로 이러한 문화가 おおさか 오사카(大阪), きょうと쿄토 (京都) 등 かんさい 간사이 (関西)지역에 전해진 것은 인적 교류가 자유로워진 19세기후반인데 1923년 관동대지진 여파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요리사들이 각지에 흩어지며 에도 텐푸라가 전국에 퍼졌다고 합니다.
이와함께 간사이 지역에서 상경한 요리사들이 고구마나 연근 같은 야채를 튀기는 문화를 가져옴에 따라 어패류와 야채가 조화를 이룬 새로운 양식이 완성되고 전문점도 등장합니다.
프라이는 재료에 계란 액을 침투시킨 후 빵가루를 입혀 튀기는 소위 서양풍 덴푸라로 메이지유신 후 일본에 소개된 서양 튀김을 일본화한 요리로 영어 deep-fry로 번역되는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기름 양이 풍부한 전용 frier(튀김기)에서 180도 이상 온도로 튀겨내(가라아게 160℃) 두꺼운 튀김옷을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으로 바꿔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프라이의 주요 재료는 흰살생선, 새우, 굴, 오징어 같은 어패류와 감자, 양파 등인데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 육류도 재료로 삼는데, 이 경우는 '~카츠'라고 부르는 とんカツ 돈카츠(豚カツ), 꼬치튀김 くしあげ 쿠시아게 (串揚)가 이에 해당합니다.
오마카세 문화의 본거지인 일본에는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뿐만 아니라 덴푸라 오마카세나 쿠시카츠 오마카세 등 튀김 전문점들도 다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여러 곳이 생겼지만 강남의 3대 스시야로 불리는 ‘스시인’과 ‘코지마’에서 각각 덴푸라 오마카세 전문점인 ‘덴푸라 인’과 ‘텐쇼’를 오픈했으나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는등 일본식 튀김 전문점들은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호텔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구상노사카바가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