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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10. 2023

Local food III 대구 연탄불고기

; 참 맛없는 동네의 대구의 반란

오랜만에 대구 출장 다녀왔습니다.

출장을 다니다 보면 국내가되든, 해외가 되든 로컬 푸드를 찾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중반 대구 성서공업단지의 트리거였던 삼성상용차 공장단지로 자주 드나 들었고 2000년대 후반 율하 아파트 단지로 2007년부터 2년간 자주 내려갔던 터라 대구는 제법 익숙한 동네 입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음식은 전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낮았습니다. 

당시, 대구로 전근 온 사람들은 대구음식 때문에 모두 ‘절망’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대한민국 최악의 음식도시가 바로 대구로 낙인찍혀 있었죠. 

대구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래, 나도 대구 살지만 정말 먹을 게 없다’고 맞장구를 쳤었습니다.

저승사자도 하도 음식 맛이 없어 대구에 오는 걸 꺼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2000년대가 들어서며 대구시는 칼을 갈고 맛의 발굴과 함께 개발과 홍보에 집중하며 설욕에 나섭니다.


대구시가 밀고 있는 대구 10미

1960년대 초 대구에서 기존 중국 만두의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무미(無味)에 가깝게 만든 납작만두

90년대 초 한 농가에서 농촌 소득원을 찾다가 메기양식장이 낚시터가되며 만들어진 논메기매운탕

국수 소비량이 가장 많은 대구가 만들어낸 누른국수,

육개장의 전신으로 1929년 잡지 별건곤에 올라있는 따로국밥

70년대부터 중구 동인동 주택가에서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얼큰하게 소갈비를 내었던 동인동찜갈비,

70년대 초부터 소주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을 연탄이나 숯불에 구워먹던 막창구이,

80년대 활어회의 대체 식품으 로 삶은 오징어와 소라, 논고둥, 아나고를 야채에 버무려 먹던 무침회,

1950년대 후반부터 처지개살(사태살의 일종으로 소 뒷다리 안쪽의 허벅지살)을 뭉텅뭉텅 썰어 참기름, 마늘, 굵게 빻은 고춧가루 등을 섞은 양념에 푹 찍어 먹던 뭉티기,

1970년대 후반부터 매콤한 양념과 콩나물, 양파, 대파를 곁들여 빨갛 게 볶아 먹는 복어불고기,

70년대에 대구에서 처음 개발된 얼큰하고 매운 대구식 볶음우동인 야끼우동


대구에 맛집없다는 전국적 편견에 울컥한 대구의 민,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대구 10미(味)’를 선정해 밀고 있는 ‘맵고 짠 맛’이 대구의 맛, 대구 10미 입니다.

대구 출장이나 여행자들에게 (대구막창은 알아서 찾아 먹으니) 소개하는 음식점은 10미 중에는 뭉티가와 복어불고기 입니다.

여기에 더한다면 칠성시장의 돼지고기 연탄 석쇠구이집입니다.

2,000원 때 처음 다녔는데 지금은 6,000원 7,000원하네요.

연탄과 음식의 만남, 가장 멋진 궁합을 이룬 건 대구가 원조인 ‘연탄석쇠구이’죠.

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구는 수육강세로 구이 불모지였는데, 1957년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온 칠성시장이 아닌 서문시장쪽에 오사카에서 요리를 배우고 온 박복윤씨 오픈한 초강력 불고기 전문식당이 탄생이 연탄불고기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이 계산땅집의 바통을 이어 받은 곳이 종로땅집, 북성로땅, 연이어 대구은행 대신점 근처 삼성갈비, 향촌동 향미, 시청 근처 합승면옥 등이 가세하며. 60~70년대 대구는 불고기천국이었는데 아쉽게도 현재 그 전통을 겨우 지켜가는 곳은 찾기 어렵죠.

이렇게 소불고기로 구이 강세가 된 대구는 70년대 중반 돼지불고기집 팔군식당이 문을 열며 석쇠돼지불고기의 시대로 넘어갑니다.

이 흐름을 흡수한 연탄석쇠구이 3인방이 출범하는데 칠성시장 족발골목의 단골식당(3대천왕집-유말선, 김분선 할머니), 함남식당(김복만 할머니)이 생기는데 형님뻘인 단골식당은 3대를 이어 현재 경북대 외식최고경영자과정을 졸업한 며느리 김지연씨가 꾸려가고 있습니다.

대항마로 등장한곳이 북성로 돼지불고기입니다.

북성로는 좀 퍽퍽한 느낌이 있는것은 초벌구이를 해뒀다가 주문받으면 재벌구이해서 내기때문인데 북성로는 젊은 단골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기름이 별로 없는 뒷다리(후지)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칠성시장은 목살, 삼겹살, 갈비 등 돼지의 온갖 부위를 사용하고 석쇠에서 딱 한 번 만에 구워내기 때문에 더 졸깃하고 향미도 강합니다. 

맛은 칠성시장, 분위기는 물론 북성로가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단골식당 쉬는 날이라 칠성로의 정화네에서 점심먹고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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